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호 교수

식품동물생명공학부

농생대(200동) 연구실에서 만난 서진호 교수(식품동물생명공학부)는 “마라톤을 완주한 것처럼 후련하고 개운하다”고 퇴임 소감을 밝혔다. 서 교수는 모 기업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토종 효모 발견 및 모유 올리고당 추출 기술을 개발하는 데 기여해 대상한림과학기술상을 수상한 식품공학 분야의 권위자다. 그는 “지금까지 해온 연구는 계속해서 돕겠지만 일단은 논문을 쓰는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돼 기쁘다”며 웃음 지었다.

Q.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화학공학과 연구 분야인 식품공학은 어떤 연관이 있는가?

A. 학문적으로 화학공학과 식품공학의 기본 틀은 거의 비슷하다. 화학공학 학사 학위와 생물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그 둘을 융합해 연구하던 중 서울대 식품공학과 교수로 초빙됐다. 서울대는 식품공학에 화학공학, 생명공학을 더해 식품공학 연구의 저변을 확대해왔다. 이 때문에 우리 학교의 식품공학은 4차 산업 혁명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평가된다.

Q. 지금까지 여러 굵직한 연구를 해왔다. 연구 성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서울대에 오기 전부터 “한 우물을 파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운 좋게도 한 분야에 집중할 여건이 돼 좋은 연구를 할 수 있었다. 학문을 하는 사람의 최종 목표는 최초 혹은 최고가 되는 것인데 나는 둘 다 이뤘다고 자부한다. 모 기업과 함께 연구한 토종 천연 효모의 경우 우리나라 전통식품에서 효모를 추출하는 최고의 기술이다. 모유의 중요한 성분인 ‘푸코실 올리고당’을 발견해 이를 파우더 형태로 만드는 기술도 개발했는데, 이는 전 세계적으로 최초이자 최고다. 이 두 기술 모두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돼 상과 훈장도 많이 받았고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있어 더욱 보람차다.

Q. ‘젠틀맨’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만큼,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조교수 때부터 자연스럽게 학생들을 가까이 하려고 노력했다. 농생대 학생들이 각자 전공에 진입한 후 반드시 수강해야 하는 수업을 두 개나 가르쳤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다가갈 필요를 느끼기도 했다. 젊었을 땐 학생들과 어울리는 것에 어려움이 없었는데 나이가 드니 학생들이 점점 내게 부담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학생들이 일주일에 6번이나 만나는 ‘할아버지’는 나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한 노력을 학생들이 높게 평가한 게 아닌가 싶다.

Q. 남은 후학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서울대에 입학한 것으로 학생들은 이미 자신의 우수한 능력을 증명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학생들이 조금 더 자신감을 갖고 생활하기를 바란다. 취업 준비, 스펙 쌓기 등 여러 부담감 때문에 학생들이 여유를 가지지 못하고 자조적인 표현을 하는 게 유행이 된 것 같다. 학생들이 좀 더 인생을 즐기고 또 아픔을 두려워하지 않기를 바란다. 일부러 아플 필요는 없지만 혹시라도 지금 겪는 아픔이 있다면 성장통이라 생각하고 세차게 나아가기를 바란다.

서 교수는 인터뷰를 마치며 “서울대 교수라는 특권이 무겁기도 했지만, 덕분에 훌륭한 학생들을 키워내고 식품공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선두자가 될 수 있었다”며 지나온 교수 생활을 반추했다.

사진: 손유빈 기자 yu_bin0726@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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