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 신청 후 개강 시즌이 되면 학과 카톡 대화방에는 ‘시간표 남는 사람들은 좀 도와달라’는 메시지가 심심찮게 보인다. 자신이 듣는 수업이 폐강될 위기에 처해 일단 수강 신청을 한 후 나중에 수강 취소(드랍)를 해 달라는 것이다. 특히 소속 학생이 적은 과들은 한 학기에 폐강되는 수업이 상당히 많다. 학생들에게 생소한 과목이나 전공필수 과목 이외의 강의는 더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많은 학생들은 폐강을 막을 수 있는 ‘최소 수강 인원’을 채우기 위해 다른 학우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심지어 군대에 가거나 휴학을 한 동기나 선후배의 아이디를 빌려 수강 인원을 채우기도 한다.

이처럼 폐강을 면하려 고군분투하는 학생은 많지만, 폐강 기준을 확실히 아는 학생은 많지 않다. 혹자는 5명 이하라고, 혹자는 10명 이하라고 하지만 애매하기만 하다. 똑같이 10명 이하가 신청해도 어떤 과목은 폐강되고 어떤 과목은 폐강되지 않는다. 강의자가 누구인지에 따라서도 폐강 여부는 다르다. 정교수의 강의인 경우 인원이 적어도 폐강 기준과 관계없이 수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중요한 과목의 경우 학과 사무실에서 ‘심폐소생술’을 하듯 수강생 확보를 위해 노력한다. 때로는 학과 사무실에서 학생들에게 수강 신청을 정식으로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비전임 시간강사의 강의인 경우 수강 인원에 예민해 기준을 맞추지 못한 상당수 강의는 폐강된다.

매 학기 정원 중에 몇 명이 수강 신청했는지를 살펴보며 폐강이 될지 안 될지 고민하는 학우들도 있다. 그러나 폐강 기준은 교수의 재량과 학과 사무실의 판단에 따라 변동 사항이 생기기에 예측은 쉽지 않다. 게다가 계절학기 강의의 경우 기준은 더욱 모호한데 학과 사무실이나 수강 편람에서도 이에 대해 정확히 얘기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폐강 기준에 대해 제대로 아는 학생은 손에 꼽을 만하고, 어떤 학생은 갑작스레 폐강을 통보받기도 한다.

이는 학생이 원하는 수업을 들을 권리, 학생이 적더라도 교수가 수업을 진행할 권리 그리고 강의 진행의 효율성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얽혀 있다. 이들 중 어느 하나도 무시할 수 없기에 폐강 기준에 변동이나 예외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럼에도 폐강에 관한 기본적인 기준이나 원칙은 명확히 공지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를 들어 최소 수강 인원은 N명이지만, 전공 필수 과목이거나 몇 년에 한 번씩 열리는 과목이면 폐강될 수 없다는 걸 공지하는 방법도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명확히 알려준다면 학생들이 수강 신청을 할 때 보다 확실히 강의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간신히 폐강 위기를 넘겼더라도 학생들의 수강 취소(드랍) 등으로 수강인원이 줄어든 상황이라면 자동으로 절대 평가가 되는 장치 등도 필요하다. 현재 신청 인원이 극소수인 강의라도 절대평가인지 상대평가인지 확실하지 않아 혼란을 겪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수강생이 적은 강의는 폐강 위험과 평가방식 때문에 학생들이 쉽게 선택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확실한 공지를 통해 학생들이 폐강 기준과 평가 방식에 대해 미리 알 수 있게 해, 그들이 수강생이 적은 강의라도 부담 없이 수강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최하은

중어중문학과·16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