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멀티캠퍼스 시대의 과제와 대응 방안’을 주제로 평의원회 멀티캠퍼스특별위원회가 주최한 평의원회 정책연구결과 발표회가 열렸다. 이번 발표회에서는 서울대가 명실공히 멀티캠퍼스 시대를 열어가게 됐다는 점을 부각하며 서울대의 캠퍼스 현황을 검토하면서도, 이에 발맞춘 장기적인 종합 멀티캠퍼스 발전 전략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시흥캠퍼스(시흥캠)와 함께 서울대의 멀티캠퍼스 시대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연구 결과에서 볼 수 있듯 이전에 건설된 평창, 상록(수원) 캠퍼스조차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멀티캠퍼스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수원캠퍼스(수원캠)에서 사용되던 건물들은 농생대 연구 시설 외에는 방치돼 있다. 또한 2015년에 조성된 평창캠퍼스(평창캠) 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 산학협력단지에 입주한 기업은 8개에 불과할 정도로 멀티캠퍼스에서 진행되는 산학협력에 대해 지원 체계가 잘 갖춰져 있지 않다. 서울대는 이렇듯 기존 멀티캠퍼스의 효율적 활용의 문제뿐만 아니라, 세금 납부 문제도 직면했다. 수원캠 부지를 교육·연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흥캠 역시 시흥시에서 지원받은 예산으로는 전체 부지를 채울 수 없어 세금 납부 관련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다. 시흥캠 활용방법 모색뿐만 아니라 기존 캠퍼스 문제 해결방안까지 포괄하는 멀티캠퍼스 마스터플랜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러나 서울대는 현재 종합적인 멀티캠퍼스 운영 계획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시흥캠 사안은 아직도 시흥시, 본부, 학내 구성원 간의 주요 의제로 협의 중이다. 올해 초까지 총장 및 총학생회장 선출 문제로 시흥캠 추진위원회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학생 참여 범위가 최근에서야 확정됐다. 이제는 하루빨리 관련 의사소통을 진척시킬 시기지만 멀티캠퍼스와 관련해 구체적인 마스터플랜이 없어 협의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또한 관악캠퍼스와 연건캠퍼스의 포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멀티캠퍼스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한 총장의 공약은 관련 내용이 산학협력에만 집중돼 있어 캠퍼스 간 연계망 구축 및 효율적 운영에 관한 명확한 전망을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 멀티캠퍼스 시대를 열어가는 서울대는 물리적 공간을 확보하는 수준의 캠퍼스 운영을 넘어 교육, 연구, 지역사회와의 유기적 협력을 담은 종합적인 멀티캠퍼스 운영 계획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서울대는 평창캠과 시흥캠의 확보를 통해 국제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는 시대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각 캠퍼스의 특장점을 활용한 교육, 연구 기관으로서의 외형적 면모를 내보이고 있다. 그러나 캠퍼스 멀티화 전략은 아직 하드웨어 구축에 그치고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는 마련되지 않고 있다. 서울대의 멀티캠퍼스의 종합계획은 효율적인 부지활용 및 세금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서는 것이어야 한다. 애초에 멀티캠퍼스 사업이 서울대의 장기적인 전망 속에서 이뤄지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장기적 비전과 목표 아래서 멀티캠퍼스를 체계적으로 전개할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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