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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회 대학문학상 대상 수상작
  • 대학신문
  • 승인 2018.12.02 05:00
  • 수정 2018.12.02 05:00
  • 댓글 0

메탈릭 사과꽃 멜로디

밤에는 검은 뭉게구름이 떴고

폭력의 빨간 사과는 한 행상의 트럭에 실려

현수막을 내건 채 도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트럭 안에는 꽃냄새가 진동했어요

빠른 스텝, 빠른 스텝

긴 혓바닥이 그려진 손톱으로 장전하듯 기어를 당기는

행상 아저씨는 멜로딕 스피드 메탈*광

백미러 안에서는 석유냄새가 나!

굉음으로 이리저리 휘어지는 길, 옆으로 불타듯 출렁이는 나무들

울퉁불퉁한 차창으로는 녹슨 칼날들이 날아와 부딪혔고

삐이익- 끼이익-

구멍이 하나뿐인 빨간 주전자가 끓는 소리

터질 듯이 커지는 자물쇠의 동공

처음 손가락을 데인 날을 너무 오래 전에 잊었다오

밤은 갈수록 깊어져 여명은 오지 않았습니다

가루약처럼 조각조각 부스러져 내리던 달

진창 위로 고이는 별빛은 찢어진 침대보를 붙잡고

‘멜랑콜리아’를 외쳐대던 연인들의 약속이에요

터널 속에는 마주 볼 안전거울이 없었고

길게 늘어선 자동차와 오토바이들은

눈을 감고 비장한 동화라도 기다리고 있는 듯 했습니다

타인의 꽃에 닿고 싶어

두들겨대는 음악의 볼륨을 높이며 행상 아저씨는 외칩니다

(검은 벽, 검은 벽 - 쇄빙선처럼 스며드는)

찌그러진 궤도와 솟아오르는 연기

부서진 백미러는 오래된 거미의 역사예요

안에는 기타를 메고 따라오는 오토바이 한 대가 보입니다

하늘엔 짓뭉게구름이 떴고

도로가 끊긴 곳엔 폭죽을 든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황홀한 표정으로 그들은 불을 붙였고

폭발하는 사과들이 어둠 속에서 아찔한 높이로 솟아오를 때마다

걸쭉한 흰자 같은 구름이 흘러 내렸어요

(전율하는 손가락의 온도!)

절벽 너머로 밝아오는 새벽

번쩍이는 아이들의 동공을 가득히 채우는 빨간 파장

*멜로딕 스피드 메탈: 헤비 메탈(Heavy Metal) 음악의 하위 장르 중 하나.

대학신문  snupress@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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