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시간강사의 처우 개선을 위한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강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10년부터 8년간 계속된 강사법 개정 시도가 막바지에 다다른 것이다. 이번 강사법 개정안은 2011년 국회를 통과했으나 시간강사와 대학 모두의 반발로 유예됐던 ‘시간강사의 처우개선을 위한 법안’을 보완한 안이다. 『대학신문』에선 오랜 시간 동안 사회적 난제로 지적받아 온 시간강사 문제가 이번 강사법 개정을 통해 개선될 수 있을지 살펴보고자 한다.

◇끝이 보이는 8년간의 사투=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입법 노력은 지난 2010년 한 시간강사가 자신들이 처한 열악한 현실을 고발하며 목숨을 끊은 이후 시작됐다. 그러나 2011년 최초로 통과된 ‘시간강사의 처우 개선을 위한 법안’(기존 강사법)은 강사 단체, 대학 모두가 반발해 8년간 무려 4차례나 시행이 미뤄졌고, 결국 2019년 1월까지 시행이 유예됐다. 그 사이 시간강사의 처우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많은 강사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현직 시간강사인 A씨는 “6년째 강사 일을 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 강의를 계속 맡을 수 있을지 더 불확실해졌다”며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건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번 강사법 개정안은 이해당사자들이 모인 협의회에서 합의된 안을 기초로 작성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 지난 9월 시간강사와 대학, 정부가 추천한 전문가들이 포함된 ‘대학 강사제도 개선 협의회’(강사제도 협의회)는 논의 끝에 개선안을 발표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발의된 것이 이번 강사법 개정안이다. 이는 시간강사와 대학 모두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반발만 샀던 기존 강사법에 비해 진일보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강사법 개정안, 무엇이 바뀌나?=강사법 개정안은 법적으로 대학 시간강사의 교원 지위를 명시하고 그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강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강사는 법적으로 교원 지위를 부여받고 1년 이상의 임용기간을 보장받으며, 별다른 결격 사유가 없다면 3년까지 재임용 절차를 보장받는다. 또한 강사의 소청심사*권이 법에 명시돼 강사가 직접 부당해고나 부당징계 등에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이외에도 강사는 방학기간 중에도 임금을 받을 수 있게 되며, 대학은 강사를 임용할 때 임용기간과 임금 등의 사항을 명시한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유예돼 온 기존 강사법은 당초 내년 1월 1일 시행 예정이었으나 강사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8월 1일로 시행이 미뤄졌다.

이번 강사법 개정안의 취지에 대해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강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른미래당 이찬열 의원은 “일명 ‘보따리장수’로 불릴 정도로 열악한 처우에 내몰린 시간강사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강화를 위한 것”이라며 발의 의도를 밝혔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임순광 위원장은 “이번 개정안은 저임금 불안정 노동에 시달리던 시간강사에게 처우 개선 방안과 고용 안정 대책이 조금이나마 마련됐다는 점에서 이전 강사법보다 개선됐다”고 말했다. 자연대 이준호 학장(생명과학부)은 “그동안 고생해온 시간강사의 처우 개선에는 당연히 명분이 있다”며 “강사법 개정 자체는 반대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시간강사 A씨 역시 “시간강사를 아예 뽑지 않는 등 학교가 개정안을 악용하지만 않는다면 개정안의 취지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강사법 개정안 앞에 마냥 장밋빛 미래가 펼쳐져 있는 건 아니다.

표①: 강사법 개정안 중요내용 신구문 대조

◇강사법 개정안, 부작용은 없나?=가장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강사법 개정 이후 오히려 시간강사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교육의 질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강사법이 아직 시행되진 않았지만 많은 대학은 이미 강의를 대형화하거나 시간강사 고용 자체를 축소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난달 13일 「조선일보」는 서울 시내 주요 대학 21곳 중 16곳이 내년부터 강사를 줄이는 안을 추진·검토하고 있었다는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시간강사 고용의 최소화를 목표로 하는 고려대의 대외비 문건이 유출돼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학원장협의회는 ‘개정 강사법에 대한 서울대 학장, 대학원장의 입장’(학원장협의회 입장)을 발표해 강사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사회대 이봉주 학장(사회복지학과)은 “시간강사의 처우나 지위를 개선하고자 하는 강사법 개정안의 취지에는 절대적으로 동의하나 제도 변화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교육부의 재정 지원 등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유연한 강좌 개설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도 재정 문제로 지적된다. 강사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모든 강사를 최소 1년 이상 임용해야 하기에 교양 강의를 원활하게 개설하는 것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서울대 B교수는 “교양 강의의 경우 당시 학기 단위로 시의나 사회 흐름에 맞는 강좌를 개설한다”며 “강사 한 명을 1년에서 최대 3년까지 고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강사법 개정안이 학문후속세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만약 개정안 시행 후 시간강사 고용이 줄어들면 경력이 많은 시간강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생겨 학문후속세대가 대학 강단에 서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원총학생회(원총) 이우창 전문위원(영어영문학과 박사과정 수료)은 “학문후속세대가 시간강사로서 임용되는 것을 수월하게 하는 추가적 조치가 고려돼야 하는데 아직 시행령 등을 통해 이를 보완하려는 정책이 분명히 나오지 않는 점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강사법 개정안, 그럼에도 불구하고=일각에선 대학이 문제를 과장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강사제도 협의회 위원장인 이용우 변호사는 “방학 중 강사에게 임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데 필요한 대학별 평균 예산은 1억 원에서 많게는 3억 원 정도로 예상된다”며 “강사 운용이나 비용 모두 큰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님에도 대학이 과도하게 반응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강태경 수석부지부장(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박사과정·18)은 “국공립대의 경우 전임교수 절반이 향후 5년 동안 은퇴한다”며 “줄어들 교수 인건비를 활용하는 등 자체적인 예산 조정도 충분히 가능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선 대학이 함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사법 개정안 시행 이후 예견되는 부작용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용우 변호사는 “정부 차원에서 기존 협의회에서 합의했던 내용을 충실히 반영해 대통령령을 마련하고, 교육부 차원에선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신속한 후속 조치가 이뤄진다면 개정안의 부작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찬열 의원은 “학문후속세대의 강의 기회가 줄어들 것이 우려된다면, 원하는 대학들은 시간강사를 임용할 때 학문후속세대 쿼터를 별도로 만들어 채용하면 된다”며 “대학들은 강사법에 대한 흑색선전을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사법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가장 중요한 예산 지원은 어느 정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선 방학 중 임금 지급 예산 450억 원과 대학 역량 강화를 위한 예산 100억 원이 통과됐고 이는 현재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다뤄지고 있다. 이찬열 의원은 “교육부도 기획재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고, 법안도 통과된 만큼 예산 확보가 한결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은 “대학은 최대한 많은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를 설득해야 하며 예산 당국도 제도의 안착을 위해 적극적으로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강사법 개정안 시행 이후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선 대학과 정부 등 관련 구성원의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강사법 시행과 관련된 모든 주체가 참여할 수 있는 기구를 설치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원총 이우창 전문위원은 “강사법 개정안 시행 이후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문제를 모니터링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기구가 준비돼야 한다”며 “교육위원회·교육부·대학·교수·강사·학생 등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논의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청심사: 행정심판제도의 일종으로 공무원이 징계처분이나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분, 부작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 이를 심사하는 제도

인포그래픽: 이승완 기자 lsw2439@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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