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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회 대학문학상 시 부문 가작
  • 대학신문
  • 승인 2018.12.02 05:03
  • 수정 2018.12.0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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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김효정(자유전공학부·14)

지갑 틈새로 동전 한닢이 뾰죽 흘러나왔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여자는 허리를 굽혔지만 참 이상하게 동전은 자꾸만 모난 곳으로 돌아다녔다. 배꼽 언저리를 톡톡 두드리면 늘 짤랑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러다 가끔 녀석이 정말로 현관에 굴러오는 날이면, 여자는 팔뚝에서 수제비와 수육과 유부초밥을 하나씩 꺼내 그의 몸을 정성껏 닦아주곤 했다.

내내 눈치를 보던 녀석이 조용히 다가왔다. 그는 얇은 허리춤으로 커다랗고 둥근 구름을 그리고는 찰랑히 쓰러졌다. 학 한 마리가 온몸으로 구름을 뚫고 있었다. 어머니는 귀를 막으시며 부침개 뒤집듯 녀석을 뒤집으셨다. 뒷면을 깨끗이 잘 닦으면 앞면이 저절로 드러나게 돼있어. 하지만 어머니 동전은 불투명한 걸요. 어쨌든 너도 뒷면을 좀 보고 살라는 말이다. 다음날 아침 동전이 다시 앞면을 가리켰을 때 어머니는 타이르듯 한숨을 쉬셨다. 널 어떻게 해야 할까, 보아라 저 새도 회색 하늘에 갇혀서 길을 잃었잖니. 그래도 그 애는 제 짝을 찾아내고 말 걸요. 그렇게 해서 언제 제 새끼를 가질까,

내 생각은 안하니. 손끝으로 녀석의 허리를 만지작거리며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열녀전이라, 그래 옛날엔 그런 과부도 있었다고. 나라면 그 엽전으로 좀더 큰 돈을 굴렸을 텐데…… 그때 돼지통에서 큰 돈을 빼가서 죄송해요. 그날 아침 지갑에서 사라진 이만원도 사실 저였어요. 그런 건 하나도 안 중요하다, 이제 어디서든 너만 안 빠지면 돼. 나는 이미 집 나간 동전이지 않아요? 지폐가 되려면 내가 좀더 굴려야 하지 않겠니.

동전에서 조금씩 뼛가루가 날리기 시작했다. 나는 조용히 고백했다. 어머니보다 구름이 좋아요. 갑자기 벼락이 떨어졌다 내가 널 어떻게 만들었는데, 눈을 감아도 나는 네 생각이 난다. 어머니 저는 눈을 감으면 꿈을 꿔요 어머니랑 여행하는 꿈을. 근데 어머니 생각을 할 때마다 꿈이 까맣게 타고 말아요. 그래 지갑을 닫아달란 말이지.

침대 밑으로 돋보기안경이 떨어지자 마침내 어머니는 동전 줍기를 포기하셨다. 동전은 잠시 빙글빙글 돌더니 앞뒤로 날카로운 소리를 내지르며 납작하게 쓰러졌다. 채 닫히지 않은 지갑에서 동전이 와르르 쏟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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