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세원 교수

의학과

지난달 4일 연건캠퍼스에 위치한 서울대 어린이병원 연구실에서 양세원 교수(의학과)를 만났다. 대한민국 소아내분비학의 선구자인 양 교수는 47년 동안 서울대 구성원으로서 보낸 시간을 두고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다”며 “시원섭섭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Q. 의학 중에서도 미개척 분야로 손꼽히던 소아내분비학을 전공했는데, 연구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A. 처음에 내분비학 연구를 추천받았을 때 내분비학은 의사들 중에서도 처음 들어보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학계에서 생소한 분야였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나름대로 길을 개척하는 재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처음엔 외롭기도 했지만, 내분비학 관련 질병들이 조금씩 알려지자 관심을 갖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아져 뿌듯했다. 다만 내가 연구할 때는 내분비학 연구자가 적어서 혼자 여러 분야를 연구했기 때문에 한 분야에 깊이 집중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내분비학을 연구하는 후배들에게 ‘나는 잡화점을 했지만 너희들은 전문점을 하라’고 많이 이야기한다.

Q. 의사생활을 하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꼈을 때는 언제인가?

A. 소아과 의사다 보니 선천적 질환을 갖고 태어나거나 병을 평생 안고 가야 하는 아이들을 많이 진료했다. 태어날 때부터 응급실에 들어가 제대로 된 생활을 하지 못하던 아이가 잘 자라서 학교와 직장을 다니고, 결국은 그 아이가 결혼해 아이를 낳는 모습을 보기도 했는데, 그럴 때 큰 기쁨을 느꼈다.

Q. 서울의대에서 교수로 생활하면서 느낀 점이나 후학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서울대 의대에 다닌다고 하면 으레 최고의 학부라는 자부심을 갖기 마련이고, 주위에서도 이런 자부심을 많이 고취시켜 준다. 물론 자부심은 좋은 것이지만, 자부심과 자만심을 혼동해선 안 된다. 의대생 중엔 계속 최상위권으로 살다 보니 자만심을 자부심으로 착각하고 의사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내가 만난 환자들은 사회적 배경도, 처한 경제적 여건도 다양했다. 스스로 환자의 ‘급’을 따져 회장님은 잘 치료해주고 거리의 부랑자는 경시하는 식으로 진료해선 안 된다. 자만심은 모든 환자를 평등하게 대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서울대 의대 역시 학생들이 의사로서의 소양을 제대로 갖출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진로로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을 들려주고 싶다. 전공과 진로를 선택할 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선택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자신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공부만 하느라 바빠서 나를 알아가는 데 시간을 쓰지 않으면 나중에 현실적인 요건만 따져 선택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진로를 선택한 사람들은 많은 경우 후회를 한다. 자신을 찾는 것은 대학 시절뿐만 아니라 인생에서도 중요한 숙제라고 생각한다.

양세원 교수는 퇴임 후 계획으로 “교수생활을 하면서 만들어 둔 버킷리스트를 시작해보려 한다”며 평소 하지 못했던 소외계층을 위한 의료봉사와 취미인 등산을 많이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양 교수는 학생들에게 “아직 미래가 결정되지 않은 젊은 시절을 즐기라”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얼마나 재밌는지 마음껏 느끼라”고 후학들을 독려했다.

사진: 신하정 기자 hshin15@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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