전업 기자가 아닌 학생 기자들이 매주 신문을 내면서 이전 호에 대한 꼼꼼한 쓴소리를 듣겠다는 것은 쉬운 결단이 아니다. 칭찬은 달겠지만, 비판은 쓰기 때문이다.

총학선거와 총장선거를 앞두고 나온 1975호 대학신문에선 서울대 곳곳의 목소리를 적절하게 잘 담은 것 같았다. 우선 총학생회 선거 과정을 돌아보고 그 문제점을 분석한 것이나 총장추천위원회의 평가 결과와 정책 평가 결과에 대해 학내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던 것은 시의적절해 보였다. 베테랑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는 새삼 학교 곳곳에서 묵묵히 일하시는 분들에 대한 감사가 떠올랐다. 4면에 실린 서울대 대학원에 관한 기사의 경우엔 이후 계속해서 분석해 기획 기사로 발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부생들이 대학원 과정에 대해 깊이 이해하거나 관련 문제점들을 다 파악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대학원 과정의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면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는 것도 대학신문에 기대되는 역할일 것이다.

문화면과 사진면 역시 돋보였다. 최근 방탄소년단의 인기와 함께 K팝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다는 점에서, 학술적인 관점에서 힙합이나 비주류의 문제 등을 풀어낸 것은 매우 흥미로워 보였다. 수화 아티스트 박지후 씨의 이야기는 필자도 대학신문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분야라 신선했다. 그리고 ‘포커스온’에 실린 사진은 가을 정경과 함께 불탄 간판이 보여 순간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그로 인해 종로구 국일고시원의 화재 사건은 더욱 안타깝게 다가왔다.

이렇듯 전체적으로 훌륭했지만, 일부 기사들은 해당 지면의 특성이나 시점 등을 고려할 때 살짝 아쉬웠다. 우선 ‘사회’ 부문의 기사를 통해 보건진료소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었지만, 이것이 서울대 구성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사회 문제인지에 대해선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았다. 6면 ‘학술’의 경우, 『광장』의 최인훈 소설가를 기억하는 기사는 좋았지만, 7월 25일 타계하신 뒤 9월 4일에 작성된 기사를 11월호에 실은 것은 타이밍을 놓친 듯했다.

기획 기사에선 음원 스트리밍을 둘러싼 문제점을 다뤘는데, 전반적으로 음원 제작자의 입장에서 쓴 것 같은 느낌을 줘 기존의 신문이나 미디어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다시 정리해 쓴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대학신문인 만큼 최근 음원 스트리밍 비용이 비싸지고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관점에서 살펴보는 신선함이 아쉬웠다. 해외의 경우, 최근 해외의 유명 사건이나 이슈 등을 찾았으면 좋았을 것 같았는데, 갑자기 바그너 이야기가 나와 당황했다. 그래선지 여름 방학의 기행문이 뒤늦게 등장한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지역 브랜드에 대해 다룬 마지막 면은 16면으로 구성된 대학신문에서 한 면 전체를 차지할 만큼 의미 있는 문제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았다. 16면은 신문을 감싸는 겉면에 해당하므로 때에 따라선 가장 먼저 접할 수도 있는 면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지역 신문에나 나올만한 기사가 보여 순간 이 면이 광고면인지를 확인해보기까지 했다.

쓴소리는 아프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곱씹게 되는 게 쓴소리다. 작은 쓴소리가 대학신문을 더욱 발전시키길 기원한다.

조수남 강사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