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송채은 기자 panma200@snu.ac.kr
삽화: 송채은 기자 panma200@snu.ac.kr

올해 봄의 시작을 알린 건 따스한 봄바람이 아닌 희뿌연 하늘이었다. 지난 일주일 한국에 사는 거의 모든 사람이 미세먼지로 인해 불편을 겪었다. 호흡기 질환과 같은 직접적인 피해는 물론이거니와 불안이나 심하게는 우울증까지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과거 어느 때보다 심하고 오랫동안 지속된 미세먼지로 인해 미세먼지는 이제 사람들에게 불안의 대상을 넘어 공포의 대상이 됐다.

미세먼지 문제는 환경 문제다. 만약 정부가 획기적인 방안을 내놓거나 중국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협조를 한다고 해도 점진적으로 개선은 될지언정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긍정적으로 봐도 문제 해결에 향후 수십 년은 걸릴 거라는 의견도 많다. 이렇게 보면 인정하긴 싫지만 미세먼지는 한국 기후의 뉴노멀이 된 것 같다.

시장은 뉴노멀이 된 미세먼지에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공기청정기 시장이 커진 건 이젠 말할 필요도 없다. 성능뿐만 아니라 패션 및 디자인을 강조한 고가형 마스크도 나오고 있다. 보험 시장도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 기사에 따르면 얼마 전 모 보험회사에서 초기적 형태지만 미세먼지 건강보험을 출시했다고 한다. 또한 미세먼지로 인한 매출 피해 등에 대한 기업보험 상품을 개발하려는 시도도 있다고 한다. 미세먼지의 발생은 불확실성이 커서 민간 보험에는 적합하지 않다곤 하지만 지금과 같이 그 정도와 빈도가 늘어나고 미세먼지 발생 데이터가 축적돼 예측 가능성이 커진다면 민간 보험 시장은 충분히 커질 수 있다.

미세먼지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는 현실에서 미세먼지 피해를 방지하거나 보전해주는 상품이 개발되는 것은 그나마 위로가 되는 소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시에 미세먼지에 대한 피해도 계층이나 소득에 따라 격차가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물론 지금도 실외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비교적 미세먼지에 더 많이 노출된다. 경제적 사정 때문에 마스크나 공기청정기를 구입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미세먼지 문제가 계속된다면 미래에는 이러한 격차가 더 노골적인 형태로 드러날 수 있다.

미세먼지로 인한 질환은 앞으로 늘어날 것이다. 건강보험 등의 제도에서 이런 질환에 대한 예방과 치료에 대한 보장성을 강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민간 보험 시장이 확대된다면 소득 격차가 그대로 미세먼지 원인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서의 격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세먼지에 대한 접촉 자체에 대해서도 지금보다 더 심한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 소득 격차가 깨끗한 환경에의 접근성에 대한 격차로 이어진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가장 쉬운 예로 고급 아파트 단지와 다른 아파트 단지를 비교해보면 녹지에 대한 접근성 차이가 확연히 나타난다. 미세먼지에 관해서도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에는 외부의 공기를 완전 차단하는 형태의 주택이나 기업 단지가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황당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지금과 같이 외부와 차단된 형태의 아파트 단지를 보기 힘들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그리 가능성 없는 이야기 같진 않다.

이번 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부랴부랴 미세먼지 대책을 다시 내놓았다. 국회에서도 여야 가릴 것 없이 다급하게 관련법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미세먼지로 인해 장기적으로 벌어질 수 있는 사회 변화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는지는 의문이다. 문제의 단기적 해결이 사실상 힘든 지금 장기적으로 미세먼지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보고 신중하게 정책을 설계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여동하 간사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