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비추는 연극동아리란 길에 빛이 비치길
삶을 비추는 연극동아리란 길에 빛이 비치길
  • 장한이 기자
  • 승인 2019.03.10 17: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취재 | 연극동아리의 어려움과 그 나아갈 길을 톺아보다

“인생은 연극이고 우리 인간은 모두 무대 위에 선 배우다.” - 셰익스피어

인생이 연극에 비유되고 인간이 배우로 비유될 만큼 연극은 인생을 담는 예술이다. 대학 연극동아리는 연극을 직업으로 삼진 않지만 대학이란 작은 사회에서 연극을 통해 우리의 삶을 그린다. 하지만 현재 연극동아리는 열악한 환경 속에 놓여있다. 또한 동아리 소속 학생들은 전문가의 도움 없이 연극을 올리기 위해 숱한 고민과 연습을 반복해야 한다. 이에 『대학신문』은 대학 연극동아리가 갖는 의미를 되짚어보고 그들이 실질적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을 살펴본다. 나아가 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연극동아리가 어떤 노력을 하는지, 앞으로 연극동아리에 어떤 지원이 필요할지 살펴보고자 한다.

연극동아리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

연극동아리의 공연은 작품을 선보이는 그 당시의 사회 모습을 가감 없이 비춘다. 대학 연극동아리가 하는 연극은 수익성과 관련이 없어 사회·역사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상업 극단에 비해 수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회대 연극반은 마당극 ‘진동아굿’을 통해 1974년 10월 24일 자유 언론 실천선언과 「동아일보」 기자들의 투쟁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이는 약 1,5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며 기억해야 할 사회적 사건을 되짚어보며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대학신문』 1980년 3월 3일 자)

학창시절 연극동아리에서 활동했던 현직 배우 중 연극이나 영화를 통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배우도 있다. 이들은 대학 연극동아리에 몸담으며 연극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모습을 밝히 비출 수 있다는 것을 배운 것이다. 배우 김의성 씨(경영학과·87졸)는 재학 중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연극을 접해 연극동아리에 가입했다. 그 후 배우로서 사회에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지는 연기 활동을 꾸준히 했다. 그는 1980~90년대 배우 정진영과 함께 2인극 ‘동팔이의 꿈’을 공연하며 문화운동에 앞장섰다. 재작년엔 영화 <1987>(2017)에 출연해 남영동 대공분실의 진실을 파헤치는 언론인 역할을 맡아 그 시절의 부조리를 여실히 보여줬다. 배우 박철민 씨(52)도 중앙대 재학 중 연극동아리에 가입해 활발한 활동을 했고, 졸업 후엔 연극계에 데뷔해 ‘풍자 전문 배우’로 불리며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연기를 선보였다. 지금은 풍자의 정석이라 불리는 연극 ‘늘근도둑 이야기’에서 주연을 맡아 열연 중에 있다.

또한 대학생이 연극동아리를 통해 연극이란 장르를 접할 기회를 얻게 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연극동아리에 소속된 학생은 직접 연극을 준비함으로써 실전에서 연극을 경험한다. 대학연합연극동아리 ‘라임라이트’ 출신의 연출가 김태윤 씨(26)는 “고향이 지방이어서 연극을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연극 동아리를 통해 처음으로 연극을 접했고 연극 연출을 실제 직업으로까지 삼게 됐다”고 말했다. 연극동아리에 속하지 않은 학생도 연극동아리의 공연을 통해 연극과 친숙해진다. 건국대 중앙 연극동아리 ‘건대극장’의 박민수 씨(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17)는 “연극동아리의 공연을 보러 오는 학생은 교내에서 저렴한 가격에 연극을 관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연극동아리는 대학생에게 연극진입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이런 경험이 진로를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서울대 총연극회’ 출신 연출가 김진아 씨(서양화과·10졸)는 “처음엔 무대미술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총연극회에서 배우와 스태프를 해보며 연극 작업 전반에 매력을 느꼈다”며 연출가의 길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배우 손경표 씨(28)는 “연극동아리를 통해 내 꿈을 찾았고, 그곳에서의 연기 경험과 동아리원으로부터 받은 조언이 현재의 배우 손경표를 만들었다”고 회고했다.

관객석에서 보면 희극, 무대 뒤에서 보면 비극

이렇듯 우리 사회의 역사와 학생의 꿈이 담긴 연극동아리는 현재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먼저 연극동아리 신입 부원은 연기와 연출 등 연극에 대해 전문적으로 배우지 못하고 연극을 준비하게 된다. 연극에 대한 이해를 도와줄 전문가나 지도교수가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고려대 중앙 창작뮤지컬동아리 ‘소울메이트’의 기획팀장 김수연 씨(고려대 경영학과·16)는 “지도교수는 행정상의 지도교수일 뿐 연극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워크숍을 열기도 하지만 워크숍 역시 동아리 내의 선배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라임라이트의 신경민 씨(심리학과·17)는 “지도교수가 없어 조장과 부조장으로 이뤄진 학생 조장단이 신입 부원을 교육하고 있다”며 “라임라이트뿐만 아니라 타 연극동아리도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기회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한 연극동아리 소속 학생들은 조명, 음향 등을 관리하는 스태프가 체계적인 교육을 받기 힘들다며 입을 모았다. 중앙대 중앙 연극동아리 ‘영죽무대’ 전임회장 김상훈 씨(중앙대 사회학과·15)는 “스태프는 한 학기마다 바뀌는 경향이 있어 스태프에 대한 장기적인 교육이 이뤄지기 쉽지 않다”며 “공연 연출을 하고 싶은 사람은 울며 겨자 먹기로 스태프 일을 스스로 터득하게 된다”고 말했다. 소울메이트임채문 음악팀장(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18)은 “고려대 같은 경우엔 음대가 없어 음악 작업을 할 때 학내에 도움을 줄 만한 사람이 없다”며 “애초에 음악에 대한 교육을 받고 들어온 동아리 부원도 거의 없는 만큼 음향 작업을 하는 데 큰 어려움이 따른다”고 전했다. 연극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조명과 음향이 중요하지만 이것을 위한 별다른 교육이 없는 게 씁쓸한 현실이다.

시설에 대한 안전교육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연출진과 배우가 사고의 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 김태윤 연출가는 “연극동아리 시절, 무대 시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무대 제작 환경이 위험하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현재 극단에서 활동하며 과거를 돌아보면 아찔하다”며 “무대 상부에서 구조물을 설치하는 경우 구조물이나 작업자가 떨어질 수 있음에도 그 밑에 다른 동아리원이 자주 서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연 준비 시간이 부족해 안전보다 속도를 우선시한 적도 많다”며 “조명을 설치할 때 안전 고리를 먼저 달고, 그 위에 조명을 고정한 후 멍키스패너*로 한 번 더 이를 고정해야 하는데, 멍키스패너로 고정하는 과정을 생략하거나 이 작업을 순서대로 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제대로 된 교육이 없었음을 설명했다. 실제로 ‘이화여대 총연극회’는 작년 봄, 공연을 시작하기 직전에야 조명을 고정하는 안전핀이 풀려있음을 확인하는 아찔한 순간을 경험했다.

제대로 된 연습실과 공연장이 부족한 것도 연극동아리의 고질적인 문제다. 대부분의 연극동아리는 장소를 빌리기 위해 수강신청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학내 공간을 대관하고자 하는 연극동아리는 많은 반면 그 장소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대관 신청을 실패한 동아리는 무대 장비가 없는 평범한 강의실에서 연습할 수밖에 없다. 이화여대 총연극회의 박정민 씨(이화여대 경영학부·18)는 “마땅한 학내 연습실이 없어 강의실을 이용한다”며 “공연 동선을 숙지하기 위해 극장 무대와 비슷한 폭의 강의실을 연습실로 쓰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연습실과 공연장이 부족한 탓에 많은 동아리는 연극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무대에 서야 한다. 영죽무대의 경우 본래 공연장 용도가 아닌 연습실을 극장으로 사용한다. 영죽무대의 회장 박준영 씨(중앙대 경영학부·18)는 “중앙대에 연극을 할 수 있는 공연장은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대관이 힘들다”며 “예전에 선배들이 창고를 연습용 임시 극장으로 개조했는데, 이를 현재 영죽무대의 공연장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임시 극장은 7평 남짓이고 객석도 따로 없어 단을 쌓아 객석을 만들어야 한다”며 “연출가나 배우가 좁은 공간에서 무대를 만들다 보니 창의적인 무대를 연출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또한 고려대 4·18기념관의 대강당을 사용한다는 소울메이트의 하은지 씨(고려대 미디어학부·18)는 “이곳은 원래 세미나를 진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인 만큼 조명이나 음향 시스템이 미흡해 장비를 빌려야 한다”며 “이를 위해 외부 업체를 부르면 추가 비용이 들어 연습할 땐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고 공연 당일에만 겨우 조명과 음향을 점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교육과 시설 차원에서의 어려움은 본질적으로 재정적인 문제와 맞닿아있다. 대학 연극동아리는 학교에서 지원받는 금액이 충분치 않아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해 비용을 충당한다. 그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동아리 선배로부터 들어오는 재정 후원과 ‘스폰’이다. 스폰이란 대학가 근처 상점의 광고를 공연 팸플릿에 실어주는 것을 대가로 상인에게 돈을 받는 것이다. 동네 상인은 원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고정적으로 ‘스폰’을 위해 일정한 액수의 돈을 내야 한다. 김상훈 씨는 “상인은 스폰을 해주지 않으면 학생 사이에서 평판이 나빠질 것을 걱정해 스폰을 해줄 수밖에 없다”며 “좋지 않은 방식이기에 바꾸고 싶지만 이만한 비용 충당 방법이 없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수연 팀장은 “작년부터 스폰제도를 금지했는데, 재작년까지 스폰에 큰 비중을 뒀기 때문에 작년에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었다”며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금전적인 어려움을 극복할진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들이 상처 없이 무대를 꾸미려면

연극동아리는 모든 문제의 본질이라고 볼 수 있는 재정 문제를 해결하고자 자체적인 노력을 한다. 감동후불제, 크라우드 펀딩, 굿즈 제작 및 판매가 그 예다. 홍예진 씨(이화여대 문헌정보학과·17)는 “감동후불제는 관객이 연극을 관람한 후 관람료를 자율적으로 내는 제도”라며 “이뿐만 아니라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텀블벅’을 통해 금전적인 어려움을 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공연 관련 상품, 이른바 굿즈를 팔아 후원금을 모으기도 한다.

고질적으로 제기돼 온 시설 확충에 대해 연극동아리 소속 학생들이 공연 시설이 부족한 것을 주제로 한 공연을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영죽무대의 김상훈 씨는 “재작년, 본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내 연극동아리 ‘또아리’와 함께 공연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을 담아 연합공연을 했다”며 “이는 학교를 돌아다니며 진행된 ‘산책연극’으로 공연 공간을 잃은 연극동아리의 현실을 표현한 연극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진 못했지만 연극동아리 이외의 학생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했다”고 그 의미를 전했다.

하지만 더 나은 환경을 위해선 학교 측의 도움 역시 필요하다. 서울대 총연극회 김지훈 회장(수리과학부·17)는 “연극 공연에 적합한 두레문예관이나 인문소극장 같은 공간을 추가로 짓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며 “하지만 교내 다른 공간을 연극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학교 측에서 단이나 팔레트 등의 도구를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학생지원과는 “학교 예산이 한정돼 있어 연극동아리의 지원금만 늘리는 것은 힘들다”면서 “동아리연합회를 통해 연극동아리의 의견을 모아온다면 학교 측에서 지원해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본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대학문화예술활동 지원 프로그램’에 예산안을 구체적으로 작성해 신청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해당 프로그램에선 신청 동아리의 95%정도를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연극동아리들은 학교의 교육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에 의견을 같이한다. 하은지 씨는 “기존의 공연예술 교양 수업은 어문계열 수업이다 보니 텍스트 위주며 공연예술의 오랜 역사를 다루는 편”이라며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진 뮤지컬 음악을 배울 수 있는 교양 수업이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태윤 씨는 “학교 측에서 학생들이 이용하는 공연 시설에 대한 이해를 돕고, 안전수칙을 마련해 이를 가르쳐야 한다”며 안전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학생지원과 이나경 선임주무관은 “안전교육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현재 진행하고 있는 안전교육과 더불어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한국산업기술원이 제작한 영상을 보도록 하는 방법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개강에 맞춰 각 대학연극동아리는 그동안 땀 흘리며 연습한 연극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우리가 별다른 생각 없이 관람하는 이들의 공연에 많은 학생의 노고가 담겨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들의 수고가 더욱 빛날 수 있도록 문화 예술활동을 향한 학교 측의 관심과 지원이 커지길 기대한다.

*멍키스패너: 목에 나사를 장치하여 아가리를 자유로이 조절할 수 있는 스패너.

삽화: 홍해인 기자 hsea97@snu.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