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환경의 발달에 편승한 ‘유사과학’ 혹은 ‘반(反)과학’이 세를 불리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서구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백신 반대운동을 들 수 있다. 백신 반대운동은 대기오염, 당뇨병, 암 등과 함께 WHO가 선정한 ‘2019년 세계인 건강 10대 위협’에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했다. 수백 년간 축적된 과학지식에 반하는 백신 반대운동이 페이스북 등 정보통신 매체의 발전을 등에 업고 급격히 확산됐기 때문이다. 백신 반대운동이 초래한 심각한 결과 중 하나가 퇴치된 줄 알았던 홍역의 전 세계적인 창궐이다. 이 문제에 관해선 국내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올해 2월 20일까지 보고된 국내 홍역 확진자 수는 59명으로, 작년 1년 동안의 26명을 벌써 뛰어 넘었다. 이는 한국이 더 이상 홍역 안전지대가 아님을 보여줌과 동시에,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등 기존의 국내 백신 반대운동이 부활할 경우 우려스러운 일들이 벌어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

백신 반대운동의 가장 큰 원동력은 백신에 대한 신뢰 상실, 일명 ‘백신 공포’다. 그 주된 내용은 백신이 광범위한 부작용을 가져오며, 이런 사실을 거대 제약회사들이 숨기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홍역 백신이 행동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1998년 영국의 앤드류 웨이크필드 박사팀의 논문은 연구 조작과 오류가 드러나 철회됐다. 그러나 백신에 대한 불안감에 편승·확대 재생산돼 지금도 백신 반대운동의 근거가 되고 있다.

백신 공포를 조장하는 잘못된 이론이 퍼질 수 있는 불안의 토양은 국내에도 마련돼 있다. 2017년 12월 질병관리본부 조사 결과 자녀가 있는 20~40대 여성 1,068명 중 15.3%는 백신 성분의 안전성이 우려된다는 응답을, 20.5%는 이상반응이나 부작용을 우려한다는 응답을 내놨다.

백신 공포를 완화하기 위해선 단순히 이런 연구를 과학적으로 반증하는 것 외에도, 그 결과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적극적인 홍보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정부가 나서서 검증된 백신 연구의 결과를 홍보하고, 잘못된 정보를 반박하는 사업을 지원해야 한다.

이와 함께 더욱 안전한 백신을 위한 연구도 병행돼야 한다. 홍역 백신의 부작용에 대해선 확실히 검증된 바가 없다. 그러나 보건 당국도 일부 백신이 제작 과정에서의 오류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다. 실제 자궁경부암 백신의 경우, 공식적으로 명기된 부작용을 뛰어넘는 부작용이 수차례 보고돼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이런 부작용 논란은 백신의 전반적인 신뢰를 떨어뜨려 백신 공포를 키울 수 있다.

이런 문제들의 해결을 위해선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고, 부작용을 덜 일으키는 백신에 대한 꾸준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정부가 안전한 백신에 대한 연구 지원을 늘리면 부작용 자체를 낮추는 것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보건 당국이 백신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게 돼 백신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다.

전 세계적인 홍역 창궐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백신 반대운동은 우리 국민의 건강에도 큰 잠재적 위협이다. 정부는 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백신에 대한 신뢰를 높일 필요가 있다. 정부는 백신 관련 연구 및 홍보에 대한 지원을 늘려 백신 공포를 줄이고 국민 건강을 전염병으로부터 지켜내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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