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제훈 강사

체육교육과

‘산과 인생’은 교수산악회에서 활동하며, 히말라야 고산 등반, 유럽 알프스, 중앙아시아, 북·남미지역을 등반한 경력이 있는 다양한 전공 교수님과 15주 동안 팀티칭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강의의 가장 큰 매력은 학자들이 모여 조직한 인위의 체계와 자연이라는 무위의 체계가 만나기에 인간과 자연을 함께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2014년엔 교수자와 학생이 뜻을 같이해 14명의 원정대가 조직돼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를 다녀오기도 했다.

‘산과 인생’이란 강좌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자연에서 인생을 배우는 것이 목표기 때문에 지식을 전달하려 하기보다 하나의 장을 마련해 수강생이 스스로 느끼고 얻어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렇기에 실제로 학생들과 같이 산행을 하면서 대화를 해보면 조별, 개인별, 전공별로 수업에 대해 느끼는 바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도 내가 생각하기에 산에서 학생들이 가장 크게 배우는 점은 바로 사람과 사람의 관계다.

수업 진행을 위해 학년, 성별, 전공 구분 없이 약 70명의 학생을 8~10개의 조로 나눠 운영하는데, 교수자의 관점에서 경직된 학생들의 모습이 학기 말에 부드러워질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첫 만남의 시간에 조 구성과 역할 분담을 하는데 그땐 누구나 부자연스러움을 느낀다. “누구 씨! 누구 씨!” 하며 어설픈 존칭을 쓰면서 자기소개를 한다. 심지어는 학점 평가에 온 신경이 집중돼 있어 이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도 많다.

그리고 첫 산행을 할 땐 자기 자신을 챙기기도 힘든데 함께 산행하는 조원의 땀 냄새도 싫고 자꾸 발도 밟혀 귀찮기만 하다. 물을 가져오는 것을 깜박한 경우, 목이 말라도 다른 조원들에게 부탁하기가 조심스럽다. 이렇게 부자연스럽던 모습들이 두 번째, 세 번째 산행을 같이하면서 변하기 시작한다. 말하지 않아도 앞사람은 손을 내밀어 잡아주고 뒷사람은 밀어주고 가방을 들어주며 물과 간식을 건네는 모습이 너무도 자연(自然)스러워진다. 옆 사람의 호흡을 가까이서 보고 느끼기 때문에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체감(體感)해 알게 되는 것이다. 소통(疏通)이라는 것은 오히려 말로 전할 때 ‘먹통’이 되진 않나 생각해보는 순간이다.

이렇게 서로 간의 관계가 자연스러워질 때쯤 개개인의 능력이 오케스트라처럼 서로 어우러지기 시작한다. 이는 보통 1박 2일 야영을 할 때 알 수 있다. 체온관리를 위한 각종 의류 확인, 각종 필수장비 준비, 에너지 생산을 위한 식사와 간식 준비, 응급의료 도구 확인, 그리고 보고서와 기말 발표를 위한 사진과 기록 관리 등 생각보다 사전에 준비하고 산행에서 수행해야 할 과제가 많다. 따라서 한 개인이 특출난 재능을 발휘해 조원들을 이끌기보단 자신이 맡은 역할에선 리더십을 발휘하다가도 다른 조원이 맡은 부분에서는 팔로우십을 보여줘야 원활한 운영이 가능하다.

힘들어도 전체 일정을 성공적으로 즐겁게 마치는 조가 있는가 하면 전원 드랍하는 조 역시 종종 생긴다. 그러나 양쪽 모두 얼마나 함께 가는 것이 좋은 것인지 배울 좋은 기회다. 교수자로서 학생들이 관악산을 닮은 자연스러운 인생을 배우길 바란다. 관악산이 서울대를 품고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사계의 변화를 알기 때문이다. 관악산의 나무들과 바위들이 모여 산을 이루고 매서운 겨울을 이겨내고 꽃을 피워내 푸르고 울긋불긋한 생명력을 발산하듯이 서울대의 학생들도 선한 리더가 돼 적재, 적소, 적시에 진취적인 아이디어를 발하고 이를 서로 나누기 바란다. 2019년 1학기에도 새롭게 만나게 될 학생들과의 즐거운 산행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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