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독립운동가 동상의 문제점을 살펴보다

장충단 공원에 있는 이준 열사 동상의 얼굴과 생전 이준 열사의 모습. 같은 사람인지 쉽게 알아보기 힘들다.
사진제공: 국가보훈처 공식블로그
효창 공원에 있는 이봉창 의사의 동상. 여기저기에 빗물이 흘러내린 자국과 부식된 흔적이 보인다.

법학도서관(72동) 앞에는 ‘위대한 인물은 반드시 조국을 위하여 생명의 피가 되어야 한다’는 이준 열사의 결연한 유훈과 함께 그의 입상이 세워져 있다. 이 동상은 2012년 법대 동문들이 세운 것으로 서울대 법대의 전신인 법관 양성소의 초대 졸업생이자, 헤이그 특사로 파견되는 등 목숨을 걸고 조국을 지키고자 한 이 열사를 기리는 뜻을 담고 있다. 하지만 세워진 지 5년밖에 되지 않은 이 동상엔 빗물 자국이 선명하게 보이고 녹이 슬어 있었다. 이처럼 독립운동가의 정신을 기리자는 동상 제작 취지가 무색하게 동상이 소홀하게 관리되고 있는 경우가 많고, 실제 독립운동가의 모습과 동상의 모습이 비슷하지 않다는 지적 역시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학신문』에선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서울 시내 독립운동가 동상의 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독립운동가의 생전모습이 제대로 담겨있는지 살펴봤다.

지난달 27일 오후 찾아간 장충단 공원엔 ‘일성 이준 열사 기념사업회’에서 1970년대에 세운 이준 열사의 동상(사진①)이 서 있었다. 늠름한 표정을 한 그는 양복에 나비넥타이 차림을 한, 키가 작고 머리숱이 많으며 콧수염이 없는 청년으로 묘사돼 있었다. 하지만 사진에 찍힌 이준 열사(사진②)는 머리숱이 적고 콧수염이 긴 것으로 나타나 있어, 동상의 모습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남산2호터널 근처에 위치한 유관순 열사의 동상 역시 서대문 형무소 수감 당시 찍힌 유 열사의 사진과 많이 달라, 이름이 새겨진 비석을 보기 전엔 그의 동상이라는 것을 알아보기 매우 힘들 정도였다.

동상이 독립운동가의 실제 모습과 다른 것에 대해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초등학생 A씨(13)는 “독립운동가 동상의 얼굴이 실제와 다르게 생기면 누군지 알아보기도 힘들고, 독립운동가의 업적을 기념하기도 힘들다고 생각한다”며 동상의 얼굴은 실제에 최대한 가깝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반대로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의견 역시 존재했다. 장충단공원에서 만난 60대 B씨는 “동상에 나타난 모습이 실제 모습이랑 달라도 크게 상관없다”며 “독립운동가의 훌륭한 업적을 기념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히려 세세한 내용에 집착하며 문제를 제기하는 젊은 사람들의 태도가 사회적 분란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동상의 얼굴과 실제 얼굴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국가보훈처 현충시설과 관계자는 “독립운동가의 동상을 세울 때 동상을 실제 모습과 비슷하게 만드는 것보단 선양의 목적을 더 중시한 1970년대의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몇 십 년 전부터 있어온 독립운동가의 동상을 실제와 비슷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철거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이와 관련된 별도의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독립운동가들의 동상과 그 주변이 깨끗하게 관리되지 못하고 있는 문제 역시 무시할 수 없었다. 효창 공원 백범기념관 옆에 위치한 이봉창 의사 동상(사진③)은 본교의 이준 열사 동상과 마찬가지로 표면에 얼룩과 녹이 상당히 많았다. 효창공원 관리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 동상 관리 상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부분도 인지하고 있어, 한 달을 주기로 지속적으로 동상을 청소하고 닦아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미세먼지가 심해 먼지가 자주 쌓이기도 하고 매일 청소를 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관리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보훈처 현충시설과 관계자 역시 “동상을 비롯한 현충시설 관리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특별관리 사업을 진행하는 등 여러 면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향후 추가적 점검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그는 “국민들 역시 동상 주변에 담배꽁초를 버리지 않고, 쓰레기가 떨어져 있으면 같이 주워주는 등 높은 시민의식을 보여준다면 관리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동상 관리에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독립운동가 동상은 시민들이 독립유공자에 대한 인상을 가장 직관적으로 받을 수 있는 보훈시설이자 과거사를 대하는 국가의 태도를 드러내는 표지이기도 하다. 독립운동가 동상에 대한 관심이 3·1운동에 즈음한 ‘반짝 아이템’ 정도의 소비로 끝나지 않고, 꾸준하고도 체계적인 관리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사진: 원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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