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학내 자체직원의 정규직 전환을 살펴보다

서울대엔 ‘자체직원’이라 불리는 약 1,300명의 직원이 있다. 학내 각 기관은 각자 진행하는 사업에 맞게 ‘자체적으로’ 재원을 마련해 자체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이들 자체직원 중 기간제 계약직, 일명 ‘비정규직’ 자체직원은 약 670명으로, 이들은 지난해 발표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의 정규직 전환 대상자이기도 하다. 정규직 전환 1년, 서울대 기관에 자체적으로 고용된 비정규직 직원들은 모두 정규직이 됐을까? 『대학신문』에선 학내 기간제 계약직 자체직원(기간제 자체직원)의 무기계약직 전환과 관련한 문제들을 짚어봤다.

1. 기간제 자체직원 무기계약직 전환, 들여다보니

지난해 7월 고용노동부는 △기간제 근로자와 파견·용역 근로자의 무기계약직, 직고용 전환 △기존 무기계약직의 처우 개선을 골자로 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과 함께 당시 정부는 늦어도 올해 상반기까지 일부 예외를 제외하곤 중앙정부, 지역자치단체,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국공립 교육기관 등에서 근무하는 파견·용역 근로자는 직접 고용으로, 9개월 이상 상시·지속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제 근로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표1> 지난해 7월 발표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이다. 자료제공: 고용노동부 정책자료실 홈페이지


간접고용직의 경우 본부는 지난 2월 파견·용역 노동자의 직고용을 결정했다. 본부와 파견·용역 노동자 대표자, 전문가로 구성된 ‘노사 및 전문가 협의회’는 청소, 경비, 기계, 전기, 영선, 소방, 통신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직원 763명을 직접고용하고 정년을 보장하는 것에 합의했다. (『대학신문』 2018년 2월 26일자)국공립 교육기관에 속하는 서울대도 정부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에 해당돼, 올해부터 정규직 전환 논의를 시작해왔다.

이후 전환 대상 노동자들은 계약 종료 시점에 맞춰 총장 발령 무기계약직 직원으로 직접고용되고 있으며, 이들의 임금 및 처우 수준 결정을 놓고 노사 간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또 다른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인 기간제 자체직원의 무기계약직 전환은 지금까지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고용노동부에서 지난 9월 공개한 ‘가이드라인 적용대상 기관(853개소)의 정규직 전환 실적 자료’(8월 31일 기준)에 의하면, 76개 교육기관 중 기간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곳은 서울대가 유일했다.

인사교육과는 서울대의 무기계약직 전환 절차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현재 총장이 부재한 상황이다 보니 어려움이 있다”며 “거기에 시설관리직을 직고용으로 전환하고 비학생 조교를 총장 발령의 학사운영직으로 전환하는 등 다른 무기계약직 전환이 이미 진행되고 있어 시간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2. 관리의 사각지대 속 기간제 자체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걸린 문제를 이렇게 소홀히 다뤄도 되는가”

지난달 23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서울대의 비정규직 노동자 관리 현황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질의에서 나온 말이다. 국정감사 질의과정에선 △산하 기관의 비정규직 노동자 현황이 파악되지 않은 점 △비정규직 현황을 각 산하 기관의 보고에만 의존하고 있는 점 △기관에 모든 것을 맡긴다는 점 등 본부가 비정규직 직원 관리에 있어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점적으로 지적됐다.

<표2> 위는 고용노동부 ‘공공부문 1단계 기관 정규직 전환 추진실적 공개자료(180928)’ 중 서울대 현황(2018년 8월 31일 기준) 자료, 아래는 국회 교육위원회 종합감사에 서울대가 제출한 ‘서울대학교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현황(’17~’18)’(2018년 9월 기준) 자료다. 서울대의 기간제 노동자 인원은 두 자료에서 동일했으나, 상시·지속 업무를 하는 노동자와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 노동자 인원은 차이를 보였다. 한편 아래 표의 정규직 전환 완료 대상엔 가이드라인과 별개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야 하는 직원과 학사운영직으로 전환된 조교 등이 모두 포함돼있다. 자료제공: 고용노동부(위),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아래)

실제로 본부는 서울대 정규직 전환을 총괄해야 하는 위치에 있지만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올해 8월 31일을 기준으로 하는 고용노동부의 ‘정규직 추진실적 자료’엔 서울대의 상시·지속 노동자는 268명, ‘전환 계획’에 포함된 노동자는 111명이라고 적혀있다. 그런데 올해 국정감사에 제출된 ‘서울대 비정규직 현황 자료’에 의하면 올해 9월을 기준으로 서울대의 상시·지속 노동자는 200명, ‘전환 대상’인 기간제 근로자는 200명이었다. 한 달도 안 되는 시간동안 정부와 국회 각각에 보고된 인원이 각각 68명, 89명씩 차이나는 것이다.

학내 기간제 노동자 현황 파악이 미흡한 점에 대해 인사교육과는 “정규직 전환 완료 인원에 대해 분기별로 현황을 파악하고 있지만, 정규직 전환 대상 인원을 파악하고 있진 않다”고 밝혔다. 무기계약직 전환의 경우 각 기관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기에 전환 대상의 수까진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인사교육과가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 답변서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현재 서울대에선 각 기관별로 정규직 전환 심의가 진행되고 있다. 인사교육과는 “기간제 자체직원의 경우 본부에서 일괄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결정하지 않는다”며 “계약 기간이 끝날 때마다 각 기관에서 정규직 전환 여부를 먼저 판단하고, 심의 이후 전환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기관 자체적으로 정규직 전환 심의 위원회를 열거나, 일부 본부 부속 시설은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자를 본부에 보고하는 식이다.

그런데 기간제 자체직원의 정규직 전환을 기관 보고에만 의존하다 보니 부당하게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지 않아도 본부가 이를 인지조차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일례로 이번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기간제 자체직원 A씨는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대해 인사교육과는 “A씨의 업무가 상시·지속 업무가 아니라고 판단한 기관의 의견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고, 기관은 A씨가 ”한시적 사업비에 의해 한시적 계약 기간 동안 근무하는 직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A씨는 상시·지속되는 업무를 담당해왔으며, 임금 또한 사업비가 아닌, 간접비로 지급받기로 근로계약서에 명시돼있다. A씨는 “실제론 상시·지속업무를 해오고 있었음에도 무기계약직 전환에서 기관 측 실수로 누락돼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3. 모호한 책임의 경계: 자체직원 문제 개선을 위해선?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기간제 자체직원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최종 관리자인 본부가 먼저 현황을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부는 정부나 국회의 요청이 오면 그제서야 자료를 수합하는 등 기관의 자율이란 이름으로, 기관에 대한 관리조차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에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 질의서를 통해 “서울대가 자료요청을 해야 그제야 관련 자료를 취합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대 자체적으로 정규직 전환 현황이 파악이 안 돼 있다 보니 서울대에 몇 번씩 자료를 요청해야 겨우 결과를 받아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보다 근본적으론 모두 정규직 전환에서든, 일상에서든 부당한 차별이 없도록 비정규직 직원들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일각에선 본부가 더 큰 책임을 지고 기관의 비정규직 직원들을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반올림)에서 활동하는 조승규 노무사는 자체직원 정규직 전환을 비롯한 학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본부가 더 큰 책임을 질 것을 강조했다. 서울대의 경우 ‘자율성’을 이유로 각 기관과 단과대가 자체직원의 노무 관리를 맡고 있지만, 실제로 노동자에게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기관이 직접 책임지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 노무사는 “실질적인 책임을 가진 본부가 기관에 돈만 주고 알아서 노동자를 관리하라는 것은 책임 방기”라고 꼬집었다.

또한 본부가 비정규직 직원들의 업무를 보다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가이드라인 상 정규직 전환 대상인 자체직원의 상시·지속업무의 기준을 정리하는 것은 물론, 전반적인 직무 및 책임 체계를 본부가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직원의 지위별로 담당하는 직무의 종류, 책임의 정도에 대한 어떠한 지침도 마련돼 있지 않다 보니 고용방식부터 임금 책정, 처우 차이까지 그 기준이 모호한 상황이다.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이남신 상임활동가는 “정당한 이유 없이 복지와 임금 등에서 차등대우를 받는 것은 노동자의 입장에선 차별”이라며 학교 전체 차원의 직무체계 정비를 주문했다. 인사교육과 관계자 또한 자체직원의 관리와 관련해 “동일하거나 유사한 직군의 노동자가 가급적이면 공통적 복리후생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계약 시기부터 고려 하는 등 관련 내용을 담은 지침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삽화: 손지윤 기자 unoni0310@ snu.kr, 홍해인 기자 hsea97@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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