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다현 기자

문화부

고백하건대, 나는 ‘문학소녀’였다. 어렸을 때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해 늘 책 속에 묻혀 지냈다. 8살이 되던 해엔 직접 짧은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문학을 정식으로 배우면서 내가 쓰는 글의 길이는 길어졌고, 점차 소설의 구성을 갖춰가기 시작했다. 아, 나는 소설가가 돼야겠구나. 고등학생이 돼 수험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문학은 내 안식처였다. 지칠 때면 책을 읽었고, 순간의 내 감정을 진솔하게 담아낸 수필을 썼다. 틈이 날 때마다 소설을 구상하기도 했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글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나는 언젠가 등단에 도전하면 ‘나중에 내가 써놓은 글 중에 하나 쯤 내면 되겠지’란 단순한 생각을 했다.

대학생이 돼선 새로운 시각에서 글을 쓰고 싶어 『대학신문』의 기자가 됐다. 그리고 순전히 개인적 흥미로 ‘등단제도 기획’이란 무심한 가제를 달아놓은 기획 기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늘 가깝게 느껴왔던 문학과 작가에 관한 내용이기에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취재를 위해 시인, 소설가, 평론가를 찾아갔다. 그런데 나는 한국 문단과 문학에 애정을 가지고 그 발전을 위해서 어떤 변화와 노력이 필요한지 조목조목 설명하는 문인 앞에서,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던 문학이란 분야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지, ‘등단’이란 단어가 갖는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체감할 수밖에 없었다.

기자가 돼 바라본 ‘문학’은 내가 지금껏 해 온 것처럼 쉽게 다루기엔 너무 크고 진지한 주제였다. 막연히 선택했던 ‘등단제도’라는 소재 역시 한국 문단에서 지니는 위상이 엄청났다. 습작생에게 등단은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간절한 것이었고, 한국의 등단제도와 그로부터 형성된 문단은 내 예상보다 훨씬 복잡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자만하거나 문학에 대한 내 열정만 가지고 감정적으로 다뤄선 안 되는 주제란 확신이 섰다. 이에 기자의 냉철한 머리와 문학소녀의 뜨거운 가슴을 모두 놓치지 않고자 했다.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인 만큼 더 많은 취재원을 구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등단제도의 현주소와 한국 문단의 방향성에 대해 취재원과 함께 토론하고, 깊은 이야기를 이끌어내기 위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다. 그렇게 수집한 방대한 자료를 기자의 시각에서 정리해 기사에 녹여냈다.

문학은 생각만큼 고상하지 않았고 등단 역시 가볍게 언급할 일이 아니었다. 기자로서 기사를 쓰는 동안 자칭 문학소녀라던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내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몇 자의 활자로 꺼내놓고 소설이라 이름 붙였을 뿐인 내가 ‘문단’이란 단상 위에 오르기 위해 한없이 노력하는 습작생들의 절실함을 감히 어떻게 가늠할 수 있었을까. 그들의 이야기를 글로 옮기며 기사를 쓰는 내내 그들의 간절한 목소리까지 담아내고 말겠다는, 나의 개인적 애정과 기자로서의 사명감이 중첩된 감정이 느껴졌다.

문학은 여전히 그 자체로 내게 감동이고, 열정이고, 꿈이다. 내 삶에 항상 함께 해왔고, 앞으로도 함께 할 문학과 그 문학을 만들어내는 문단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그 변화에 내 기사가 조금이나마 일조할 수 있다면 기자로서, 그리고 문학소녀로서 그보다 더 큰 영광은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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