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학문학상의 희곡·시나리오 부문에 응모한 작품은 희곡 2편, 시나리오 3편이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시나리오 부문에 응모작이 더 많은 것은, 최근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와 같은 영상 드라마의 인기에 부응하여 이 장르에 대한 창작의 관심이 높아진 탓이라고 하겠다. 영화든 연극이든 공통적으로 드라마는 행동의 양식이다. 이는 곧 인물의 행동을 가시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사건을 진행시킨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때 행동의 핵심은 언어와 이미지이다. 따라서 좋은 대본은 문자 기호를 통해 인물의 행동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하고, 이들 행동을 통해서 사건이 진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사건진행을 통해 삶의 보편성 탐색이라는 주제가 드러나야 함은 물론이다.

두 편의 희곡들은 이러한 사건진행의 면에서 양극의 특징을 보여준다. ‘사할린의 오누이’는 사건진행이 너무 혼란스러워 시공간적으로 압축되지 않은 반면, ‘미러볼’에는 가시적인 사건진행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쉬웠다. 단막극인 만큼 제한된 시공간 내에서 최소한의 등장인물의 사건진행을 통해서 주제를 드러내는 장치가 결여된 것이 공통적인 단점이었다.

세 편의 시나리오는 모두 제한된 분량 내에 나름의 주제를 드러내고자 한 점에서 시나리오의 형식은 갖췄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카메라의 시점으로 사건을 보여준다고 해서 모두 좋은 시나리오가 된다고 할 수는 없다. 영화는 시청각 이미지가 조화를 이루어야 하고, 이중 대표적인 청각 이미지는 우선적으로 인물들의 발화에 근거하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인물들 간의 대화가 중요하다. ‘뭉크는 어디로 갔을까’는 주제를 드러내기 위한 목적에 너무 얽매여 그 수단으로서 동일한 배경의 장면이 반복적으로 제시되었다는 점에서, ‘대리인’은 범죄 영화의 에피소드적인 사건진행에 머물러 주제의식이 미흡하다는 점에서, 공통적으로 언어와 이미지가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당선작으로 선정된 ‘원’은 절제된 언어와 주인공의 내면 심리와 갈등을 상징하는 이미지가 적절히 어울리고 있다. 일상 속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고민과 삶의 방향에 대한 모색을 통해 서울대학생으로서의 주체 탐색의 갈등이 적절히 가시화돼 있다는 점에서 돋보였다. 다만 이러한 이미지들이 보다 압축된 사건과 연결되지 못함에 따라 긴장과 해결이라는 분명한 주제 제시까지에는 이르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양승국 교수(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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