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길 기자
취재부

『대학신문』에 들어오고 몇 주 후, 첫 기사를 쓰며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내 기사가 『대학신문』에 실린다는 사실이었다. 이게 무슨 바보 같은 소리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내 기사가 매주 아침 학내 곳곳에 놓인 신문에, 또 인터넷에 서울대의 사실을 전달하는 기록으로 남는다는 걸 그때 실감했다. 이를 처음 느꼈을 땐 무서워서, 내 기사가 나오기까지 모자람을 채워주고 도와주는 선배와 동기들이 주변에 있단 것도 심정적으로 위로가 되지 않았다.

취재를 시작한 날부터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한 입장의 사람들이 학내 곳곳에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럴 때마다 내가 부족해서 누군가의 목소리를 지워버릴까 무서웠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전략은 나를 숨기고 이야기를 수집하는 것이었다. 누구를 만나든 그의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들으려 노력했고, 내 질문에 개인적인 신념이 담기는 것을 최대한 경계했다. 또 내가 기사를 어떻게 쓰고 싶은지, 무엇을 강조하고 어떤 물음을 던지고 싶은지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충실하게 취재하면 괜찮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건 이번 취재에서 문제로 터져버렸다. 무기계약직 전환에 대해, 정규직 전환에 대해, 비정규직에 대해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불특정 다수에게 드러나는 것이 두려웠다. 최대한 다양한 곳에서 충실하게 취재를 하다 보면 수집한 문장들이 모여 독자에게 의미 있는 기사가 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읽는 사람들을 위한 기사로 바꾸는 일엔 소홀해졌다. 아무리 계획을 구체적으로 짜더라도, 글의 구성은 수시로 바뀌었다. 주관을 갖고 나서서 글을 엮어내지 않는다면 글은 둥둥 떠다닐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내가 매번 노동자 한 분 한 분을 진심으로 대하며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런 상태에선 취재원에게도, 독자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음을 깨달았다. 내 고집이 들어갈까 두려웠지만, 나를 보이지 않겠단 또 다른 고집이 그분들에게 상처를 준 것이다. 싣지 못한 이야기들, 글에 붕붕 떠있는 이야기들을 시간을 내어 해주신 분들을 생각하면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번 취재 도중엔 지쳐있는 분을 만났다. 그분은 이변이 없다면 일주일 뒤면 직장인 서울대를 떠난다. 일하는 기관에선 그분을 오랫동안 고용할 정도로 재정이 안정적이지 않았다. 그분은 그저 운이 없고 마는 사람인 걸까? 그분은 왜 다음 주에 학교를 떠나야 할까? 오랜 세월 학내 기관은 부득이한 사정을 대면서 그에게 사정을 봐달라고 부탁했다. 재정이 어렵다, 조직이 힘들다고 할 때마다 그분은 사직서를 냈는데, 정작 그분이 힘든 지금 그의 사정을 봐주는 이는 어디에도 없다고 하셨다.

앞으로도 난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계속 수집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젠 거기서 멈춰 아무에게도 닿지 못할 이야기들을 그저 글로 뱉는 사람으로 남지 않겠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독자 앞에 내가 묻고 싶은 물음을 던지는 기자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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