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목 교수

서양화과

산에서 찍은 사진들로 벽 한 켠이 가득 찬 예술복합연구동(74동) 연구실에서 정영목 교수(서양화과)를 만났다. 그는 2016년부터 서울대 MOA 미술관장을 역임하는 동안 ‘서양화과 70주년 기념전’과 ‘예술만큼 추한’ 등 여러 전시를 기획해 높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정 교수는 퇴임 이후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산에 갈 것”이라고 웃으며 답했다.

Q. 서양미술사를 전공했지만 한국민중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가르쳐 왔다. 계기가 무엇인가?

A. 정치적인 관점에서 한국민중미술은 우리나라 현대미술사 속 자생적 움직임이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사회적 관점에선 한국민중미술에 시대정신을 보여주는 형상성이 있고 현실 참여적인 활동이 이뤄진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이런 가치들을 학생들이 한국미술을 통해 더 많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 ‘한국근현대미술의 쟁점’을 비롯해 한국미술 관련 강의를 다수 개설했다.

Q. 기획했던 전시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자이스트가이스트-시대정신’전에 대해 설명해달라.

A. 이 전시에선 한국의 시대정신이 내재된 작품을 걸었다. ‘시대정신’이란 상황과 실존에 대한 ‘깨어 있음’의 태도면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비판정신이다. 미술에도 비판정신이 내재돼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 이 전시의 기획의도다. 21세기 이전의 한국은 일제, 독재정권 등 탄압 때문에 통일화된 시대정신 밖에 존재할 수 없었다. 이에 비해 자유로운 21세기 한국 사회엔 다양한 시대정신이 자리 잡아야 하지만 남녀를 성적으로 이분화하는 젠더 관념 등 전통적인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1세기의 획일화된 시대정신에서 벗어나 사회적 신념이 다양해지기를 바랐다.

Q. 현대인들의 ‘그림을 보는 눈’에 대한 생각은?

A. 작가의 명성을 쫓아 그림을 감상하는 시대는 지났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 대학 입시 면접 중 ‘어떤 작가를 좋아하는지’에 대해 물으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반 고흐, 피카소 등 유명 작가 이름을 언급한다. 또 ‘좋아하는 한국 미술작가’를 물어보면 이중섭을 꼽는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중섭은 양식 측면에서 아주 뛰어난 화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 작가의 스토리에 의해 그 작가의 그림까지 신화화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Q. 서양화과 후학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기 시대에 표면적으로 흐르는 관념을 쫓는다. 서양화과를 졸업했다고 해서 모두가 서양화가가 되는 것은 아니며 될 필요도 없다. 미대를 졸업하더라도 학생들이 다양한 직장에 다니거나 전문적인 일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학생들에게도 미술에 매몰되기 보단 천문학, 수학, 문학 등 다양한 과목을 공부함으로써 자아를 찾아가기를 권장하는 편이다. 서양화과 졸업생 중 목공업에 종사하는 학생이 기억에 남는다. 이 학생처럼 우리 서양화과 후학들은 자신이 속한 전공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성장하기를 바란다.

정 교수는 인터뷰를 마치며 학생들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도전하지 못하는 현실에 우려를 표했다. 정 교수는 산에 잠재된 미학적 가치를 즐겼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며 학생들이 스펙 쌓기에 몰두하는 것을 멈추고 다양한 취미를 통해 즐거움과 도전의식을 가지기를 권유했다.

사진: 신하정 기자 hshin15@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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