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우 교수

경영학과

이창우 교수(경영학과)의 회계원리 수업은 언제나 유쾌하다. 비결을 묻자 “학생들이 예뻐서 그렇다”고 대답하는 그의 얼굴에는 즐거움이 가득했다. 이 교수는 정년을 맞은 소감을 “인생의 한 단계를 잘 마치고 허물을 벗는 느낌”이라며 홀가분하다는 말로 정리했다.

Q. 교수로 일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A. 97년에 학생부처장으로 일하며 학생회관 식당의 식단을 개선한 일이다. 당시 천 원에 팔던 학식을 직접 먹으러 갔다가, 김치와 두부조림뿐인 부실한 식단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런 밥을 아껴먹고 있는 학생도 있었다. 곧바로 학생 복지 사업에 착수했다. 학생들이 내는 밥값을 전부 재료비로 쓸 수 있도록 인건비와 기타 비용은 학교가 지원하는 사업이었다. 그게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는데 이후 총장이 바뀌며 중단되고 말았다. 다행히 2015년부터 학교가 새로운 천 원 학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내가 그 원조 격쯤 되지 않을까.

Q. 회계원리는 경영대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듣는 수업이다. 학생들이 회계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먼저 자신의 전공을 공부하면서도 회계 공부에 관심을 가지는 학생들이 참 자랑스럽다. 회계는 성과 평가의 척도와 배분의 합리성을 설명하는 학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항상 성과를 평가받고 그에 따른 보상을 추구하는 만큼, 회계는 우리 삶과 밀접하게 닿아있다. 더불어 회계 결과는 투자자나 기업 내부 의사결정의 근거가 되기에 회계는 큰 책임감을 요한다. 회계를 배우는 학생들도 자연스레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까.

Q. 여러 정부 기관과 기업의 회계 및 감사에 참여했다. 현장에서 회계나 감사를 수행하며 지킨 가치관이 있다면?

A. 회계 전문가의 기본은 독립성과 성실성이다. 또 회계 전문가는 자본주의의 파수꾼 역할을 수행한다. 투명한 회계에서 투명한 경영이 비롯되기 때문이다. 기업 감사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경영진을 감시·감독하며 ‘파수꾼’으로서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했다. 발전기금에서 일할 때는 회계 감사 시스템 구축에 노력을 기울였다. 담당자가 누구든 발전기금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체제를 다지는 것이 목표였다. 전공에서 연구한 ‘내부회계관리제도’*가 큰 도움이 됐다.

Q. 현재 서울대는 예산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운영 개선을 위해 조언한다면?

A. 예산의 절대량을 늘리려고만 하기보다는 예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집행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제대로 된 예산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총장을 잘 선출하는 것만큼이나 학교의 안정적인 운영에 중요하게 기여할 것이다. 학교가 자율적으로 운용하는 기성회비와 연구비를 낭비 없이 사용하는 것이 그 예다. 또 학내에서 영리 활동을 벌이는 다양한 법인들을 서울대 법인으로 통합해 그 수익을 학교가 직접 관리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이 교수는 일본어를 비롯한 외국어 공부와 한국어 교원 양성과정 수료라는 두 가지 목표를 꺼내 놓았다. 인도네시아에서 회계 강의 봉사를 하는 것도 고민 중이라는 그는 이미 인생의 다음 단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창우 교수는 학생들에게 “인생의 행복을 결정하는 건 보람”이라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아가라”는 조언을 전했다.

*내부회계관리제도: 재무제표 오류와 부정 비리를 막기 위해 재무와 관련된 회사 업무를 관리·통제하는 시스템

사진: 유수진 기자 berry832@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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