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호 법학전문대학원 석사과정

작년 말, 대학 동기 한 명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냈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어도 주기적으로 연락을 하며 안부를 묻고 서로를 응원하던 사이였기에, 슬픔과 충격이 컸습니다. 소식을 듣고 도저히 믿기지 않았던 까닭은, 그 친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친구는 오랫동안 준비하던 시험에 막 합격한 상태였기 때문에, 저는 밝은 미래만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황망한 상태에서 친구를 보내고, 그가 남긴 글을 읽고 나서야 어렴풋이나마 이유를 추측할 수 있었습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이 오히려 삶의 이정표를 어지럽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친구는 일상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맛있는 음식의 즐거움, 맥주 한 캔의 여유, 가까운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의 안온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런 것들을 포기하고 많은 시간을 들여 목표를 끝내 이뤘지만, 오랫동안 쌓여왔던 치유할 수 없는 상실감이 친구를 옭아맸던 게 아닐까, 그저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추측할 뿐입니다.

이제까지 저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려서부터 꿈을 가지란 말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는데, 정작 그 꿈의 종착역이 무엇인지는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정해진 목표에 어긋날까 두려워 엇나가지 않게 삶을 통제하고, ‘지금은 더 열심히 목표를 향해 달려갈 때’라고 자신을 다독이기 바빴습니다. 밑그림을 망치기 싫어 그저 정해진 대로만 그림을 그려나가는 화가 같았습니다. 밑그림은 어디까지나 완성작이 아닌 밑그림일 뿐인데도 말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채웠던 족쇄를 풀고 그림을 좀 더 과감하게 그려나가기로 했습니다. 거창한 목표를 두고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려가는 대신, 현재의 삶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치열하게 뛰다가도 힘들면 조금 천천히 걷기도 하고, 주변을 돌아보기도 하려고 합니다. 이번 방학엔 해야 하는 일에 맹목적으로 몰두하기보단 하고 싶은 일이나 잘할 수 있는 일이 뭔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목표의식은 조금 희미해지더라도, 그렇게 하루하루의 삶이 쌓여 미래의 ‘나’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방시혁 대표의 졸업식 축사가 화제입니다. 원대한 꿈은 없어도 일정한 원동력을 가지고 그때그때 하고 싶은 선택을 했더니 오늘의 자신이 됐다고 하는 내용이 특히 주목을 받았습니다. 어쩌면 큰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달리는 삶에 지친 사람이 많아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깨에 진 무거운 짐을 잠시 내려놓고, 미래의 꿈 대신 현재의 자신을 더 귀하게 여겨도 좋지 않을까요? 자신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틀린 방법’이란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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