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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감상
  • 대학신문
  • 승인 2018.12.02 06:23
  • 수정 2018.12.04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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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영
언론정보학과 석사과정

2018년 한 해가 몇 주 남지 않았다.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단위의 삶에서 이룬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인가.

새해 아침이 채 밝기도 전에 의욕에 가득 차 무리수 가득한 신년 다짐을 적는 것도 몇 년 전부터 그만뒀다. 목표를 세우지 않았으니 일 년이란 시간이 양손에 쥔 모래처럼 금세 사라진 것 같다. 이곳 저곳 정신없이 떠돌다 어느새 관악에 있는 지금이 얼떨떨할 따름이다.

그저 신나고 들떠하던 예전과 달리, 이젠 해가 바뀔 때마다 이대로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해 당혹감마저 느끼곤 한다. 알맹이는 그대로인데 자꾸 바뀌는 나이가, 호칭이 뭔가 잘못된 것 같다. 정해진 게 없다고 너의 길을 가라고 하지만 눈을 떠 맞이하는 아침이 두려운 방황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위기감 속에서 떠오르는 빛나는 순간들이 있다. 좋게 말해서 도전, 나쁘게 말해서 나대기의 순간.

어린 시절, 나는 수업시간 손을 들어 발표하기는커녕 이름만 불려도 소스라치게 놀라던 소심쟁이었다. 어린 소심쟁이는 무럭무럭 자라 어른 소심쟁이가 됐다. 남들 다 간다는 대학도 가고 남들 다 한다는 취직도 했는데 뭔가 들어맞지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몸에 이상이 생겨 모든 일을 그만두자 소속도 소득도 없이 사회에 덩그러니 내동댕이 쳐진 기분이었다. 혼자 고치 속을 파고들었지만 의욕과 무관하게 어쨌든 살아야 했고 살다 보니 전과 다른 방법으로 살아보고 싶었다. 그런데 정작 좋아하는 것, 해보고 싶은 것을 찾고 나서야 이미 너무 늦었음을 깨달았다. 해야 할 일들에 치여 하고 싶은 일들을 놓친 것이다. 누군가 그랬듯이 늦었다고 생각한 때는 진짜 늦은 것이다. 이름 없는 책임과 압박에 남들 다 하는 일,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에만 충실하다가 제 발등을 찧고 말았다. 원망을 하기에도 아까운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가고 있었다. 스스로 속고 속이며 허송세월 보낸 게 억울해서라도 나는 소름 끼치는 절망에서 발을 빼야만 했다. 그래서 소심쟁이는 고치를 벗고 불나방으로 다시 태어났다. 번쩍이는 불빛에 앞뒤 따질 것 없이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후회하더라도 덜컥 저지르는 무모한 도전, 불나방의 정신이다.

물론 불나방이라고 해봤자 소심쟁이 어디 안 간다. 일은 벌써 맡아놨는데 심장이 떨려 쩔쩔 맨다. 수많은 사람 앞에 섰을 때는, 심지어 실수라도 했을 적에는 쥐구멍에 숨고 싶다는 게 이런 거구나, 절실히 체험하고 며칠을 후유증에 드러눕는다. 그래도 다시 뛰어든다. 후회할 걸 알면서도 일단 한다. 도전이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울 만큼 때로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소한 일들도 있을 뿐더러 카테고리도 들쑥날쑥 다양해서 스펙이라고 내세울 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선택으로 좌충우돌 겪은 일들은 오롯이 나의 순간이다. 덜컥 저지르고 한 후회나 실패조차 나 자신을 이해하고 성장하는 거름이 된다. 공부를 하겠다고 학교에 와서 정작 무엇을 했냐고 묻는다면 여전히 덜컥 저지르기가 아닌가 싶다. 심장이 남아나지 않는 순간들에 스스로를 던지고 발광해 내 방구석이라도 밝히는 행복한 불나방이 될 것이다.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 하는데, 이렇게 글을 기고한 것만큼은 올해 또 하나의 수확이 아닌가 싶다. (사실 글을 써 넘기면서도 심장이 조금 많이 아팠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나는 불나방이니까.)

내일이 없이 순간만을 사는 불나방은 이만 떠난다!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해피 뉴이어!

대학신문  snupress@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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