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취임 오세정 총장, 『대학신문』 단독 인터뷰

서울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은 지 오래… 취임 부담감 느낀다

‘낙성대 벤쳐벨리’ ‘싱크탱크’를 한국의 성장동력으로

교육 방향은 ‘교육위원회’가 담당, RC는 내년부터 소규모 시범운영

올해 안에 총장선출제도 개선 협의체… 학생 참여 당연

지난달 8일 오세정 명예교수(물리·천문학부)가 제27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긴 선거를 끝으로 선출된 오 총장에 대한 구성원들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하지만 그의 앞에 놓인 길은 순탄치 않다. 법인화, 재정 안정화 등 오랜 기간 제기돼 온 문제는 물론 최근 총장선출제도 개선 문제와 시설노동자 파업까지, 서울대는 거듭해 위기에 봉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학신문』은 지난달 21일 오세정 총장을 만나 서울대 앞에 놓인 여러 난관을 해결하기 위한 그의 계획을 물어봤다.

◇제27대 총장으로 취임하게 된 소감은=엄청난 부담을 느낀다. 서울대는 총장 공백 등을 겪으며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은 지 오래지만, 세계적으로 대학교육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저출산 및 인구 감소 등으로 한국 사회에도 여러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처럼 학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아 큰 책임감을 느낀다.

◇캐치프레이즈가 “위대한 전통의 새로운 시작”이다. 여기서 서울대가 이어가야 할 전통은 무엇이며,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서울대는 우리나라가 발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아 왔다. 한국의 대표적인 고등교육 기관으로서 인재를 키워 왔으며, 연구를 통해 학문 및 국가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이것이 서울대가 가진 위대한 전통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서울대는 이전에 가졌던 권위와 신뢰를 많이 잃은 듯하다. 법인화 이후에도 서울대는 국립대학으로서 공공성을 가지며 사회를 위해 일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최근 서울대는 자신의 이익만 지나치게 챙기는 모습을 보이며, 대학기관으로서의 신뢰를 잃어버렸다. 이 때문에 서울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인식을 바꾸고 서울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바로 새롭게 시작해야 할 부분이다.

◇‘공공성’을 강조해 왔다. 구체적으로 서울대의 ‘공공성’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국가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우선, 공동체를 생각할 수 있는 리더를 길러내야 한다. 서울대는 개인의 이익을 넘어 사회 전체를 생각할 수 있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육성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또한 공공성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 ‘낙성대 벤쳐벨리’를 조성하고 이곳을 한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만들겠다. 서울대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 사회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싱크탱크’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사회의 문제들은 더 이상 단일한 분야에서 해결할 수 없으며,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만 해결할 수 있다. 종합대학의 장점을 이용해 학제 간 교류를 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든다면, 여러 사회 문제에 대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학술원 등 구체적인 조직에 대해선 아직 생각이 필요하지만, 이를 통해 서울대가 국가에 기여하는 기관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법인화 7년이다. 국고출연금은 줄고 있는데, 서울대의 자체예산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구성원의 우려가 크다. 앞으로 재정 확보를 위한 계획은=많은 서울대 구성원이 학교가 법인화를 통해 자율성을 갖고 빠르게 변화하며, 교수들이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아직 그 장점이 드러나지 않았고, 오히려 자꾸 단점이 드러나니 구성원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자율적인 대학 운영을 위해선 무엇보다 자체적인 예산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최근 서울대에 자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여러 연구업적이 생기고 있다. 이를 활용한다면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등 여러 수익사업이 가능하리라 기대한다. 또 앞서 언급한 낙성대 벤처벨리 등을 통해 우수 인력의 창업을 지원하겠다. 서울대가 주도하는 산학협력이 새로운 기술의 창조로 이어진다면, 이는 국가의 혁신성장에 이바지함과 동시에 자체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더해 서울대가 국회의 신뢰를 회복해 국고출연금을 늘릴 수 있도록 하겠다.

지난달 21일, 오세정 총장은 행정관 4층에 위치한 총장실에서 『대학신문』 기자와 만났다. 기자와의 약속시간 앞뒤로도 빽빽히 일정이 잡힌 오 총장은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국세나 지방세 등 납세의무 면제 등을 담은 ‘서울대 설립·운영에 관한 법안(서울대법) 개정안’은 2016년 발의 이후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이를 위한 돌파구는=일본은 국립대학의 법인화를 진행할 때 면세조항을 모두 포함했다. 서울대 또한 연구기관으로서 면세를 받는 것이 타당하다. 지금처럼 국세를 출연금으로 받아 이를 다시 지방세로 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 하지만 그동안은 서울대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고, 또 인기가 없으니 의원들이 나서지 않았다. 법안 발의는 명분이 있지만, 열심히 발로 뛰는 의원이 여태까지 없어 개정안이 계속해서 표류한 것이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서울대가 공공성을 회복해 공익 실천에 기여한다면 충분히 의원들을 설득할 수 있으리라 본다. 국회에서 활동하며 여러 의원과 얼굴을 익히기도 했으니, 직접 발로 뛰며 이번 국회 안에 세금 납부 관련 법 개정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학부 교육의 혁신을 이야기했다. 학부 교육의 목적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를 바탕으로 서울대 학부 교육 재정립을 위한 계획을 제시해 달라=학부 교육의 방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설정돼야 한다. 장이 바뀐다고 인재상이 계속해서 바뀌어선 안 된다. 때문에 서울대의 인재상을 정의하고 교육의 목적을 제시하는 일을 담당하는 교육위원회를 제안한다. 교육위원회는 앞으로 총장의 임기와 관련 없이 학교의 교육 방향을 끌고 가며, ‘어떻게 선발하고 교육할 것인가’의 문제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단체가 될 것이다. 입시제도 또한 인재상을 설정한 이후, 그에 걸맞은 인재를 선발할 수 있도록 변해야 한다. 이 또한 교육위원회에서 담당할 일이다.

그리고 장차 사회에 나가 리더가 될 서울대생에게 학내 구성원과의 다양한 교류는 공감능력을 기르고 사회를 생각하는 힘을 길러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단기적으론 교수와 학생 간의 접촉을 늘리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최근 신입생 세미나를 늘리겠다고 말했는데, 이는 교수 학생 간 상호작용을 늘리기 위한 최단기적인 방안이다. 기숙형 학부대학(Residential College, RC) 또한 학생과 교수 간의 상호작용을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학생들은 형제가 없거나 하나인 경우가 많아 함께하는 공동체 생활이 익숙지 않다. 기숙사를 기반으로 한 교육이 활성화된다면 학생들 간의 교류 또한 늘릴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하지만 지금은 기숙사 여건상 RC를 실행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내년부터 신입생 중 일부 지원자를 대상으로 소규모 시범운영을 해보려 한다. 전면적인 시행을 위해선 1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

◇총장선출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학내에 높다. 총장 직선제, 선임제 등의 방향성이 제시되기도 했다. 이에 대한 향후 계획은=총장선출제도 개선에 대해선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한다. 여기서 ‘내가 이게 좋다’는 개인적인 의견은 중요치 않다. 총장선출제도는 학내 구성원이 함께 모여 제도 개선을 고민하고 합의해야 할 문제다. 평의원회와 교수협의회(교협), 직원 및 학생 대표가 함께 모이는 협의체를 올해 안으로 만들고자 한다. 평의원회나 교협이 총장선출제도 개선에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야겠지만, 직원과 학생은 이미 총장선출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이들 또한 협의체에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 이미 총장선출제도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이 많이 나와 있다. 이제부턴 이 의견들 중 합의 가능한 것을 골라내는 것만 남았다. 특히 총장선출제도 개선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해결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최대한 빠르게 협의체 구성부터 시작하려 한다.

◇최근 시설직 노동자의 파업으로 중앙도서관 및 관정관의 난방이 끊기는 일이 있었다. 이외에도 서울대엔 정규직화가 한창이다. 이에 대한 견해와 향후 계획은=서울대의 구성원은 굉장히 다양하다. 학생, 교수, 그리고 정규직 및 비정규직 직원, 또 본부에서 파악이 안 되는 비정규직 직원들도 존재한다. 모두가 서울대를 끌고 가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처우가 열약하고 지원을 받지 못한 것은 사실이며, 서울대가 수용해야 할 요구도 당연히 있다. 하지만 최근에 있었던 파업의 경우처럼, 학생들이 이용하는 도서관을 상대로 난방 파업을 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학내 노동자의 정규직화는 단기간에 완전히 해소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서울대 구성원이라면 같이 가야 한다’는 공동체적 인식을 바탕으로, 원칙을 지키면서도 소통하며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겠다. 서로를 포용하고 함께 갈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겠다.

오세정 총장은 끝으로 서울대를 좋은 대학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위기의 서울대, 그 어느 때보다 강한 리더십이 필요한 때이다. 오 총장의 행보를 기대해 본다.

글: 주시현 취재부 차장

sihyunjoo@snu.kr

인터뷰: 이승완 취재부장

lsw2439@snu.kr

사진: 신동준 취재부 차장

sdj3862@snu.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