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 않은 대학 생활을 마무리한 졸업생 여러분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넨다. 청년기의 중요한 시간을 한번 정리한다는 점에서 졸업은 한 단계의 끝이자 새로운 단계의 시작이 된다. 그래서 새로운 시작점에 선 이 순간의 감회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시작. 수없이 겪어 봤지만, 여전히 떨리는 순간일 것이다.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부모님의 품을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았을 때. 첫 시험을 봤을 때, 새로운 동아리에 들어갔을 때. 대학생이 된 후 당신은 수많은 시작을 하고, 때로는 아름다운 추억을, 때로는 쓰라린 시행착오를 겪어왔을 것이다. 어쩌면 그 과정이 힘들수록 새로운 시작에 대한 염원이 늘 머릿속을 맴돌았을 것이다.

시작하는 순간의 두려움과 떨림은 늘 여유롭게 웃으며 되돌아볼 수 있는 추억이 된다. 하지만 ‘시작’과 ‘끝’으로 이어지는 삶의 여정은 새로운 ‘시작’에 늘 진지하고 무거운 헌신을 요구한다. 새로운 ‘시작’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재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새로운 ‘시작’에 고민의 깊이를 더한 헌신적 태도를 가질수록, 열정적인 행동이 뒤따를수록, 선택에 책임감이 더해질수록 ‘시작’은 더 많은 기회와 더불어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헌신과 책임을 미루어 두고 의미있는 ‘시작’의 결실을 맺기 어려울 것이다. 대학을 떠나 새로운 출발점에 선 당신은 이제 사회에 새로운 발걸음을 디뎌야 한다. 앞으로는 누가 이끌어주지도, 정답을 가르쳐주지도 않는 곳에서 스스로 길을 개척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또한 시작점엔 나와 함께 많은 사람들이 함께 서 있다. 한국사회가 지독한 경쟁체제의 유산을 물려주어 이 시작점에 선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이 당신에겐 고통스러울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순간 새로운 시작을 하는 사람들을 이겨야 하는 경쟁상대가 아닌,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협력과 조력의 동료로 여길 수 있기를 바란다. 경쟁으로 만들어진 나 아닌 남과의 두텁고 높은 벽은 늘 승자와 패자를 갈라놓지만, 협력을 통한 공생의 공동체에서 더불어 사는 삶을 방해한다. 따라서 여러분들의 시작이 승자와 패자를 순간에 판단해 버리는 100m 단거리의 출발선이 아닌 42.195km의 마라톤, 아니 더 멀고 험한 마라톤과 수영, 사이클을 아우르는 철인삼종경기의 출발선이었으면 좋겠다. 넘어진 사람들을 돌아보고 함께 할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기나긴 경기에 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선한 인재’로 키워진 여러분들의 시작은 나와 함께 어깨를 맞댄 우리 모두의 시작이 되길 기대한다.

떨리고 두려운 마음으로 가득한 여러분의 시작은 언제고 다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의미로 가득하기 바란다. 힘들면 잠깐 멈춰 쉬고, 얼마나 왔는지를 돌아보기도 하면서 천천히 발을 떼도 늦지 않다. 어느 순간 주변 사람들과 비교해 스스로가 뒤처졌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속도를 내지 않더라도 멀리 보고 여유를 가져도 괜찮다. 다른 사람의 발자취를 따라가기보단 당신의 보폭과 속도에 맞춰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출발선에 서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다면, 이는 미래의 당신이 잠시 멈춰야 할 때마다 성찰의 계기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여러분은 여전히 막연하고 두려운 미래를 향해 의미있는 결실을 맺게 할 첫발을 내디딜 준비가 됐다. 첫발의 무거움을 설렘으로 내딪으려는 당신의 시작을 마음모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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