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졸업생도 아닌 신분에 괜히 들뜬 마음으로 체육관을 들락거렸다. 선배들을 보며, 절반 남짓 지나온 대학 생활을 얼른 끝내고 싶다가도 한편으론 나 또한 졸업식 때 저렇게 웃으며 교정을 떠날 수 있을지 문득 불안해졌다.

졸업식을 맞이해 펼쳐 들었던 『대학신문』은 졸업특집으로 구성돼 있었다. 캠퍼스를 떠나는 선배들의 소감과 교수님들의 덕담, 그리고 교수직을 졸업하시는 정년 교수님의 인터뷰는 졸업식을 다녀오며 느꼈던 불안감을 지우기에 충분했다.

먼저, ‘교문을 나서며’엔 졸업을 맞이한 두 명의 글이 실려있었다. 특히 ‘나의 학교에게’ 글을 읽고 나니 새내기 시절 내가 겪었던 낯섦이 다시 떠올랐다. 다만 나보다 앞서 대학 생활을 겪은 분이 새내기 시절 이후 새로운 학년을 맞이하고, 새로운 공부를 하면서는 또 어떤 낯섦을 맞이했는지도 궁금해져 그런 내용도 함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윤영관 교수의 글인 ‘쉽게 항복하지 마세요’는 학교를 떠나는 이들에게 마음 깊이 새길만 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었다. 읽으며 항복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실을 마주한 선배들의 일화를 보며 우리가 너무 빨리 결론을 지으려 했기 때문에 현실에 종종 항복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권의 책은 마지막 장까지 땀 흘리며 읽을 때야 비로소 자신만의 감회를 정의할 수 있듯, 우리의 대학 생활도 그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또한 윤영관 교수의 글은 2면의 사설과는 다른 관점이 담겨있는 점도 흥미로웠다. 사설에서 언급된 ‘성장’은 시작과 관계되는 여러 가지 요소와 함께 연결 지어 정의됐다면, 윤영관 교수의 글에서의 성장은 나이든 삶에 이르기까지 ‘개인적 존재의 자존심을 끝까지 지켜내는 것’으로 정의돼 있다. 하지만 두 성장 모두 내가 스스로 ‘시작’하지 않는다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에서 어느 정도 통하는 점이 있다.

졸업생 인터뷰 등을 거쳐 수십 년간 학자로서의 길을 걸어온 정년 교수님들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양세원 교수의 인터뷰는 ‘미래가 결정되지 않은 젊음을 즐겨라’라는 제목이 조금 아쉬웠다. 글을 찬찬히 읽어보니 교수님께서 후학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는 ‘자신을 되돌아보고, 기호에 맞는 삶을 추구하라’는 것으로 느껴져, 제목이 지금의 제목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쓰여도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신문』 졸업 호의 마지막 다섯 면은 학위를 취득한 이들과 수년간의 노력의 결실인 박사학위 논문의 제목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들의 노고가 빽빽이 찬 글자를 통해 느껴지는 동시에, 석사학위 논문의 제목은 지면 부족으로 함께 실리지 못하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학위를 얻기까지 하루하루 걸어온 발자취가 잠시 마무리되고, 더 큰 도전과 꿈이 학교를 떠나는 이들의 앞에 있을 것이다. 성공의 반대는 실패가 아닌 성장이듯, 학교를 떠나는 이들이 각자의 도전을 통해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길 응원한다.

박태열

영어영문학과·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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