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학번 새내기들이 학교에 입학해 참여하는 공식적인 첫 행사는, 당연하겠지만 입학식이다. 입학식은 오랫동안 험난한 입시의 길을 마치고 당당히 우리 대학의 구성원으로서 인정받는 자리기도 하고, 부모님뿐 아니라 조부모님 등을 비롯한 많은 친척으로부터 축하와 응원을 받는 자리기도 하다. 축사를 해주신 총장님의 말씀처럼, 이 행사의 주인공은 신입생들이다.

그런데 필자는 올해 입학식에 주인공이 참여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이 매년 일어나고 있었음을 알게 됐다. 입학식과 개강 날짜가 3월 4일로 겹쳐 입학식이 열리는 시간에 수업이 있는 신입생들은 수업을 들으러 갈 것인지, 입학식에 갈 것인지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입학식에 참여하는 것과 수업을 듣는 것 모두 신입생으로서 누릴 수 있는 당연한 권리인데, 이 둘을 두고 선택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느껴져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보고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실제로 연세대학교, 서강대학교, 성균관대학교, 한양대학교, 중앙대학교, 경희대학교 등을 비롯한 대부분 학교들은 2월에 입학식을 실시하고 있었다. (고려대학교는 매년 입학식을 2월에 치러 왔지만, 올해는 예외적으로 2월 말일에 총장 취임식이 있어 입학식을 미뤘다고 한다.)

이런 상황 때문에 월요일 오전 수업이 있었던 필자는 올해 입학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첫 수업은 오리엔테이션으로, 교수님께서 빨리 끝내주셨지만 강의실로부터 멀리 떨어진 체육관까지 가고 보니 이미 입학식은 막바지에 이르러 있었다. 필자는 입학식 날짜가 개강 날짜와 같다는 것을 알게 된 후, 11시 수업을 맡으신 교수님께 이와 관련해 문의 이메일을 보냈지만 교수님께서는 수업과 입학식이 겹칠 경우 입학식에 가지 않고 수업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는 답변을 주셨다. 또한 수강신청 변경 기간이기 때문에 출석 상 불이익은 적겠지만 첫날 오리엔테이션에 불참해 얻는 불이익에 대해선 오로지 학생의 책임이라고도 덧붙이셨다.

설령 월요일 오전에 수업이 없어 입학식에 참여할 수 있는 신입생이더라도, 오후에 수업이 있으면 신입생들은 일정상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식사를 같이 할 시간이 부족하다. 실제로 동기 중 한 명은 조부모님께서 입학을 축하해주시고자 2시간에 가까운 먼 거리에서 오셨지만, 정작 12시 30분부터 수업이 있어 오랜만에 뵌 조부모님을 빨리 보내드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신입생들은 타 학교 신입생들과는 달리 가족들과 온전히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도 못한 채 발 빠르게 움직여 다음 수업에 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해 총무과에 연락을 취해 본 결과, 통화에 응해주신 직원 분께서는 관습적으로 10년 이상 개강일과 입학식이 같았기 때문에 올해도 3월 4일에 입학식을 치렀다고 말씀해 주셨다. 또한, 필자 이외에도 몇몇 학부모님들이 입학식 날짜를 당기는 것에 대해 건의해 주셨는데, 아직 내년 이후의 일정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셨다. 심지어 한 직원 분께서는 대부분의 학교들이 입학식을 개강일 전에 치른다는 점을 모른다고 말씀하셨다. 이는 앞으로도 예전처럼 학생들이 입학식과 수업 중 하나를 택하는 상황이 지속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입학식 날짜를 바꾸거나, 적어도 입학식에 참석하는 신입생들에게는 수업에서의 불이익이 없도록 보장해 주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수원

서양사학과·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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