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발 교수들의 평가개선요구 상당부분 받아들여질 듯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실시하는 '학문분야평가'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대교협과 평가 대상 학과 교수들 간의 갈등이 교육부의 중재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이번에 논란이 된 '학문분야평가'는 대교협이 92년부터 매년 2∼3개의 학문분야를 선정해 각 대학 해당학과의 우수 여부를 평가하기 위해 시행해 온 것이다. 교육부에서는 대교협의 평가 결과를 대학평가 및 연구예산지원을 위한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평가대상학과인 경제학, 물리학, 문헌정보학 관련 학과·부 교수들 대부분이 평가방식 개선을 요구하며 대교협의 평가에 응하지 않아 갈등이 계속돼 왔다.

▲지난 5월 대교협의 주최로 열린 '2003년도 학문분야평가추진전략과정' 연수회에서 발표된 평가기준을 둘러싸고 교수들과 대교협간의 갈등이 계속돼 왔다. © 사진출처: 대교협 홈페이지


이에 교육부는 지난 1일(월) 교수 대표단과의 면담에서 ▲대학평가의 근본적 개선 ▲대학종합평가 삭제 ▲학문분야평가 3년단위 실시 ▲대학의 유형별 평가를 통한 특성화 도모 ▲교육부의 적극 개입 하에 교수들과 대교협의 합의된 평가안 도출 등을 약속했다. 대교협에서는 "교육부의 지시가 있는 만큼 조만간 교수들과 논의 과정을 거쳐 합의점을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대교협 평가와 관련한 교수들의 개선 요구가 어느 정도는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인다.


교수들은 지난 5월부터 학과 별로 '대교협평가개선위원회'를 조직하고 ▲대학과 학과의 특수성을 무시한 획일적 평가기준 ▲형식적인 세부 항목에 따른 불필요한 자료 증빙 요구 ▲평가대상기관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은 일방적 평가기준 수립 등의 문제점을 개선할 것 등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 '대교협물리학분야평가개선추진위' 공동대표 정진수 교수(충북대·물리학과)는 "대교협의 평가편람에 따르자면 지난 3년간 있었던 학생들과의 면담 기록까지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며 "대교협은 연구지원을 위해 평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를 위한 평가를 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교수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대교협 측에서는 2차례에 걸쳐 평가편람을 수정해 각 대학에 다시 보냈으나, 교수들은 "분산돼 있던 세부 항목의 번호를 묶은 것에 불과하다"며 이를 거부했다. 추진위의 한 교수는 "대교협이 올해 안에 배정받은 예산을 다 쓰기 위해 평가 시행에만 연연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두철 교수(물리학부)는 "이번 교수들의 대응을 '평가거부'로 단정지으면 안 된다"며 "무조건적인 평가거부가 아니라 평가기준개선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안승문 정책실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교육부의 선전용 평가 시스템에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대학 스스로의 개선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며 대교협과 대학 공동의 노력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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