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부문에는 두 편의 영화평론, 한 편의 문학평론이 응모됐다. 적은 응모편수는 평론에 관심이 여전히 낮다는 사실의 방증일 것이다. 세 편 모두에 상을 줄 수는 없었지만, 이들의 귀한 시도와 분투를 마음 속 깊이 응원한다는 말을 꼭 드리고 싶다.

‘검, 군화, 운석; 육체를 파고드는 어떤 유령에 대하여’의 필자는 존중받아 마땅한 태도를 갖고 있다. 영화에 대한 자신의 체험을 숙고하고 그 체험으로부터 평론을 시작하는 태도이다. 몇가지 개념으로 영화의 이야기를 정돈하려는 환원적 평론과의 결별 의지야말로 좋은 영화평론의 출발점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하지만 이 체험적 혹은 현상학적 방식에는 동시에 주관적 감흥의 절대화라는 위험이 있다. 이 평론은 그 위험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자신의 감흥을 영화텍스트의 내적 자질과 연관 짓는 시도를 더 치열하게 전개하기를 당부 드리고 싶다.

‘그녀들이 칠해가는 색 - 영화 <히든 피겨스>와 <헬프>에 대한 이데올로기 비판적 비교 비평’은 상반된 장단점을 갖고 있다. 이 필자는 두 영화가 인종주의 비판을 하면서도 젠더 문제에 대해선 둔탁하다는 사실을 객관적이고 설득력 있게 분석해낸다. 하지만 분석 대상이 소설의 서사가 아니라 영화라는 사실에 대한 감안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이 두 응모작은 문장과 구성에서도 아쉬운 느낌이 있었다. 평론이 글의 일이라면 글의 표현력은 평론의 중핵에 속하는 일이다. 그 점에서 문학평론 ‘‘여러 명’의 증언으로 기운 ‘한 명’의 삶이란 조각보 - 김숨의 『한 명』을 중심으로 -’가 단연 돋보였다. 단아하고 명료한 문장과 잘 정돈된 구성이 마음을 끌었으며, 의제 설정도 참신했다. 물론 여러 명의 삶의 조각들을 소설이 한 명의 삶으로 재구성할 때, 그 하나의 삶이 지닌 허구성과 진실성의 문제는 몹시 까다로운 의제이며 이 글이 충분하게 해명했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이 글은 좋은 문제제기이자 궁극적 해명의 출발점으로 의미 있다고 판단된다. 고심 끝에, 이 글을 우수작으로 뽑은 이유기도 하다.

세 필자의 시도에 선배 평론가로서 다시 한 번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부디 그 시도를 지속해주기를 소망한다.

허문영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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