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계속된 연구 부정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경영대 학장선거에서 1순위 후보로 선출된 A교수가 연구실적으로 제시한 논문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교수는 학장 후보직에서 사퇴했으며, 해당 사안에 대한 제보가 연구진실성위원회(진실위)에 접수돼 조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 1월에도 인문대 B교수가 표절 의혹 와중에 사직한 일이 있었고, 인문대 C교수의 경우 10여 건의 논문에 대한 진실위의 표절 판정 이후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반복되는 연구 부정 논란에 서울대의 위상이 심각하게 실추되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지만, 조사 및 징계 절차상의 문제로 제대로 된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반드시 짚고 가야 한다.

연달아 제기된 연구 부정 사안이 처리되는 방식에 과연 얼마나 많은 학내 구성원들이 납득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의혹의 당사자가 사직서를 제출해 빠르게 사태가 마무리된 사례가 더러 있는데, 이 경우 해당 사안에 대한 조사 및 징계가 이뤄지지 않고 흐지부지된다는 문제 제기가 많다. 조사와 징계가 진행되는 경우에도 진실위의 활동 개시 시점과 활동 기간, 징계위원회의 심의 및 의결 시기와 기간 등이 들쭉날쭉한 문제가 있다. 경우에 따라 최초 의혹 제기 시점으로부터 몇 년간 문제가 종결되지 못하기도 한다. 본부는 정식으로 제보가 접수된 이후에야 진실위가 구성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반복하지만, 이런 접근으로 빈번히 터져 나오는 다양한 연구 부정 관련 사안에 신속하고 엄중하게 대처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조사와 징계 절차의 지연 및 일관성 부족으로 인해 생기는 피해는 고스란히 다른 학내 구성원들에게 떠넘겨진다. 해당 교수가 담당하는 강의가 개설되지 못하고 학생지도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어 많은 학생이 학업에 직접 타격을 입게 된다. 해임이나 사직이 처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 교원을 임용할 수도 없기 때문에 같은 학과(부)에 소속된 교원들이 추가적인 부담을 져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 불필요한 행정적인 부담이 발생하고, 이들이 속한 공동체 구성원들 사이의 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자주 보게 된다. 연구 부정에 대한 판정을 위해 면밀한 학술적인 분석에 기반을 둔 조사가 선행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유·무형의 피해를 보게 되는 여러 구성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그간 충분했다고 보긴 어렵다.

서울대의 위상에 걸맞은 높은 수준의 연구윤리를 정착시키기 위한 다방면의 노력이 중·장기적으로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보다 단기적으로는 연구 부정 사안이 발생했을 때 이에 신속하고도 엄중하게 대처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추락한 서울대의 위상을 회복하고 신뢰를 되찾는 과정의 중요한 첫걸음이다. 본부는 시급히 관련 규정의 정비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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