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자랑 강요 프리 선언 릴레이’

인문대 ‘어울림’, 음대 ‘새내기워크숍’

새내기도 강권 없는 새터에 긍정적

여전히 프로그램상 미흡함도 존재해

새내기의 대학 생활은 새내기 새로배움터(새터)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장기자랑 강요와 도를 넘은 술자리 문화는 새터 철마다 논란이 돼 왔다. 이번 새터에선 장기자랑을 축소하고 인권 교육을 확대하는 등의 변화가 돋보였다. 먼저 총학생회(총학)가 새터 쇄신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1월 18일, 총학은 ‘장기자랑 강요 프리 선언 릴레이’를 시작했다. 총학은 선언문에서 “특정 개인이 단순히 학교에 먼저 입학했다거나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다른 개인에게 원치 않는 것을 강요할 수 없다”며 새내기와 선배를 동등한 자리에 세우는 것이 이번 릴레이의 목적임을 밝혔다. 총 22개의 단과대 및 학부/과/반/전공 학생회가 릴레이에 동참했다. 총학은 학내 여러 단체와 함께 새터 내 인권 침해 대응을 위한 새터준비위원회(새준위)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고 각 단과대에 배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새터 변화 방향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제기했다. 이에 변화하고 있는 새터의 현주소를 『대학신문』이 짚어봤다.

인문대 새터는 ‘어울림’의 도입이 눈에 띄었다. ‘어울림’은 인문대의 인권 가이드라인 및 내규 작성 시간으로, 새내기와 선배가 토론을 거쳐 각 반 새터 내규를 직접 정했다. 이후 주위에서 흔히 일어나는 차별 사례를 스크립트로 각색해 선배들이 직접 연기하고, 이를 새내기들과 함께 논의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이런 변화에 대해 각자가 인권 문제를 주체적으로 고민할 기회였다는 평이 나왔다. 인문대 새내기 A씨는 “내규를 만들며 서로에게 예의를 지키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며 “학생회 차원에서 차별 및 소수자 문제를 공론화해 모두가 인권 문제를 재고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더불어 인문대는 장기자랑을 전면 폐지하는 대신 반별로 30초 길이의 영상을 만들어 상영하는 ‘30초 영화제’를 도입했다. 새내기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박지향 씨(인문계열·19)는 “영상 제작과정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문을 골라 참여할 수 있어 다들 만족했다”고 밝혔다.

사회대 또한 선배 공연까지 없애며 장기자랑을 완전히 폐지하고, 그 자리를 과/반별 사진 콘테스트와 홍보 영상 상영으로 채웠다. 사회대 새터에 참여한 새내기 B씨는 “강권이 전혀 없어 무대를 준비하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훨씬 즐거웠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인권 내규 발제와 그에 따른 토론에 대해서도 호평이 이어졌다. 사회대 이승준 학생회장(정치외교학부·16)은 “영상,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내규를 새내기에게 전해 인권을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신승은 씨(사회학과·19) 또한 “내규 발제를 통해 소수자를 향한 차별의 예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며 “비건식이 마련된 것을 보고 내규가 말로 그칠 뿐 아니라 실천되고 있음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영대는 작년에 이어 팔찌 제도를 시행했다. 술을 마시지 않는 학생은 노란 팔찌를 착용해 거부 의사를 표시하도록 한 것이다. 경영대 김승환 학생회장(경영학과·17)은 “새터를 준비하며 중시한 건 안전과 자기결정권이었다”며 “뒤풀이에 제공되는 주류에 소주뿐만 아니라 맥주를 추가하고, 장기자랑 참가도 철저히 자율에 맡기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특히 반별 장기자랑은 새내기가 공연팀과 응원팀에 각자 자유롭게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새내기들도 새터가 전반적으로 자율적인 분위기였다고 평했다. 경영대 새내기 C씨는 “장기자랑에 당일 동기들끼리만 의견을 모아 참여할 만큼 강권이 전혀 없었고, 술자리에서도 선배들이 음료수나 물을 권해 마음이 편했다”고 말했다.

음대는 ‘새내기워크숍’으로 새터를 전면 개편했다. 새내기들로만 워크숍을 진행하고, 고학번은 엄격한 면접을 통해 검증된 새준위 위원만 워크숍에 참여하게 하는 강수를 뒀다. 장기자랑 및 인권 침해적 요소로 문제가 된 ‘새터 7종 게임’이나 과별 장기자랑 강권 등 음대 새터의 폐해를 뿌리 뽑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워크숍에선 새터 7종 대신 조별 게임이, 장기자랑 대신 새준위의 신입생 환영 연주회가 진행됐다. 특히 다양한 과를 섞어 조를 구성하고, 조 단위로 활동을 진행해 새내기들이 타과 학생들과 친해질 기회를 제공했다. 음대 조수황 학생회장(국악과·16)은 “어떤 식으로든 학과, 학번에 의한 강권이 일어나는 것을 막고 새내기들끼리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이런 방식의 새터가 하나의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새내기를 대상으로 한 자체 설문 조사에서도 ‘강권이 없었다’는 응답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등 긍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음대 새내기 D씨는 “선배들의 강권 등 계속되는 악습으로 새내기가 고통받는 것보다는 문제의 근원을 차단하는 것이 옳다”며 이번 새터 개편을 지지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의견도 나왔다. 인문대 새내기 E씨는 “어울림 시간은 자유로운 분위기라기보단 정해진 ‘답’을 요구하는 느낌이었다”며 “원하는 답이 아닐 경우 분위기가 가라앉기도 했다”고 인권 교육의 정형성을 지적했다. 음대 새내기 F씨는 “자유롭게 새터를 즐길 수 있어 좋았지만, 선배님들과 가까워질 기회가 많이 없었던 점은 조금 아쉬웠다”고 답했다.

진행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인문대 새터의 경우 ‘어울림’ 시간에 좀 더 구체적인 논의를 하기 위해 토론의 주제를 세분화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사회대 새터 또한 토론 프로그램을 학생들이 좀 더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꾸자는 제안이 나왔다. B씨는 “남녀가 같은 방에 배정돼 불편한 점이 있었는데, 설문 조사를 통해 방 배정 방식을 정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현재 새터는 재미와 인권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여러 단대가 이전보다 인권 친화적인 새터를 꾸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모든 공동체 구성원이 즐길 수 있는 새터에 닿기엔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모두에게 유쾌한 새터를 향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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