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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실의 예술가: 41년차 베테랑 김상철우리 학교 베테랑
  • 주시현 기자
  • 승인 2018.11.25 09:57
  • 수정 2018.11.2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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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재는 10년 이상 우리 학교 구석구석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베테랑’ 직원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기획됐다. 『대학신문』에선 총 여섯 명의 베테랑을 만나볼 예정이다.

점심시간에도 붐비는 학관 CP게이트에서 김상철 실장을 만났다. 처음엔 긴장한 모습도 조금 있었지만 시 간이 지나면서 41년 차 베테랑답게 인터뷰에서도 노련한 모습이 엿보였다.

오늘의 인터뷰이는 조금 특별하다. 지금까지의 모든 ‘베테랑’이 서울대에서 새로 일을 시작하면서 점점 베테랑이 된 이들이라면, CP게이트 김상철 실장은 서울대에 자리를 제의를 받기 전 이미 30여 년 동안 복사 및 제본업에 종사한 실력자였다. 국립중앙도서관 복사실에서 책임자로 지내던 그는, 10년 전 서울대로 터전을 옮겼다. 김상철 씨는 학생회관 CP게이트에서 일하면서 중앙도서관, 법대 등 학내 곳곳의 복사기를 10여 명의 직원과 함께 관리한다. 오늘도 그는 41년째 갈고닦은 실력을 서울대 구성원을 위해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일과를 소개해 달라=정규 근무시간은 매일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지만, 보통 8시 20분에 도착해 가게 문을 연다. 9시에 시작하는 수업이 많다 보니 그 전부터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고 있는 학생이 많다. 업무시간엔 복사, 제본, 그리고 학기 말 논문제작까지 CP게이트 내 다양한 작업을 총괄한다. 작업 대부분은 다른 직원도 할 수 있지만, 재단기를 다루는 것과 같이 나만 할 수 있는 일도 있기 때문에 자리를 오래 비우기 힘들다. 그래서 점심은 보통 학생회관에서 빠르게 해결한다. 저녁에 학생회관 외의 복사기를 관리하는 직원들이 돌아오면 하루 업무를 정리한다. 직원들이 다 퇴근한 후에도 늦게 찾아오는 학생을 위해 조금 더 자리에 남는다. 셔틀버스 막차를 타기 위해 7시 전에 서둘러 퇴근한다. 하지만 때때로 막차를 놓쳐 정문까지 걸어가기도 한다. (웃음)

◇어떤 일을 주로 하는가?=출력, 복사, 제본 그리고 재단이 주된 일이다. 출력은 학생들이 하는 것을 옆에서 도와주는 정도다. 복사는 기계가 자동으로 처리하기도 하지만, 도서관 책과 같이 분해해 낱장으로 복사할 수 없는 경우엔 페이지를 일일이 스캔해야 한다. 이때 각 페이지의 중심이 정확히 맞게 복사하는 것이 기술이다. 제본은 스프링 제본과 본드 제본으로 나뉘는데, 스프링은 제작이 쉬운 것에 비해 본드는 조금 더 정교한 작업이 필요하다. 정확하게 각을 잡은 뒤 제본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단의 경우, 학교 행사가 있을 때 대량으로 식권을 자르거나 선거철에 투표용지를 자르곤 한다. 재단기를 쓰는 건 워낙 위험한 작업인데다 많은 힘을 요해 섬세한 손길이 필요하다.

◇일을 할 때 지키는 신념이 있다면?=복사도 내겐 하나의 작품이다. 서울대 구성원 모두 각 분야에서 최고의 사람들인 만큼, 나 역시 그에 걸맞게 작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복사실은 최상의 장비를 갖춰야하는 건 물론, 직원 역시 그 장비를 잘 다룰 수 있는 최상의 솜씨를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매 작업에 임한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작업하는 것도 중요하다. 바쁜 학생들을 오래 잡고 이야기하지 않아도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프로다. 누가 봐도 인정할 만한 작업물을 내, 작업을 맡긴 사람 모두 ‘정말 잘 됐다’고 생각하며 기분 좋게 문을 나섰으면 좋겠다.

◇일하며 힘든 점은 없나?=일의 양이 굉장히 많이 줄었지만 복사비용은 그대로다. 각 연구소에 복합기가 많이 들어와, 복사실을 찾지 않고도 출력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현재 우리나라의 복사비용은 한 장에 40원으로 책정돼 있다. 이는 IMF 사태 때 10원이 오른 이후 21년째 동결된 가격이다. 하지만 인건비와 물가는 그동안 많이 올라 재정적 어려움이 적지 않다. 올해에도 최신 기계 2대를 구비하는 등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부 업체로 일이 많이 넘어가고 있어 고민이다.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게 쉽지 않다.

◇서울대에 남은 추억이 있다면?=서울대에서 보낸 모든 순간이 추억이다. 남들은 돈을 내고 등산하는 관악산에서 돈을 받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다양한 학생들을 만났다. 어렸을 때부터 학생을 만나는 일이 참 좋았다. 그 때문인지, 친구들끼리 모이면 모두 내가 가장 젊어 보인다고 한다. 학생들과 지내며 젊게 살다보니, 육체도 젊어진 것 같다. (웃음)

사진: 유수진 기자 berry832@snu.kr

주시현 기자  sihyunjoo@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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