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일
(산림과학부·12)

시나리오를 쓰는 동안 영국의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많이 봤다. 내가 이제껏 접한 영상 이야기 중에 가장 처절하고, 잔혹하고, 끊임없이 관객의 희망을 무너뜨리는 이야기였다. 마음속으로 응원하는 인물들이 갑작스럽게 죽고, 지독히도 악한 인물이 권력자가 되는 세계 안에서 희망 둘 곳을 찾을 수 없었다. 나의 글은 이 드라마에 많이 빚지고 있다.

나는 이야기 안에서 내가 모르는 질문의 답을 구하곤 한다. 나의 경험과 지식이 부족해 스스로 답을 정할 수 없을 때 이야기 속 인물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는다. 좋은 이야기는 우리와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지거나 나아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이야기인 것 같다.

‘원’을 그리며 내가 품은 질문은 명확하지 않았고, 어렴풋한 질문에나마 자신 있게 답을 내놓을 수도 없었다. 다만 여기에 길이 보이지 않는 어떤 문제가 있다는 강렬한 감각에 의지해 이야기를 지었다. 나의 언어로 확고한 질문을 던질 수 있을 때까지 이 감각을 예리하게 유지하고 싶다.

정말 작은 이야기지만, 소중한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완성할 수 있었다. 언제나 나의 편이 돼주는 가족과 내 일상의 채도를 높여주는 친구들, 그리고 좋은 이야기를 만드는 모든 이들께 감사를. 지난 이 년간 나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주고 이야기의 모티브가 되어준 혜리, 함께 지내며 친구처럼 편하게 이야기 주고받는 누나, 영화로 맺어진 친구 H에게 특별히 감사하다. 모두가 자신만의 답을 만들어나가는 겨울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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