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개혁을 둘러싼 대법원 내외부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대법원이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사발위)를 구성해 사법농단 재발 방지를 위한 건의문이 채택되고 외부 인사가 포함된 ‘사법발전위원회 건의 실현을 위한 후속추진단’(후속추진단)을 꾸려 자체 개혁의 정당성을 내세울 때까지만 해도 사법부 개혁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 후속추진단이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대법원장 권한의 상당 부분을 외부 인사가 참여한 사법행정회의로 이관하는 사법행정 개혁안을 내놓자, 김명수 대법원장은 한 달 동안 법원 내부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사법부 개혁안을 담은 법안의 연내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지게 됐다. 사법부 개혁을 향한 김명수 대법원장의 이런 태도에 대해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우선 김명수 대법원장은 자신이 약속했던 개혁 내용을 유예시키는 태도를 보였다. 지난 9월 20일 그는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하며 “법원행정처를 법원사무처와 대법원 사무국으로 분리·재편하고, 사법행정에 관한 권한은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사법행정회의에 부여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자신이 약속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후속추진단의 개혁안을 유예했으며 이 때문에 연내 정기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힘들어졌다. 개혁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그의 이런 태도는 사법부가 성공적으로 개혁을 완수할 수 있을지 의심을 갖게 한다.

더욱이 개혁이 지연되면서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 사법농단이 밝혀지고 그것에 대처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국민은 사법부가 스스로 개혁해 자정할 수 있다는 믿음을 잃어갔다. 기득권을 틀어쥔 고위법관들이 사법농단에 대한 형사 고발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법관회의 내에서도 연루 판사에 대한 탄핵 여부를 두고 분열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후속추진단이 외부 인사를 영입해 꾸려진 배경엔 법원행정처 셀프 개혁 논란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의견 수렴 기간 동안 사법부 내 기득권 세력이 개혁을 저지한다는 국민의 의심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정농단이 드러난 사법부의 개혁은 대법원과 법관들만의 일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도 사법부 개혁 이슈가 활발히 다뤄지고 있다. 그러나 개혁을 향한 마땅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자체 개혁의 동력도 개혁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떨어지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개혁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받고 있는 김명수 대법원장은 개혁안의 실효와 장단점을 고려해 시급히 입장을 표명하고 개혁에 진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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