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善)한 세상을 고민하다
선(善)한 세상을 고민하다
  • 이민주 기자
  • 승인 2019.02.24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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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권행 교수

불어불문학과

최권행 교수(불어불문학과)는 16·17세기 프랑스 문학과 몽테뉴, 라블레 등 르네상스 시대 작가에 대한 지속적 논의를 통해 불문학 연구의 지평을 넓혀왔다. 또한 그는 평전 『빠블로 네루다』 등을 우리말로 번역하고, 김지하 시집 『화개(花開)』를 프랑스어로 공역하는 등 국문학과 불문학 사이의 가교 구실을 해왔다.

Q. 불문학에 매력을 느낀 이유는?

A. 불문학이 사회의 현실을 근본적으로 마주하는 문학이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 이는 보통 사람들이 불문학을 ‘멋있는 문학’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 예컨대 보들레르 하면 대부분 낭만을 떠올린다. 그의 시를 보면 세계에 염증이 난 그가 이상 세계를 향해 도피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들레르는 실제 삶에서 이상으로 도피하지 않고 외려 현실과 맞섰다. 그가 ‘7월 혁명’ 때 총을 들고 거리에 나왔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는 게 그 증거다. 보들레르의 퇴폐적 태도엔 사회 불의에 대한 저항, 하층민에 대한 애정이 있는 것이다. 이렇듯 작가의 삶을 알고 그의 작품을 들여다보며 불문학의 정수를 깨닫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Q. 대산문화재단 웹진에 번역서 리뷰를 여럿 쓰고 직접 작품을 번역한 것으로 알고 있다. 좋은 번역이란 무엇인가?

A. 단순하다. 작가의 영혼이 어디를 향하고 그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가를 이해하면 좋은 번역을 할 수 있다. 그래야만 가장 자연스러운 언어로 작품을 번역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그것을 놓치면 전부를 놓친다. 글에 대한 작가의 마음을 이해할 때 여러 선택지 중 가장 적절한 단어를 고를 수 있다.

Q. 200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언어영역 문제 오류를 지적해 복수 정답을 인정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평소 입시나 교육에 관심이 많은 편인가?

A. 전혀 아니다. 당시 학과장실에 있던 언어영역 문제를 보던 중 백석의 시 ‘고향’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 그의 시를 좋아해 해당 문제를 풀어봤는데 내 답이 정답과 달랐다. 이상하다 싶어 당시 수험생이었던 딸에게 물어보니 자신도 나와 같은 답을 썼다고 했다. 이후 한겨례 신문에 제보해 기사가 나오게 됐다. 그러자 사방에서 많은 학생이 그 문제의 답이 이상하다고 말했고, 결국 복수 정답이 인정됐다. 그때 처음으로 몇십만이 같은 의견을 가지고 큰 물결을 이루는 것을 봤다. 이를 계기로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 즉시 말해야 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후 처음으로 수능 문제에 이의를 제기하는 제도가 생기기도 했다.

Q. 학자와 교수로서 추구한 궁극적 목표는 무엇인가?

A. 선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향해 가려는 태도를 끊임없이 고집했다. 서양 문학을 보면 그리스 사람들은 항상 ‘선하다’와 ‘아름답다’를 같이 쓴다. 인간은 대부분 어떤 사람이 선할 때 그 사람을 아름다웠다고 기억하기 때문이다. 인간 자체는 선한 존재가 아니지만, 궁극적으로 우리 삶은 선한 것을 향해야 한다.

최 교수는 “모두에게 미안하고 감사하다”며 “나는 진정한 학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문대학이야말로 세상의 효모가 될 사람들을 만드는 곳인데, 이곳에서 지극히 선한 삶을 사려는 선생님들과 학생들 덕분에 나도 효모가 될 수 있었다”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사진: 유수진 기자 berry832@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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