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위론보다 합리적 근거 찾자

▲통일비용 대 분단비용

통일비용은 ‘통일로 인해 부담해야 하는 모든 경제적, 비경제적 비용’을 의미한다. 경제적 비용은 사회간접자본투자 등 북한 경제 재건, 비경제적 비용은 사회 혼란, 남북 주민간 갈등 해결 등에 주로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비용의 규모는 연구자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2천5백억 달러(29조 2천5백억여 원)에서 최대 3조 5천5백억 달러(415조 3천5백억여 원)사이로 추산되고 있다. 통일비용을 당초 8천억에서 1조 마르크 정도로 예상했지만, 실제로 통일이 이뤄지면서 그 2배인 2조 마르크(약 950조)를 넘어선 독일의 예도 있어, 보다 정확한 계산과 그에 대한 대비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통일연구원 김학성 선임연구원은 “확실한 것은 통일이 늦어질수록 통일 비용은 증대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연구소 관계자는 “통일비용은 현실적으로 남한 정부의 재정에서 충당할 수밖에 없으므로 사회보장비를 감축하는 등 상당 정도의 재정지출 감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남한의 경기침체와 실업률 증대, 경제 통합 과정에서 필요한 통화량의 증대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 북한경제팀 정연호 박사는 세종연구소의 의견에 동의하며 “이를 대비해 통일 전부터 남,북간 격차를 줄이는데 힘써야 한다”며 “독일의 경우도 현저한 경제격차로 인해 통일 후 실질적 충격과 부작용이 컸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분단비용을 고려하면 통일비용은 오히려 미래에 대비한 투자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막대한 안보비용과 분단체제 유지비용 등 국방비 감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민권연구소 장창준 상임연구위원은 “분단비용을 아껴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뿐 아니라 고부가가치 사업에 주력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국방연구원 관계자는 “통일 이후에는 안보의 범위가 동북아 전체로 넓어져 오히려 안보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며 반박했다.


▲통일과 경제발전의 관계

금강산 관광특구와 개성공단, 경의선ㆍ동해선의 철도, 도로연결 등 남북경제협력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경협은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노동력이 결합해 효율을 최대화하는 형태이므로, 통일 후 경제협력이 각 분야에서 활발해지면 고용창출효과는 물론, 경제발전에도 역할이 클 것이라는 평가된다.

시장의 확대에 따른 효과도 기대된다. 현재 4천7백만여 명을 한국의 시장 규모는 통일을 가정하면 단순합계로만 7천만 명이 넘어서, 일본의 1억여 명과 견줄 수 있다. 김세원 명예교수(경제학부)는 “한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대(大)시장’이 필요하다”며 통일의 경제발전 효과를 옹호했다. 통일연구원 김영윤 연구원은 “시장이 증대되면 일정 수요가 보장되고 규모의 경제가 실현돼 생산비가 절감된다”며 “이는 궁극적으로 국민소득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 설명했다.

한편 불안한 남북 대치상황이 해결되면 외자유치가 늘어날 것이라는 추측에 대해 미래전략연구원 관계자는 “한국의 외국자본 투자가 적은 것은 낮은 수익성 때문”이라며 “자본 이동은 통일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노동시장의 변화

남ㆍ북 경제의 급속한 통합은 노동시장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원섭 박사는 “많은 북한 노동자들이 실업상태에 놓이게 돼 과잉 노동 인구간의 대립과 충돌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노동시장의 통합은 노동임금의 평준화를 전제하기 때문에 남ㆍ북한 노동자간의 숙련도 차이에도 불구하고, 북한 노동자와 동일한 임금을 받게 될 남한 노동자의 불만이 격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국개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이는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남한과 북한 상호간의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므로 정치적 문제로까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하며 “남ㆍ북한 노동자간 갈등으로 인해 북한 노동자가 이등국민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민족의식과 사회통합

민족문화교류재단 측은 “통일은 민족정체성 확립에 기여하는 민족의식의 촉매”라 주장했다. 또 김동건 교수(행정대학원)는 “우선 잘못된 체제 이데올로기 주입으로 인해 양산된 서로간의 적대의식부터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독주민들은 동독을 위해 부담하는 세금에, 동독주민들은 서독과의 격차에 불만을 가졌던 독일처럼 통일이 무조건 남ㆍ북 주민간의 화합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연세대 통일연구원 신동천 교수(경제학과)는 “남북간 경제격차를 줄이는 것은 물론, 통일 전에 남ㆍ북 국민간의 민간교류를 통해 연대의식을 키우는 것이 병행돼야 한다”며 “섣부른 통일은 오히려 남․북간의 이질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가체제정비의 기회

통일은 국가적인 사업으로, 새로운 국가체제 정비와 그에 맞는 정책을 펴나갈 수 있는 적기가 될 수 있다. 사회과학연구소 김광억 교수는 “무엇보다 시스템 재정비 과정은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중ㆍ장기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통일연구원 김수암 연구원은 “국내적 시스템 재정비도 중요하지만, 국제사회 속에서 한반도의 미래를 염두에 둔 광의적 발전방향도 견지해야 한다”며 체제정비를 통한 통일한국의 발전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국제적 위상 변화

한국은 그동안 분단 상황에서 중국의 고구려 역사 왜곡,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과 영토 분쟁 등 국제적 공동대응이 필요한 사안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서울대 ‘통일포럼’위원장 하용출 교수(외교학과)는 “통일한국은 미국과 중국, 일본과 러시아 등 나라간 영향력 경쟁에서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며 강한 협상력을 배경으로 세계화를 주도할 수 있고 시베리아, 만주진출도 용이해져 국제적 위상이 강화될 것”이라 예견했다.

반면 국제대학원의 한 교수는 “통일 후에는 오히려 지금의 분단 상황에서 누리는 외교적, 전략적 중요성이 감소돼 오히려 국제무대에서의 발언력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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