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전공 ‘노쇼’ 문제, 이제는 제도의 힘이 필요하다
복수전공 ‘노쇼’ 문제, 이제는 제도의 힘이 필요하다
  • 대학신문
  • 승인 2019.03.03 02: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항공권 예매, 레스토랑 예약, 영화 예매, 복수전공 신청. 이 넷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노쇼’(No-show) 문제가 심각하단 것이다. 우리는 노쇼, 가령 레스토랑을 예약해 놓고 말 없이 나타나지 않아 자리와 식자재를 낭비하게 하는 행위에 대해 불쾌함과 거부감을 느끼고 비판하기 마련이다. 또 노쇼는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기 때문에 위약금 부과 혹은 예약 자격 박탈 등의 방법이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서울대의 복수전공 신청 시스템은 어떤가?

복수전공·부전공 선발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평가되는 요소는 학점이다. 그렇기에 해당 전공에 얼마나 많은 관심과 열의를 가졌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학점이 낮다면 복수전공을 할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복수전공 신청과 취소 횟수에는 제한이 없으며 취소 시 페널티도 없다. 복수전공은 매 학기 정해진 인원만 선발되기 때문에 허수 인원에 의한 취소가 난무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누군가는 꼭 원하는 전공을 선택할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 즉 ①학점만으로 선발한다는 점 ②취소 및 신청 횟수에 제한이 없다는 점으로 인해 ‘복수전공 자격’이라는 한정된 가치가 비합리적, 비효율적으로 배분되고 있다.

혹자는 ①에 대해선 학점 기준이 가장 공정하고 확실하며 다른 마땅한 기준이 없다고, ②에 대해선 복수전공 자격 취소는 온전히 그 학생의 권리라고 반문할 수 있다. 물론 학점만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명확성과 행정 편의성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해당 전공에 대한 학생의 관심도나 진정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을 지닌다. 따라서 ‘복수전공’이라는, 한 학생의 대학 생활 전반 및 진로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가치가 오직 학점만을 기준으로 배분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또한 복수전공에 선발된 학생이 추후 이를 마음대로 취소할 권리가 있단 것은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그런 임의적인 권리 행사로 인해 타인의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된다면 이에 일정한 제한을 가해야 한다. 가령 흡연권은 혐연권에 우선하지 못하므로 금연구역 설정 및 과태료 부과 등의 정당한 제한은 충분히 가해질 수 있다. 그렇지만 흡연권이 원천 부정되지는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필자는 다음과 같은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선발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신청자 전원에 대한 개별 심사(자기소개서 및 면접 등)를 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이는 복잡한 행정 절차를 요구하므로 현실성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학점순으로 2~3배수를 선발한 뒤 개별 심사를 통해 최종 선발을 하는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 만약 개별 심사의 도입 자체가 어렵다면, 복수전공 신청에 있어 최소한의 자격 조건을 설정할 수 있다. 복수전공은 적어도 39학점의 해당 전공 수업을 이수하고 논문까지 써야하므로 ‘해당 전공 9학점 이수 및 해당 전공 평균 평점 3.0 이상’ 정도의 자격 조건을 요구하는 것은 전혀 지나치지 않다. 또한 복수전공 신청 및 취소에 3회 정도의 횟수 제한을 두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를 통해 복수전공 신청 시 학생들에게 신중함을 요구할 수 있고, 무분별한 신청을 억제해 비효율적인 배분을 방지할 수 있다. 이는 신청 및 취소를 원천 금지하는 것도, 취소에 페널티를 부과하는 것도 아니며 오직 최소한의 제한만 두는 것이므로 적절한 해결책이 될 것이다.

하루빨리 복수전공 노쇼 문제에 대해서도 일반적인 노쇼 문제와 마찬가지로 비판적 인식이 자리 잡고,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가 도입되기를 희망한다.

나용남

경제학부·14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