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구한 시간을 글로 남기다
생명을 구한 시간을 글로 남기다
  • 이현지 기자
  • 승인 2019.02.24 02: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동규 교수

신경외과학교실

신경외과 수술은 뇌 기능과 직결되는 만큼 잠시도 긴장을 풀 수 없다. 28년간 서울대에서 신경외과 의사, 또 교수로 일해 온 김동규 교수(신경외과학교실)는 “이제 긴장을 좀 놓아도 되니 시원한 한편 섭섭하기도 하다”며 소감을 밝혔다. 한국에선 생소한 분야였던 뇌종양 수술의 길을 개척했던 그를 만나 봤다.

Q. 본인에게 가장 의미 있는 연구나 활동이 있다면?

A. 국내 뇌종양 수술 관련 학문을 세계 무대로 끌어올린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절개를 통한 뇌종양 수술은 환자에게 부담이 될뿐더러 여러 후유증을 남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떠올린 것이 비침습적* 방법인 방사선 수술이었다. 방사선 수술은 어려운 분야인 만큼 오히려 도전정신을 갖고 수술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이후 감마나이프*와 관련해 국제 학회를 개최하고 국제 학술지에 논문발표를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Q. 중앙일보 칼럼 연재, 에세이 등 글을 많이 써 왔다. 글을 쓰게 된 이유가 있다면?

A. 살다 보면 내가 하는 일에 대해 회의가 들 때도, 보람을 느껴 가슴이 벅찰 때도 있다. 그런 감정들은 대개 찰나에 지나가 버릴 뿐 오래 기억되지 않는다. 그 순간들을 표현하고 싶어 처음에는 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생각처럼 사진에 내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찾은 수단이 글이다. 글자로 생각을 기록해두니 나중에 곱씹기도 편하고 다른 이들에게 내 생각을 더 쉽게 전할 수 있었다.

Q. 경상대가 신설될 당시 신경외과 교수로 재직했는데, 그때의 경험이 궁금하다.

A. 군의관 복무를 끝내고 근무처를 찾던 중 은사님의 제안으로 국립 경상대에 갔다. 경상대 의과대학은 그때 막 설립됐기에 신경외과학교실조차 없었다. 인력도 지원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혼자 강의를 하고 환자까지 진료해가며 4년간 눈코 뜰 새 없이 일했다. 그렇게 신경외과학 교실의 기초를 다지고 서울로 돌아왔다. 고생도 많이 했지만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젊은이의 패기로 맡은 바를 다 해내지 않았나 싶다.

Q. 업무 강도가 센 소위 ‘비인기학과’의 전공의 부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조언한다면?

A. 미국의 경우 의사의 소득이 굉장히 높다. 그중에서도 신경외과나 흉부외과 의사가 비교적 높은 연봉을 받는다. 이런 과들이 전공 공부도 어렵고 업무 강도도 굉장히 높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한국은 의사들에게 노력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주지 않는다. 그러니 학생들을 ‘비인기학과’로 유인할 방법이 없다. 의사가 환자를 향한 측은지심과 사명감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개인의 책임감만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니지 않나. 노력에 상응하는 정당한 대가가 마련되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

의사로서의 가치관을 묻자 김동규 교수는 “단순히 수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데 진짜 도움을 주는 것”이라 답했다. 인격체로서 환자를 대할 것을 강조하는 그의 답변에선 환자를 진료해 온 세월이 배어 나왔다. 끝으로 김동규 교수는 “당장 눈앞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도덕과 인격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마지막에 승자가 될 수 있는 마음가짐”이라며 학생들에게 조언을 전했다.

*비침습적: 신체에 상해를 입히지 않고 할 수 있는

*감마나이프: 방사선 수술의 일종

사진: 손유빈 기자

yu_bin0726@snu.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