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대화가 오가는 곳, 농부시장 마르쉐@
먹거리 대화가 오가는 곳, 농부시장 마르쉐@
  • 이민주 기자
  • 승인 2019.03.03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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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농부시장 마르쉐@ 안국’, 먹거리와 삶이 연결된 시장에 가다

‘어디서든 열릴 수 있는 시장’이란 의미를 가진 ‘농부시장 마르쉐@’는 2012년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혜화 시장을 시작으로 올해로 7년을 맞이한다. 마르쉐@는 ‘마르쉐 친구들’이란 기획집단에서 비롯됐다. 기획단 마르쉐 친구들은 총 3명으로, 각각 음식문화기획, 환경, 그리고 생활살림 분야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소비자가 원하는 시장을 열자’는 목표를 가지고 1년여간의 회의 끝에 마르쉐@를 기획했다. 이후 긴 준비 기간을 거쳐 디자이너, 농부, 요리사, 수공예가, 그리고 자원봉사자가 함께하는 마르쉐@ 시장이 탄생했다. 현재 마르쉐@는 매달 2번 정기적으로 시장을 개최한다. 소비자가 제철 채소와 과일을 맛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2월 마르쉐@ 시장은 지난달 23일에 안국역 ‘상생상회’에서 열렸다. 이번 농부시장 마르쉐@ 안국에는 총 40개의 농부팀, 요리사팀과 수공예팀이 참여했다.

대화로 북적이는 시장

마르쉐@는 소비자가 농작물의 재배 과정을 알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이에 농부시장에선 소비자가 생산자와의 대화를 통해 상품이 어떻게 재배되는지, 생산자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농사에 임하는지를 알 수 있다. 농부시장 마르쉐@는 생산자가 직접 소비자를 만나는 시장인 것이다. 농부시장 기획팀 서은송 씨는 “먹거리 문제의 대부분은 소비자가 볼 수 없는 곳에서 시작된다”며 “마르쉐@는 소비자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생산 과정을 알 수 있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생산 과정이 공유되다 보니 자연스레 농부시장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났다. 투명한 재배과정이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다. 안국시장에 방문한 김아영 씨는 “일반 시장에선 상품의 원산지를 알 수 없지만 여기선 제품을 믿고 살 수 있다”며 “내가 엄격한 채식주의자(비건·vegan)라서 외식이 어려운데 이곳에선 비건식을 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르쉐@에선 농산물뿐만 아니라 각종 생활 소품과 수공예품도 판매한다. 수공예시장엔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디자인이나 수제 제품이 주를 이룬다. 소비자와 자유롭게 소통하는 것은 수공예팀도 마찬가지다. 수공예 출점팀 ‘아마씨’로 참여한 동예 씨는 “‘아마씨’는 수작업으로 상품을 제작한다”며 “농부시장을 통해 우리의 특수한 작업 방식을 소비자에게 직접 소개할 수 있다 보니 많은 소비자가 우리 제품을 구매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만드는 시너지 효과

마르쉐@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성장하는 시장이다. 우선 시장에 방문하는 소비자는 다양한 식재료나 음식을 접하며 건강한 먹거리에 대해 알아간다. 예컨대 시장에 참가하는 몇몇 요리팀은 시금치 뿌리같이 흔치 않은 재료를 사용해 음식을 조리한다. 소비자는 색다른 식자재로 만든 음식을 맛보며 먹거리에 대한 지식을 넓혀갈 수 있다. 안국시장에 방문한 우수진 씨는 “평소 먹을거리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며 “좋은 먹거리에 대해 더 알고 싶어 시장에 방문했다”고 말했다. 또한 소비자는 생산자와의 대화를 통해 먹거리의 가치를 재고한다. 서은송 씨는 “이곳에 방문한 소비자는 먹거리 소비에 신중해진다”고 말했다. 생산자가 식자재를 재배하는 과정을 듣는 소비자는 이들의 노고를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먹거리에 감사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생산자에게도 농부 시장은 또 다른 성장의 기회가 된다. 이들은 농부시장을 통해 기존 판매 과정에선 만나볼 수 없었던 도시 소비자와 대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점팀은 소비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이들이 선호하는 생산 과정을 자연스레 알게 된다. 그 후 생산자는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재배 과정에 변화를 주는 것과 같은 새로운 시도를 한다. 서은송 씨는 “시장에 참여하는 출점팀을 선정할 때 생산자가 소비자와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며 “마르쉐@ 안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생산과정에서 변화를 감행할 수 있는 출점팀을 선정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제로 한 가지 품종만 계속 재배하던 농부가 손님과의 대화를 통해 재배하는 채소의 범위를 200~300여 종으로 넓히기도 했다”고 관련된 일화를 전했다.

‘농부시장 마르쉐@ 안국’에 참여한 생산자와 소비자는 이곳에서 먹거리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나누며 성장한다.

마르쉐@가 선도하는 친환경 시장 문화

농부시장 마르쉐@는 친환경적인 장보기를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마르쉐@는 쓰레기 없는 시장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이는 농부시장 마르쉐@를 개선해가는 과정에서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추진된 프로젝트다. 현재 농부시장에선 기획팀이 그릇을 직접 대여해서 시장을 운영하고, 시장이 끝난 후 남는 아이스팩을 출점팀에게 나눠준다. 마르쉐@안국의 경우 소비자가 사용하지 않는 종이가방이나 개인 식기, 장바구니를 가져올 경우 ‘마르쉐@ 엽서’를 받는다. 마르쉐@만의 친환경 프로젝트는 기획팀만의 의지는 아니다. 출점팀도 기획팀의 좋은 취지에 공감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소비자에게 할인을 해주거나 쿠폰을 제공하는 혜택을 준다.

‘깨끗한 시장 만들기 사업’에 가장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건 자원봉사자다. 농부시장 마르쉐@엔 시장마다 평균적으로 20~30명가량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해 프로젝트를 돕는다. 이들은 개장 전 장터 준비부터 폐장 이후 마무리까지 온종일 시장에 함께한다. 이들은 기획팀이 빌려온 그릇을 닦거나 쓰레기 없는 시장을 만들기 위한 환경 정비를 한다. 자원봉사자로 안국시장에 참여한 이예림 씨는 “설거지를 하면서 시장을 돕고 있다”며 “단순히 그릇을 닦는 것을 넘어 빌려온 식기를 사용해 시장을 운영하는 마르쉐@ 문화에 동참하고 있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농부시장 마르쉐@는 ‘먹거리로 삶을 연결한다’는 원칙으로 시장을 운영한다. 서은송 씨는 “국내에선 농부시장이 활성화돼 있지 않은 편”이라며 “하지만 점차 지방에서도 농부시장을 열려는 사람이 생겨 이들과 함께 시장을 만들어 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앞으로도 마르쉐@는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을 충족하는, 친환경적인 장보기 문화를 만들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 원가영 기자 irenber@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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