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주 교수

교육학과

지난달 17일 사범대(11동)의 연구실에서 나일주 교수(교육학과)를 만났다. 밝은 표정의 나 교수는 기자에게 “대학신문을 보니 예전 사범대 신문사 청량원이 떠오른다”며 “대학신문 들어가기가 참 어려울 텐데 장하다”는 격려의 말을 건넸다.

Q. 교육공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학문을 어떻게 전공하게 됐는가?

A. 아버지께서 교사를 하셨고, 상품이나 제도보다 인간에게 관심이 있어 나름의 사명감을 가지고 사범대에 진학했다. 하지만 대학에 와보니 대부분의 교육학이 학문 그 자체에만 치중할 뿐 정작 학교 현장을 바꾸지 못한다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꼈다. 그때 만난 게 교육공학이다. 교육공학은 실제적인 것을 다루는 응용과학으로 학습방법, 강의내용, 수업시스템을 연결해 현실적으로 교육 효과를 높이는 데 관심을 둔다. 그중에서도 교수설계를 주로 연구하며 지금까지 축적된 수많은 지식을 따라잡고 동시에 새로운 지식을 창출할 방법을 고민했다. 교육공학은 실제로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 그렇기에 만들고 부수고 또다시 만들고 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교육공학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Q. 한국골프학회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다. 골프와는 어떤 인연이 있는가?

A. 초기에는 대기업의 사원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다가 2000년대 들어서 시각지능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눈과 지성의 연관성을 밝혀내고 교육에서 이를 활용할 방법에 대한 것이었다. 시각지능의 핵심은 상상하는 바를 현실로 만드는 것인데, 골프 역시 홀을 보고 공의 궤적을 계산해 정확하게 몸을 움직여야 하므로 고도의 시각지능을 요구한다. 골프를 하면서 이러한 공학적 방법론을 접목하면 어떨까 생각해 연구를 이어나갔다. 소식을 듣고 학회에서 연락이 왔고 골프학회 부회장을 10년 가까이 하기도 했다. 체육학이나 골프학 쪽에서는 내 연구를 많이 인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Q. 교수 개인으로서 학생을 가르칠 때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A. 무엇보다 학생 개개인의 잠재력과 개성을 인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처음에는 실망스럽더라도 그 학생을 믿고 지도를 계속했더니, 나이가 들어 성과를 낸 제자들이 많다. 못나 보여도 고치려고 하기보단 지켜보고 키워주는 것이 교수의 역할이다. 예전에 항상 15분씩 지각하는 학생이 있었다. 얘기를 해보니 아무리 노력해도 아침에 일어나지를 못한다고 했다. 그 학생이 지금 교수가 됐는데 아직도 아침에 일어나질 못해 오후수업만 맡는다고 들었다. 억지로 고치려 들면 오히려 부작용만 생긴다. 어쩔 수 없는 건 그 사람의 개성으로 인정해줘야 할 것 같다.

Q. 공교육의 위기, 사범대의 위기, 서울대 존폐론 등 학교 교육 전반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이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 서울대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A. 대학은 기본적으로 지식을 가장 큰 자산으로 삼는다. 어떻게 하면 지식을 창출해 다음 세대에 전달하고 이를 응용해 인간의 복지에 공헌할지를 고심해야 한다. 그런데 서울대가 법인화된 이후, 예산확보에 많은 신경을 쓰다 보니 대학의 본질을 망각하는 것 같다. 서울대가 제 역할을 못하니 서울대 존폐론까지 나오는 것이다. 대학순위평가 같은 외부의 시선에 좌지우지되지 말고, 지성의 전당으로서 교육과 연구에 전념해야 한다.

나일주 교수는 “학생들이 편하게 학교 바로 앞에 전철이 생기고, 낡은 시대의 상징인 교문도 바꿨으면 좋겠다”며 “퇴임하기 전 꼭 보고 싶었는데 아쉽다”는 말을 남겼다.

사진: 유수진 기자 berry832@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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