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과 공감(Sympathy)
시장과 공감(Sympathy)
  • 대학신문
  • 승인 2018.12.02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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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욱 교수
경영학과

불평등 문제가 전 세계의 화두다. 국가 간 불평등뿐 아니라 국가 내 불평등 문제도 유례없이 심각하다. 이런 문제들은 이론에서 논의되고 있는 추상적 시장과 현실에서 존재하는 실체적 시장 사이에 큰 괴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경제 원리를 체계적으로 처음 분석한 학자는 아담 스미스다. 1975년 국부론 출간 200주년을 기념해 작성된 「타임」지의 기사는 국부론을 ‘자유로운 시장이 어떻게 사회의 최하층 국민에게까지 확대되는 보편적인 부를 창출하는가’에 대한 분석이라고 요약했다. 그러나 비약적 성장이 수반됐던 19세기 산업혁명의 시대에도 이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찰스 디킨즈의 올리버 트위스트에서도 묘사된 참혹한 도시 빈민의 생활상은 지금 존재하는 양극화 문제가 그때도 심각했음을 보여준다.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저술한 시장과 현실의 시장은 왜 이렇게 다른가?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 이외에 『도덕감정론』이란 책도 저술했다. 자신의 묘비에 『도덕감정론』의 저자로 써달라고 했을 정도로 애착을 가졌던 책이다. 이 책에서 아담 스미스는 이타적일 필요까지는 없어도 최소한 공감(sympathy)할 수 있는 선에서 자신의 욕망을 제어할 수 있는 인간을 전제로 했다. 학자들은 도덕감정론에 대한 이해 없이는 국부론의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약자에 대한 공감과 배려심이 있는 인간, 그리고 그들로 구성된 시장, 그 기반 위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경우 시장의 장점은 극대화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공감이라는 원리는 사라지고 도덕감정론의 연장선에서 이해돼야 할 ̒self interest̓라는 개념은 효용 극대화, 이윤 극대화라는 개념으로 치환됐다. 그 결과 공감 없는 무한경쟁만이 강조됐다. 무한경쟁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려면 출발 선상의 평등은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러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이 돼 소수의 놀이터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런 구조에서 가장 큰 이익을 본 사람들은 자신들의 업적을 시장 논리로 포장한다. 그리고 ‘절대 불간섭’을 옹호한다. 아담스미스가 원래 생각했던 시장의 철학과 작동원리를 철저히 유린하고 있는 사람들이 방송이나 매체에서 ‘시장을 거스를 수 없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는 최근 부동산 관련 뉴스는 참으로 씁쓸하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시장이라는 가면을 이용해 자신의 사욕을 교묘하게 숨긴 것이 아닌가.

출발 선상에서 차이가 있는 사람들, 또는 국가들이 경쟁한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파국이다. 현재 EU는 이러한 문제점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생산성이 낮은 남부 유럽과 북부 유럽을 단일 통화권으로 묶고 경쟁시키자 이들 국가 간 경제력 격차는 계속 벌어져 지역 내 양극화가 심화됐다. 급기야 EU라는 판 자체를 깰 수도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스티글리츠는 『불평등의 대가』라는 책에서 현실에서의 시장은 이상적 시장과 달리 불평등, 공해, 오염 그리고 가치의 타락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경제야’라는 선거 구호에 대해 언급하면서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라고 주장했다. 소수에게 집중된 경제력이 정치 권력과 결합돼 시장을 왜곡시킨다면 그 경제에 미래는 없다는 것이다.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를 되새기지 않으면 우리는 또 다른 커다란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무절제한 이기심과 탐욕이 시장이라는 판을 깨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러자면 지금 이 판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최근 가슴이 따뜻해지는 뉴스를 봤다. 폐지를 주우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돕기 위한 우리 학교 학생들의 작은 아이디어에 관한 보도였다. 그분들이 이용하시는 손수레에 작은 광고판을 설치해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고 싶었다는 학생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자기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향한 그 시선이 고맙고 자랑스러웠다. 그들의 공감의 시선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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