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학술 특집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으로 오늘날 '페미니즘들'을 써내려가면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으로 오늘을 들여다보다
  • 이승연 기자
  • 승인 2018.12.02 16:50
  • 수정 2018.12.05 13:46
  • 댓글 2

오늘날 ‘페미니즘들’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페미니즘을 지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페미니즘들’은 점차 단일한 이론이나 틀로 규정할 수 없는 모습을 드러내며 다양한 논의를 이끌고 있다. 그중 혐오 문제가 수면 위로 빠르게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표면적인 현상에만 시선이 쏠려 균형 잡힌 시각을 갖지 못한다면 문제의 근본에 묻혀 있는 원인을 놓칠 수 있다. 이 때문에 물적 토대에 주목해 보다 거시적이고 구조적인 시각으로 여성 문제를 바라본 마르크스의 이론으로 경제적 문제와 페미니즘이 연관된 지점을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대학신문』에서는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의 역사적 흐름을 살펴본 뒤, 현재 사회의 이슈들을 어떻게 분석할 수 있을지 살펴보고자 한다.

마르크스가 시작하지 않은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의 시작점엔 마르크스주의 창시에 기여했던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있다. 독자적으로 여성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던 마르크스는 ‘사적 유물론’을 주장하며 경제적 요소로 구성된 물질적 토대가 정치, 문화, 법, 예술 등의 비물질적 측면을 포괄하는 상부 구조를 결정한다는 경제결정론을 제시했다. 엥겔스는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에서 ‘토대’와 ‘상부 구조’로 대표되는 마르크스의 이론적 체계에 입각해 가족의 변천사와 여성 억압의 시초에 대해 분석했고, 이는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의 시초로 여겨진다.

엥겔스는 여성 억압의 근원을 사유재산의 출현에서 찾았다. 정인경 교수(경희대 스페인어학과)는 “엥겔스는 가족 형태의 변화 과정을 사적소유의 확립과 연결시켜 일부일처제와 가부장제의 확립을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마르크스는 원시 공산제*에서 고대 노예제*로 생산 양식이 변화하며 사유재산이 출현해 사람들이 상속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과거와 달리 아버지의 혈통이 확실한 아이가 누군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됐고, 이는 아내의 정조를 강요하는 일부일처제로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남편이 아내에게 절대적 복종을 요구하며 가부장제가 출현했다.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은 이를 통해 당대의 여성 억압을 설명하고자 했다. 그들이 봤을 때 근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이 억압받는 것은 부르주아 가족을 뒷받침하는 물적 토대 때문이었다. 정인경 교수는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들은 당시의 부르주아 가족에서 남성이 경제력을 통해 여성을 종속시킬 수 있는 물적 토대를 마련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상속의 대상인 재산이 없어 남성이 가정 내에서 지배를 확립할 동기가 없는 프롤레타리아 가족은 이상적인 형태로 여겨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프롤레타리아 남성도 여성을 억압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또한 엥겔스의 이론은 가족 내부에 존재하는 모순에 주목하지 못했다는 한계를 갖고 있었다. 여성연구소 오현미 연구원은 “엥겔스가 사유재산만을 근원적인 문제로 파악했기 때문에 사유재산 제도가 사라지면 여성 억압도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엥겔스에게 가족은 독자적인 설명력을 지닌 단위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이 페미니즘 물결과 만나면

19세기 중반부터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나타난 페미니즘 운동은 세 개의 물결로 구분된다. 각 물결 안에서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은 대표적 조류가 아니었지만 제1물결과 제2물결을 대표하는 이론들의 영향을 받으며 발전했다. 흔히 자유주의 페미니즘으로 불리는 제1물결 페미니스트들은 교육이나 노동 등 공적 영역에서 성별 사이 간의 불평등을 해소할 것을 주장했으며, 이는 나중에 참정권이라는 최소 요구로 모아졌다. 예를 들어 20세기 초에 영국에서 일어난 여성 참정권 운동인 ‘서프러제트’의 결과로 재산을 갖고 있거나 배우자에게 재산이 있는 30세 이상의 여성에게 참정권이 부여됐다.

여성문화이론연구소 배상미 연구원은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들은 당시의 참정권 운동이 여성 노동자의 생활 상태를 개선해주지 못한다는 점을 들어 자유주의 페미니즘을 비판했다”고 설명했다. 배 연구원은 제1물결이 노동 계급 여성들에게 주목하지 않고 부르주아적인 측면을 드러내며 ‘백인, 중산층, 이성애 여성’으로 대표되는 특권 계급 여성의 권리 보장을 우선시했다는 계급적 한계가 존재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여성권과 노동권이 분리될 수 없는 문제라고 여긴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은 특권 여성의 참정권 보장에 국한된 제1물결 운동에서 벗어나 노동자로서의 여성 해방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은 급진주의 페미니즘이 주를 이룬 제2물결에 의해 비판받으며 한계에 부딪혔다. 당시 여성들은 가족 내의 가사노동이나 출산과 육아에서 자유롭지 못했으며, 노동시장에 진입하기도 어려웠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등장한 급진주의 페미니즘은 섹슈얼리티* 문제에 집중해 논의를 전개했다. 경제구조에 집중했던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과는 달리 그들은 시야를 바꿔 비물질적인 섹슈얼리티 측면에서 여성 문제를 논하기 시작했다. 급진주의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이 겪는 섹슈얼리티 문제와 당시의 가족상이 억압을 행하는 틀로 기능했다고 생각했다. 사회적으로 구성된 성별과 출산의 역할이 여성의 정체성을 제한했기 때문에 여성은 자신의 성적 욕구의 필요성과 정체성을 밝히기 매우 어려웠다.

남성생계부양자가 가정을 주도하고 전업주부 여성은 남성에게 종속되는 형태가 보편적이었던 당시 생산구조가 변화하며 이런 가족 형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급진주의 페미니스트들은 제1물결을 통해 남녀의 법적 권리가 평등해졌음에도 당시 여성들이 여전히 억압받고 있었다는 점을 들어 기존의 가족 제도를 비판했다. 오현미 연구원은 “엥겔스의 주장과 달리 가족 내부에서도 독자적인 모순이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정인경 교수는 “급진주의 페미니스트들은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이 자본주의 논리로만 여성 문제를 환원했던 것을 지적했다”고 말했다. 급진주의 페미니스트들은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이 여성 억압 문제를 부차적으로 여겼다는 점도 비판했다. 정 교수는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들이 여성들을 노동자 운동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여성해방에 대해 논했던 측면이 있다”며 “동시에 독자적인 여성운동이 계급을 분열시키는 행동이라고 생각해 이를 막았다는 점도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이 지니는 한계”라고 밝혔다.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이 제2물결과 맞닥뜨리며 드러낸 한계를 수용하고 보완해 사회주의 페미니즘이 발전했다. 정 교수는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에서 가족을 노동력 재생산의 수단으로만 보고 가족 내부에서 발생했던 성적 억압을 설명하지 못했다는 섹슈얼리티 측면의 비판을 사회주의 페미니즘이 수용했다”고 말했다. 오현미 연구원은 “계급으로 환원할 수 없는 독자적인 성격을 지닌 섹슈얼리티 문제를 분석하기 위해 사회주의 페미니즘에서는 경제 문제와 가족 문제를 모두 고려한 이중체계론을 펼쳤다”고 설명했다.


성별 간 혐오 문제를 거시적 시야로 바라보면

오늘날 사회에서 언급되고 있는 여러 가지 페미니즘 이슈들 중 성별 간 혐오 문제는 점차 극단적인 양상으로 접어들고 있다. 소위 ‘여혐’과 ‘남혐’이라고 불리는 문제는 표면적으로 봤을 때 해결하기 어려운 문화적 문제로 보일 수 있다. 이에 대해 정인경 교수는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의 시사점을 통해 사안을 거시적이고 구조적인 틀로 분석하면 혐오 문제의 사회경제적 본질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구조와 생산방식의 변화에서 시작된 사회적 변화는 성별 간 갈등을 증폭시켰다. 오현미 연구원은 “포디즘(Fordism)*이 붕괴하고 지식 경제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기계화와 자동화가 이뤄져 남성은 일자리와 가족 내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동시에 잃었다”고 말했다. 노동시장에 진출하며 생계유지에 기여하게 된 여성들은 점차 발언권을 갖고 가족 내에서 남성과 대등한 위치를 차지했다. 오 연구원은 “더 이상 남성에게 생계를 의존하지 않게 된 여성들에게 결혼은 선택의 문제가 됐다”고 언급했다. 남성들은 연애와 결혼에 대해 여성들이 권리를 갖게 됐다고 생각하며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1990년대를 지나며 성평등의 제도화를 위한 법적 조치들이 본격적으로 실행되면서 남성들의 불만이 커졌다. 정 교수는 “남성들이 남녀 간 불평등을 인식하지 못한 상황에서 제도와 교육 분야의 성평등을 행한 점이 굴욕적이고 억압적으로 다가왔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성들의 극심한 ‘여혐’에 대응해 여성들이 ‘남혐’이라고 불리는 미러링을 행하며 성별 갈등은 점차 확산됐다. 오 연구원은 “미러링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여성들의 전략일 수 있지만 넓게 본다면 이를 통해서는 문제가 해결되기 힘들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2~30대 사이에선 취업 문제를 기반으로 성별 갈등과 혐오의 기틀이 형성되기도 한다”며 “이는 기성노동자나 대기업과 연관시켜 거시적 경제구조로 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오늘날 과도한 혐오에 대해 감정적인 대응이 이뤄져 문제의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의 근간엔 물적 토대의 변화가 숨겨져 있다. 배상미 연구원은 “마르크스주의에 입각해 물질적인 토대를 기반으로 여성 문제를 분석하기 위해선 이것이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문제와 얽혀 있는 지점을 잘 파악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오현미 연구원은 “구조적 맥락의 이해를 통해 분노와 혐오의 뿌리를 파악한다면 분노의 악순환을 벗어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소모적인 논쟁을 벗어나 에너지를 다른 곳에 집중한다면 문제 해결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페미니즘에는 다양한 분류가 있고, 한 시각으로 모든 현상을 설명하고 해결할 수는 없다.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도 그 한계가 분명히 드러났으며 해당 이론만으로 현재 사회의 모든 페미니즘 이슈들을 분석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이 자본주의 구조 비판에서 시작해 거시적이고 구조적인 측면을 봐야 한다는 점을 제시해줬다는 것은 의의로 볼 수 있다. 토대에 대한 분석이 페미니즘 이슈에 제시한 의의를 오늘날의 페미니스트들이 고려해 더욱 풍성한 논의를 이어나가길 기대해본다.

*원시 공산제: 마르크스의 이론에서 기본적 생산수단인 토지가 사회적으로 소유됐던 원시적 체계를 의미하는 용어

*고대 노예제: 마르크스의 이론에서 생산력의 발전과 분업의 진척 결과로 사적소유가 나타나며 형성된 사회 체계를 지칭하는 용어

*섹슈얼리티: 생물학적 성별과 함께 사회가 성별에 따라 요구하는 역할, 성욕, 성애의 대상 등 넓은 의미의 성(性)을 지칭하는 용어

*포디즘(Fordism): 1913년 포드에 의해 개발된 대량생산관리 시스템

삽화: 권민주 기자 kmj4742@snu.kr

이승연 기자  dusaltjd123@snu.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승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2
전체보기
  • 뭔 잡소리를ㅋㅋㅋ 2018-12-19 12:40:48

    중립적이게 보이려고 마르크스니 뭐니 데리고 왔다만 결국 본질은
    갓울어진 갓동장 얘기 반복 아니냐;;;
    이게 왜 기사이고 옆에 뜨는건가요?   삭제

    • 애독자 2018-12-13 16:00:44

      기초 자료조사 자체부터 부족한 기사네. 일부는 맞지만.맑스 페미니즘인 지들이 갖다 붙인 거고....애시당초 맑스 따라하는 초기 연구자들은 페미니즘은 유사사상이었지. 페미니즘 들고 나온 애들이 거기다 갖다 붙이고 싶어서지.   삭제

      여백
      많이 본 뉴스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