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시현 기자
취재부

베테랑이 끝났다. 3번째 인터뷰를 할 때쯤 절반이 너무 금방 지난 것 같아 놀랐는데 눈 한 번 깜박이니 마지막 인터뷰만 남아 있고 또 한 번 깜박이니 그마저도 없었다. 끝나면 시원하거나, 섭섭하거나, 시원섭섭하거나 셋 중 무엇 하나는 할 줄 알았는데 그런 감정 하나 없이 고민만 많다. 여러모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지난 연재를 되돌아봤다.

나는 베테랑을 시작할 때부터 이 연재가 어떤 모습일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누굴 인터뷰할지, 어떤 사진을 찍고, 또 어떤 질문을 할지. 심지어 어떤 답변을 받을지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확신이 있었다. ‘베테랑’이라는 제목도 그러한 거만한 확신에서 나왔다. 내가 생각하는 노동자, 혹은 부끄럽지만 ‘이상적인’ 노동자의 모습은 오랜 경력으로 자신만의 노하우를 갖고, 항상 더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며, 힘들지만 그래도 이를 긍정하며, 학생을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 말 그대로 ‘베테랑’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알맹이 같은 요소로 본부에 개선해야 할 지점을 인터뷰이가 날카롭게 지적해 준다면 화룡점정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실제로도 내가 만난 ‘베테랑’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 그 이상으로 따뜻하고 서울대에 대한 오랜 추억과 역사를 간직하고 있고, 또 가끔은 개인적인 아픔과 그것을 긍정할 힘도 있었다. 또 그들은 학생들을 진정으로 아꼈으며, 많지는 않았지만 노동환경에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함께 집어줬다.

하지만 11매짜리 짧은 인터뷰인데 속기록은 대부분 5쪽이 넘었다. 그러면 많은 부분이 잘려나갔지만, 그중 가장 먼저 나간 것은 나의 이 ‘노동자’ 이미지와 부합하지 않은 부분들이었다. 사실 인터뷰에 들어가기 전에 ‘베테랑’은 이미 상당 부분이 정제돼 있었다. 예컨대, 어느 한 직종은 현재 부서에서 정규직 협상을 진행 중이어서 인터뷰를 허락받지 못했다. 아마도 그런 협상 중 인터뷰를 하면 학교에 대한 불만이나 요구가 나오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을 그분이 이용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 듯했다. 나는 쿨하게 알았다고 했다. ‘그런 것도 신문으로서 담아야 하는 거 아니야?’하고 누군가 물을 수도 있겠지만 딱히 그 상황에서 갈등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터뷰 중에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기대한 답이 안 나오면, 나는 ‘추가 질문’이라는 명목하에 그 부분을 더 물어봤다. 특히나 학교나 학생과의 좋은 추억을 물을 때 그랬는데 아직도 나는 그것이 조금 부끄럽다.

이렇게 기사를 쓰는 과정에서 내가 취재 윤리를 어겼던 것이 아닐까 하는 겁이 덜컥 든다. 그래서 이쯤에서 내가 쓴 베테랑 인터뷰 그 어디에도 거짓말 혹은 과장도 없었음을 밝힌다. 내가 만난 이들의 모습을 그대로 잘 담으려 노력했었다. 다만 ‘처음부터 너무 편견으로 가득찬 인터뷰를 시작한 것은 아닐까?’ ‘내가 그 이미지를 고집하면서 본의 아니게 지워버린 그분의 모습이 있지는 않았을까?’ 혹은 ‘내가 담을 수 있었는데, 담을 생각조차 하지 않아 묻지조차 않은 질문들이 있었을까?’ 하는 물음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고민이 많은 하루다. 다음부턴 더 잘하겠다는 제일 쉬운 말로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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