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자는 12명의 응모자가 쓴 총 14편의 단편소설 중에서 「노력, 사」를 우수작으로, 「유기견」을 가작으로 각기 선정하는 데 의견이 합치했다. 올해에는 응모작 대부분이 최근 우리 사회의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청년들에게 그늘을 지우는 여러 문제들을 다루고 있었다. 실업, 연애, 젠더, 가족 해체 문제 등을 주제화하면서 소설은 ‘시대의 창’이라는 변치 않는 진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우리 시대의 젊은이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이 고통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아우성치듯 보여주는 작품들이 주를 이루었다. “보잘 것 없는 젊음”(「궤도 이탈」), “갈 곳 없는” 청춘(「비어버린 둥지」), “날카로운 볼펜으로 손목을 후벼 파”는 아이(「유기견」), “껍데기만 남은” 듯한 존재(「투명인간의 표정」), “허상에 불과”한 ‘나’(「나의 조각들」), “삶이 너무 싫고 우울”해 충동적으로 옥상에서 몸을 던져 유령이 된 여자(「바닐라 스카이」), “죽어서야 살아있었음이 세상에 알려지”(「더 낡은 라오콘을 향하여」)는 취업준비생 등은 우리 사회의 환부(患部)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존재들이다.

「노력, 사」는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는 E. H. 카의 문장을 섬뜩하고 기발한 상상력을 동원하여 비튼 작품이다. 기록과 강연, 글과 말,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대비시키고 연결 지으며 그 안에서 인간의 노력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캐묻는 알레고리적 기법을 높이 살 만했고, 또한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보여줬다. 소설가 이청준의 작풍을 상기시키는 작품이었다. 「유기견」은 2018년 판 「윤광호」(이광수, 1918)라고 부르고 싶은 소설이다. 동성(同性)을 향한 첫사랑이 무참히 꺾인 이후 자살 시도를 했던 한 소년이 ‘호동’이라 불리는 유기견과 아픔을 짧게 교감하는 장면을 서늘한 시선으로 조감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최윤영 교수(독어독문학과)

손유경 교수(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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