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부리 천지 오르막길(登), 이젠 돌부리 없는 평탄한 길(壇)
돌부리 천지 오르막길(登), 이젠 돌부리 없는 평탄한 길(壇)
  • 신다현 기자
  • 승인 2019.03.03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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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벚꽃이 흩날리는 봄엔 날씨만큼이나 아름답고,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날엔 더위를 잊게 할 만큼 청량하고, 낙엽이 지는 가을엔 가슴 시리고, 눈이 소복이 쌓이는 겨울밤엔 마음을 따스하게 한다. 수만 명의 습작생은 그 책 한 권을 독자에게 전하고자 오늘도 ‘등단’을 향해 발버둥 친다. 그리고 그토록 원하던 등단을 이뤄낸 작가는 자신의 이름이 박힌 책을 내기 위해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다시 한 번 걷는다. 이런 상황 속에서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주요 중앙지뿐 아니라 각종 지방지, 문예지가 어김없이 2019년 신춘문예 당선작을 발표했다. 그러나 매년 반복되는 신춘문예 당선작의 표절 논란은 올해도 발생했고, 등단제도와 한국 문단의 허점도 나날이 드러나고 있다. 이에 『대학신문』은 한국 문단 데뷔의 유일한 길로 여겨지는 등단제도의 현황을 파악하고, 등단제도로 인한 문제를 문학 권력의 차원과 작가의 현실 차원에서 짚은 후 각 차원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등단제도란 아마추어 문학가가 일정 자격을 취득해 문단에 정식으로 데뷔하는 제도다. 전 세계적으로 등단제도가 명시적으로 존재하는 곳은 흔치 않다. 하지만 한국에서 등단은 정식 문인이 되는 하나뿐인 길이다. 그렇기 때문에 등단제도는 습작생에게 매우 특별하다. 등단을 준비하다 그만둔 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시집을 출간한 백인경 시인은 “주위에 등단을 하지 못해서 시인이나 소설가가 되길 포기한 사람이 정말 많았다”며 “등단을 하지 못하면 아무리 글을 써도 이를 발표할 지면이 없다”고 습작생에게 등단이 가지는 의미를 설명했다. 이들은 등단하기 위해 일간지에서 시행하는 ‘신춘문예’ 혹은 문예지의 ‘공모전’에 당선되거나, 문학 관련 단체나 출판사에서 시행하는 ‘문학상’을 수상해야 한다.

등단제도는 두 가지 측면에서 그 필요성이 강조돼왔다. 먼저 등단제도는 출판시장의 안정성에 기여한다. 출판사의 입장에선 검증된 작가의 책을 출판할 수 있고, 독자의 입장에선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갖춘 작가의 책을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책의 안정적 유통이 보장된다. 「한겨레」 문학상으로 등단한 장강명 소설가는 자신의 책 『당선, 합격, 계급』에서 “등단은 책의 질을 보장한다는 인식이 있다”며 “이는 일종의 공신력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또한 등단은 습작생을 환기하고 문단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간다. 널리 유통되는 지면에서 신인 작가의 글을 다루는 것은 습작생에게 좋은 동기부여가 되고, 이는 신인 작가를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소개하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창작과비평』 평론 부문을 통해 등단한 방민호 교수(국어국문학과)는 “등단을 준비하는 주변의 습작생들이 모여 그 당시의 신문이나 문예지에 실린 등단작을 읽는 모임이 있었다”며 “그 작품을 읽으며 등단을 위한 열정을 다졌다”고 자신의 습작생 시절을 회상했다.

등단제도는 위와 같은 필요성을 인정받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지만 공정성 측면에서 비판을 받는다. 등단을 위한 방법인 신춘문예나 공모전 사이에 암묵적인 ‘등급’이 존재하는 것이 그중 하나다. 작가는 등단 이후 지속적인 활동을 위해 원고 청탁을 받아야 하는데, 신춘문예의 경우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와 같은 중앙지를 통해 등단한 작가, 공모전의 경우 ‘문학동네’ ‘창비’ ‘문학과 지성사’와 같은 3대 출판사의 문예지를 통해 등단한 작가 위주로 청탁 기회가 주어진다. 이승하 교수(중앙대 문예창작과)는 “일부 출판사 편집자는 지방지 신춘문예 당선을 미(未)당선으로 간주한다”며 “출판사는 지방지 신춘문예에 당선된 작가에게 원고를 청탁하지 않거나 작가가 작품을 실어달라고 직접 문의해도 거부한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습작생 사이에선 중앙지와 3대 출판사 문예지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문예지 등급’이란 이름의 등급표가 습작생 사이에서 돌고 있기도 하다. 백인경 시인은 “S등급부터 F등급까지 정리돼있는 ‘문예지 등급’을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며 “이 등급은 문예지의 문학적 성향 등과 별개로 등단했을 때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순서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등단을 결정짓는 ‘등단 심사 기준’에 대한 의문도 꾸준히 제기된다. 한국의 등단제도에선 심사 과정에서 평가위원이 자신이 가르쳤던 학생의 작품을 의도적으로 등단작으로 선정할 수 있다. 문단의 특성상 신춘문예나 공모전의 평가위원이 대학 강사를 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한 문학상의 평가위원이 자신이 직접 수업 시간에 다룬 학생의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는 논란이 일어 그 작품의 수상이 취소됐다. 또한 매년 중복되는 평가위원이 많기 때문에 그들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쓴 작가만이 등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비판도 있다. 특히 평가위원은 문학 전공 수업에서 배우는 전형적 구조의 작품을 선호한다는 인식이 있다. 이형권 교수(충남대 국어국문학과)는 “문단에 소위 ‘신춘문예용 작품’이란 별칭이 있다”며 “새로운 도전정신이나 실험정신보단 정통적인 완결성을 추구하는 작품이 등단에 유리하단 뜻”이라고 설명했다. 습작생은 당선을 위해서 자신의 개인적인 취향보다 당선을 결정하는 평가위원의 취향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등단을 하고자하는 습작생은 문학 ‘창작’이란 분야에서조차 개인의 개성과 창의성을 드러내지 못하게 된다. 방민호 교수는 “문학은 분야 자체의 특성상 심사과정에서 평가위원의 기호가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특정 유파나 출판사에 기대고 있는 평가위원의 경우 그 유파나 출판사의 성향이 심사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문학이 정량적으로 평가될 수 없다는 점과 신춘문예, 공모전 등의 평가 기준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으로 인해 심사 과정의 객관성과 공정성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문예지는 등단제도로부터 권력을 부여받은 대표적인 주체다. ‘등단장사’는 문예지가 권력을 행사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등단장사란 습작생이 소규모 문예지를 장기간 구독하거나 해당 문예지에 일정한 금액을 낼 것을 약속하면 그 문예지에서 주최하는 공모전에 당선시켜 주는 것을 말한다. 방민호 교수는 “문인들도 대부분 등단장사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다”며 “이는 사실상 ‘매관매직’으로 분명히 사라져야 할 문제”라고 비판했다. 백인경 시인 역시 “주변에서 등단의 조건으로 등단 입회비, 문예지 평생 구독 등을 권유받은 사람을 많이 봤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선 소규모 문예지들이 돈을 벌기 위해 수준 미달의 작품을 무차별적으로 당선시키는 것이 한국 문학 전반의 질적 저하를 일으킨다는 우려를 표한다. 이형권 교수는 “등단장사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더라도 문학의 저변 확대는 긍정적으로 보는 입장도 있지만, 문인의 숫자가 많아진다고 국가의 문학적 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며 “취미로 글을 쓰는 사람까지 등단장사를 이용해 등단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등단장사는 소규모 문예지가 자본을 확보하기 위한 임시방편일 뿐 이를 통해 등단한 작가에 대해선 문예지가 아무런 지원도 해주지 않아 더욱 심각한 문제다. 백 시인은 “보통 잘 알려지지 않은 문예지에서 등단 장사를 많이 하는데, 그렇게 등단한 신인 작가에게 문예지가 무엇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등단장사의 문제를 지적했다.

문예지의 입맛에 따라 문예지에 실리는 비평의 내용과, 문예지가 원고를 청탁하는 작가가 달라지는 것도 비판의 대상이다. 먼저, 대형 출판사의 문예지는 자신의 문예지를 통해 등단한 작가의 작품을 위주로 긍정적인 비평을 한다. 일명 ‘주례사 비평’이라고 불리는 이 비평의 작성 역시 해당 문예지 출신의 평론가에게 맡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을 통해 등단한 이승하 교수는 “실제로 칭찬으로만 구성된 주례사 비평을 쓰게 하는 문예지가 있다”며 “나도 그런 류의 서평이나 계간평을 써야 했던 적이 있다”고 문예지의 어두운 면을 고발했다. 또한 「경향신문」 신춘문예 비평 부문으로 등단한 오창은 교수(중앙대 다빈치교양학부)는 “주요 문학 매체는 고유한 색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문학 작품에 대한 평가가 편향돼 있다”며 “나 역시 내 문학적 성향으로 인해 「문학동네」나 「문학과 사회」에선 내게 원고 청탁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단의 ‘권력형 갑질’ 문제 역시 등단제도를 본질적인 원인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 등단을 해야만 정식으로 문단에 진입할 수 있는 문단의 특성상 등단 과정, 등단 순서에 따라 수직적인 관계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오창은 교수는 “문단 내에 등단 시기에 따른 암묵적인 위계가 존재한다”며 “최근 논란이 된 문단 내 성폭력 문제도 권력을 가진 측이 위계를 악용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문단 내 형성돼 있는 위계질서는 문단 내의 신인 작가나 문단에 들어가고자 하는 습작생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 백인경 시인은 “등단제도로 인한 문단 권력은 습작생에게 큰 폭력”이라며 “습작생은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등단을 못 한다’거나 ‘등단해도 제대로 자리를 못 잡을 것’과 같은 말을 듣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참아야 한다”고 문단 내의 권력 관계로 인해 신인 작가와 습작생이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신인 등단 작가는 일회성 행사에 가까운 신춘문예나 공모전의 특성으로 인해 등단을 하더라도 그 이후의 활동을 보장받지 못한다. 실제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문학동네」, 「문학과사회」와 「창작과비평」에 실린 신인 시인의 시는 1년에 3~4건에 불과하다. 김필남 문학 평론가는 2016년 논문 「등단 제도를 통해 본 소설가 그 이후」에서 “2005년 이후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젊은 작가 15명 중 3대 문예지에 소설을 게재하는 작가는 3명뿐”이라며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신인 등단 작가는 한 번 정도밖에 문예지에 소설을 싣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등단제도는 긴 습작 기간을 거쳐 정식 작가가 된 신인에게 아무것도 보장해주지 못한다. 한국의 등단제도에선 등단 여부가 한 작품으로만 결정되는 것도 문제다. 한 작품만으로 등단 이후 작가로서 활동 가능성을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등단을 위해 하나의 작품만 지속적으로 첨삭을 받고 준비하는 습작생이 많다. 이 경우 작가는 등단 이후 차기작을 쓰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승하 교수는 “등단을 위해 몇 작품만을 첨삭 받아 등단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이렇게 등단한 신인 작가는 후속작의 부족으로 활동을 이어나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미흡한 경제적 지원 제도도 등단 이후 작가가 활동을 지속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정부 기관의 금전적 지원은 신인 작가에게 필수적이지만 사실상 신인 작가가 지원 사업의 수혜자로 선발되긴 어렵다. 경쟁률이 높기도 하지만 지원 사업의 지원 자격이 ‘개인 창작집이 있는 등단 작가’ ‘신청일로부터 3년간 문예지·전문지·동인지·신문·잡지 등에 본인의 작품이 실린 실적이나 개인 작품집 발간 실적 등이 있는 등단 작가’ ‘5편 이상의 시를 문예지 등에 발표한 경험이 있는 등단 작가’ 등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신인 작가는 경제적인 지원을 받아야 활동을 할 수 있는데, 정작 지원 사업은 지원 자격으로 작가 활동 경력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장강명 소설가는 “현재 한국의 문화 예술 지원 사업에선 독자가 아니라 평론가, 동료, 문단 내부 인사가 높이 평가하는 작가가 지원금을 받는 형식”이라며 “인맥이 넓고, 인사성이 좋은 기존의 등단 작가가 수혜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현실을 지적했다. 이형권 교수도 “국비와 지방세, 문예진흥기금 등으로 운영되는 지원제도는 현재 문단 안팎의 사정을 고려한 것이라기보다 정부가 문화 예술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 도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아직 등단을 하지 못한 습작생은 등단제도로 인해 사회·경제적 한계를 마주한다. 작가로서 수입을 얻기 위해선 원고 청탁을 받아야 하는데 등단하지 못한 습작생에겐 청탁의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등단하지 않고 독립 출판 등의 방식으로 출판을 한다고 하더라도 출판시장과 문단 내에서 등단과 미등단은 엄격히 구분된다. 이들은 독립 출판으로 출판을 한 이력이 있거나 글의 수준이 뛰어나도 등단 이력이 없기 때문에 작품 소개나 해외 연수 참여 기회를 박탈당한다. 등단하지 않고 책을 출판한 임경선 작가는 『미등단 작가의 어떤 고백』이란 수필에서 “등단을 하지 않으면 정통 문학을 중시하는 사람에게 무시당하기 쉽다”며 “책을 출판해도 문학 담당 신문기자가 지면에 그 책을 다뤄주지 않고, 아무리 글을 써도 문인으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백인경 시인 역시 “웹진이나 문예지에서 가끔 청탁이 들어오기는 한다”며 “하지만 내가 원고료를 물어보면 ‘정식 작가가 아닌 점을 고려해 달라’는 답변을 받는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실제로 습작생 중엔 금전적인 문제로 문학의 꿈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다.

바람직한 문단을 위해 가장 먼저 변화해야 하는 것은 등단 심사 과정이다. 매년 평가위원이 중복돼 한 신춘문예나 공모전에서 일관된 성향의 작품만이 당선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심사위원의 다양화가 이뤄져야 한다. 개인이 맡은 역할이 중첩되는 것으로 인한 폐해가 나타나지 않도록 역할을 분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 한국 문단은 습작생을 지도하는 기성 작가, 등단을 결정하는 평가위원, 문예지를 편집하는 편집자를 모두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구조다. 이로 인해 한 개인이 자신이 가르친 습작생의 작품을 당선시키고, 이후에도 편집자로서 특정인에게만 청탁을 맡기는 것이 가능하다. 장강명 소설가는 “문예지 내에서 ‘우리 작가’를 향한 지지자들의 일방향적인 서평은 사실상 그 작품을 선정한 인물이 쓰는 경우가 잦다”고 주례사 비평이 생산되는 현황을 제시했다. 또한 평가위원은 심사 과정에서 사적인 이해관계를 배제하고 책임감 있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이승하 교수는 “국내 최장수 문예지인 「현대문학」은 과거 추천위원이 자신의 문학적 명예를 걸고 오랜 기간 동안 한 습작생과 그의 작품을 지켜본 후 그를 추천하는 식의 등단제도를 시행했다”며 “등단제도가 긍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선 지금도 그런 방식의 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습작생, 미등단 작가와 등단 작가 사이의 차별을 줄여나가는 것도 등단제도의 개선을 위한 과제다. 최근 일부 문예지에선 이들 사이의 차별을 줄여나가기 위한 시도가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출판사 ‘창비’에서 발간하는 문예지 「문학3」은 현재 미등단 시인과 소설가를 위한 작품 발표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 겨울호를 마지막으로 폐간한 계간지 「21세기문학」 역시 신인상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미등단 작가에게 작품을 쓸 기회를 제공한 바 있다. 이런 변화는 ‘등단’이라는 전통적인 제도를 유지하면서도 습작생에게 더 다양한 길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임경선 작가는 “미등단 작가를 ‘작가’란 호칭으로 부르는 것 자체가 어색한 분위기”라며 “나 같은 경우 주변으로부터 ‘제대로 등단해서 정식 작가가 돼라’는 말을 듣는다”고 미등단 작가로서의 어려움을 언급했다. 이런 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선 미등단 작가를 위한 작품 발표 공간을 마련하는 것부터 시작해 이들이 차별 없이 작가로 활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문단 내부의 자체적인 노력뿐 아니라 등단제도와 문단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문예지의 등단장사를 막기 위해 소규모 문예지에 지원을 하되 자생력 있고 발전 가능성이 있는 문예지를 선정해 지원하는 것이 그중 하나다. 지원을 받은 문예지 측에선 공정한 방식으로 공모전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 등단한 신인 작가를 지원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형권 교수는 “문화 시장에서 자생력이 있는 분야와 그렇지 못한 분야를 구분해 적절한 지원을 해야 한다”며 “문화 생태계의 다양성 복원을 위해 다양한 정책의 개발과 시행이 필요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신문사의 신춘문예나 문예지의 공모전, 문학상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는 것을 막고 등단 작가가 안정적으로 창작 활동을 하도록 돕기 위해 창작 기금 지원 정책도 보완돼야 할 것이다. 장강명 소설가는 “창작 기금에서 테마 소설집 발간 등을 지원하면 기존 등단 제도가 놓치는 다양한 장르의 신인을 발굴하고 대중에게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등단제도 자체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이 제도 자체를 폐지하고 작가가 되길 원하는 사람 모두가 글을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해외에선 등단 여부와 무관하게 한 개인이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면 출판사 측에서 작품의 작품성과 가능성만을 보고 출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창은 교수는 “한국 문단에서도 작가의 등단 여부에 국한하지 말고, 좋은 작품을 발표한 작가를 문인으로 인정하는 유연성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형권 교수 역시 “해외에선 작품의 가치가 출판 시장 논리에 따라 판단돼 등단이란 과정을 거치지 않은 신인도 작품을 출간하거나 유통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도 이제 등단 여부를 떠나 문예지나 출판 시장에 작품 선정을 자율적으로 맡기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학은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순수한 문화 영역이다. 문학은 순수한 문화적 가치 외에 개인의 이익이나 권력 문제가 개입되지 않을 때 가장 빛난다. 지금까지 한국 문단을 만들고 유지해나가던 ‘등단제도’는 다른 요소들의 개입으로 한국 문학의 빛을 꺼뜨리고 있다. 불투명한 심사과정, 문학 권력의 불균형, 작가들의 현실적 어려움이라는 문제를 극복하고 등단제도가 바로 설 때 문단이 올바른 방향으로 재정립되고, 비로소 한국 문학은 가장 밝게 빛날 수 있을 것이다.

레이아웃: 황지연 기자 ellie0519@snu.kr
삽화: 권민주 기자 kmj4742@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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