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회 교수
의학과

김선회 교수(의학과)는 정든 학교와의 작별에 다소 섭섭해하는 마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그는 “창조와 혁신이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현대 과학 분야는 빠른 세대 교체를 필요로 한다”며 젊은이에게 자리를 내주고 떠나는 것을 마땅한 과정으로 보고 있었다.

 

Q. 본인을 ‘의사’와 ‘교수’ 중 하나로 정의하라면, 어느 쪽에 더 가깝다고 느끼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중·고등학교 시절 꿈은 학교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평생을 보람차고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고민한 결과 최종적으론 의사가 되기로 했다. 하루하루 생명을 구하는 숭고한 일이기에 매 순간이 뜻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편 의대 교수는 학생, 전공의, 대학원생, 전임의, 후배 교수 등을 가르치고 수련시키는 사람이다. 나와 같은 길을 걸을 사람을 가르치는 셈이다. 그래서 지식보다는 삶을 가르치고, 직접 행하며 모범을 보여야 한다. 학창시절 가르치는 일을 좋아했고 평소 말보다 실천을 중시하기에 교수 역시 나의 모습과 부합한다. 그래서 의사와 교수 중 어디에 더 무게를 두는지 택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다.

Q. 지금에 이르기까지 많은 난관이 있었을 텐데, 그럴 때 자신을 이끌었던 원동력을 꼽으라면 무엇이 있겠는가?

A. 난관이라면 역시 환자 진료와 연관된 문제만한 게 없다. 나는 췌장담도외과를 전공했는데, 이 췌장담도외과는 외과 중에서도 특히 수술이 어렵고 예후가 좋지 않은 질환을 다루는 분야다. 결과가 안 좋아서 돌아가신 환자분들께는 죄송한 마음이 앞서지만, 그런 분들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의사가 느끼는 좌절감, 회의, 두려움, 스트레스 역시 매우 크다. 더불어 일반적으로 수술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육체적으로도 쉽지 않다. 이런 난관들을 견디고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평생 내 주위에서 나를 위로하고 용기를 불어 넣어 준 사람들, 말하자면 선후배 교수를 비롯한 다양한 직종의 교실 구성원들과 가족 덕분이다. 또한 과정이 어려운 만큼 성취감도 더 크게 느꼈다. 완치가 된 환자를 바라봤을 때 느끼는 희열과 성취감 덕분에 일이 힘들다는 사실도 잊고 더욱 열심히 주어진 역할에 매진할 수 있었다.

Q. 퇴임 이후의 계획은?

A. 3월부터는 다른 국립기관에서 근무할 예정이다. 전문가로서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못한 아쉬운 일들이 남아 있어서 해보고자 한다. 한편으로는 교수, 의사, 전문가 등의 타이틀은 모두 벗어 던져버리고, 해야 할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사는 자연인으로 돌아가 살고 싶은 마음도 있다.

 

김 교수는 췌장암 네트워크 기구를 만들어 관련 학술단체들과 함께 ‘세계 췌장암의 날’에 맞춰 매년 췌장암 캠페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이제 교직을 내려놓은 만큼 다양한 활동에 더욱 공을 들이고자 한다고 전했다. 암 중에서도 완치율이 가장 낮은 편이라는 췌장암이지만, 김 교수의 뜻을 물려받은 의학도들이 이 분야를 선도해나가는 밝은 미래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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