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 오세정 명예교수가 서울대학교 제27대 총장으로 취임해 임기를 시작했다. 오세정 총장은 취임사에서 “최근 서울대의 위기는 근본적으로 서울대가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자성을 촉구하고, 교육연구기관으로서의 서울대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의 앞에 놓인 길은 순탄치 않다. 취임식에서 신임 총장이 스스로 ‘서울대 위기론’을 언급했을 만큼, 서울대가 당면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서울대에 대한 국민들과 정치권의 비판적인 인식과 그로 인한 서울대의 위상 저하, 법인화로 인해 발생한 재산권 및 세금 관련 문제, 학내 각 집단의 권익 증진 요구와 그로 인한 충돌, 멀티캠퍼스 구축과 운영을 둘러싼 문제, 시대 및 사회 변화에 부응하는 교육 개편 부재 등 그 어느 때보다 신임 총장의 어깨에 지워진 짐이 무겁다.

서울대는 발전과 도약을 위해 법인화라는 길을 택했다. 그러나 법인화는 기대했던 발전과 번영을 가져다주지 않았고 오히려 예상치 못했던 재정 문제들을 일으켰다. 지난 10여 년간 서울대는 주목할 만한 성취를 이루지 못했고 답보와 퇴행을 거듭했다. 그 결과 서울대의 명성과 위상은 자칫 과거의 영광으로만 남을 수도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 지난 7개월간의 총장 공백 사태와 그로 인한 중요 결정의 보류는 이런 위기 상황을 더욱 가속했다. 새로운 전망과 강력한 지도력을 갖춘 대학 집행부에 대한 학내 구성원의 열망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졌다. 오세정 총장이 국회의원직을 버리고 다시 학교로 돌아온 것도 이러한 열망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새 총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기대와 신망을 받으며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그러나 과거를 돌아보건대 그 기대와 신망은 쉽게 비판과 불신으로 치환될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단순명료하다. 의사 결정과 집행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시흥캠퍼스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많은 문제의 출발점은 소통의 부재와 폐쇄적인 의결 구조였다. 투명하지 못한 의결 과정은 해당 정책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했고 이는 집행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학내의 정책 결정과 집행이 모든 구성원의 이익과 부합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 설득과 합의를 통해 바람직한 결정을 도출할 수 없다면 우리 사회의 희망이 어디에 있겠는가? 해결의 관건은 구성원 간의 믿음이고 이는 투명한 과정과 공정한 결정에 기초한다.

본부가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갈등을 공정한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조정하며, 신뢰와 설득을 바탕으로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할 때 서울대의 미래는 다시 빛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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