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교수

윤리교육과

지난달 3일 사범대 뒤의 한 카페에서 박찬구 교수(윤리교육과)를 만났다. 박 교수는 사진을 찍는 기자에게 “꾸미지도 않는 사람인데 사진을 너무 많이 찍는다”며 다정한 농담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Q. 주요 연구업적이 모두 칸트 윤리학과 관련된 것인데, 칸트 윤리학을 공부한 계기는 무엇인가?

A. 원래 물리학과를 가려다가 떨어지고 재수를 했다. 그때 철학책을 몇 권 접하고 철학에 흥미가 생겨 철학과에 진학하게 됐다. 졸업하고 고등학교 윤리교사 생활을 4년 정도 하다 보니 재충전이 필요하다고 느껴 사범대 야간대학원을 다녔다. 그 시대에는 철학과 학생들이 대부분 칸트 아니면 마르크스를 전공했다. 당시 지도교수님이 칸트를 전공한 진교훈 교수님이셨고 마르크스엔 별 관심이 없기도 해서 칸트를 택했다. 평생에 두 분의 스승을 모셨는데, 진 교수님과 독일 튀빙겐대에서 칸트를 공부하며 인연을 맺은 빔머 교수님이다. 아직도 종교적, 철학적 깊이가 이 두 분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Q. 팬클럽이 있다고 들었다.

A. 사실 수업이란 것도 텍스트를 빙자해서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일이다. 일주일에 한 번뿐인 작은 강의라도 후학들과 만나 눈을 마주치고 기를 주고받는 시간은 매우 소중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어떤 만남이든 대화하고 교감하는 것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믿고 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수업에 임하다 보니 인연이 닿아 학생들이 내 강의가 좋다고 하면서 자기들끼리 팬클럽을 모집하게 된 것 같다. 1기 회장이 04학번인데 지금도 만나고 있다. 팬클럽 회원이 몇 안 되긴 하지만, 분기별로 한 번씩 모여 같이 맥주를 마시곤 한다.

Q. 퇴임 후 계획이 있는가?

A. 아무런 계획도 없는 게 계획이다. 65년을 살아왔는데 젊었을 때 못 해본 일을 하려고 이제 와 거창하게 퇴임 계획을 세운다는 게 좀 우습다고 생각한다. 다만 명예교수로서 수업하며 책은 꾸준히 낼 것 같다. 책 제목이 곧 강의 제목이고 연구 제목인데, 『철학적 인간학』을 포함해서 이미 다섯 권을 계약했다. 앞으로 최소 5년은 학기마다 한 강좌씩 수업을 진행해야 할 것 같다. 강의도 하고 책도 집필하느라 바쁘겠지만 체력이 닿는 한 계속 연구를 이어가고 싶다.

Q. 후학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누구나 학부를 졸업하면 미완성인 채로 떠난다. 특히 우리 학교 학생들은 고등학교 때 공부하느라 너무 고생해서 그런지 질풍노도의 시기를 뒤늦게 맞는다. 연애, 동아리, 사회활동, 전공공부 이 모든 걸 짧은 시간 안에 완벽하게 해낼 순 없다. 학점관리와 스펙 쌓기에만 열중하다 보니 어느새 졸업하게 됐다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학생도 많다. 그러나 방황하고 좌절하며 보낸 대학생활이야말로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답을 찾지 못했더라도 문제의식을 느끼고 살다 보면 언젠가 뜨겁게 원하는 것이 생길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전망이 어둡고 가능성이 없어 보이더라도 조금씩 전진해 나가야 한다. 분명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손길이 도울 것이라 확신한다.

커피를 더 권하자 박 교수는 “이곳 커피는 샷이 진해서 한 잔 마시면 심장이 두근거린다”며 사양했다. 추운 날씨였지만 퇴임을 앞둔 노교수의 눈빛에선 여전히 뜨거운 열정이 느껴졌다.

사진: 유수진 기자 berry832@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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