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민수 교수의 재임용 탈락 문제를 집중 거론하였던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은 11월 23일 ‘김민수 교수 재임용 탈락사건 관련, 조직적 불법행위 사실이 밝혀지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이 자료에서 최 의원은 “김민수 교수 사건은 식민권력화된 대학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김 교수에게 괘씸죄를 적용, 악의적으로 무리하게 재임용을 배제하는 과정에서 당시 신규임용자로 확정된 K모 교수와 담합해 공문서를 위조하는 등 주도면밀하게 처리ㆍ은폐한 사건이었다. 이는 학문연구 자유의 훼손이라는 차원을 넘어서, 조직적 담합 및 공문서 위조 등의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최 의원이 이렇게 강력하고 단정적인 주장을 하는 결정적인 근거로 제시한 것은 심사위원의 인적사항이 삭제된 김민수 교수에 대한 연구실적심사보고서 2건과 K 교수의 인사기록카드(서울대), K 교수의 인사기록카드와 이력서(이화여대), K 교수의 자필서명이 있는 석사학위논문 인준지 2건과 그것들에 대한 국내외 세 전문기관의 필적감정서다. 국내 두 필적감정기관은 심사보고서와 K 교수 자필 문건들의 필적이 비슷(相似)하다고 하였고, 일본의 감정기관은 똑같다고 판정하였다.


재임용 심사 문제 , 의혹의 실타래를 현명히 풀어가야

서울대 공식 자료에 따르면, 김민수 교수는 1998년 8월 하순의 최종심사에서 2편의 논문을 제출하여 하나는 합격점을 받은 반면, 「21세기 한국 디자인 교육의 대전제」(1997년 12월 『미술교육논총』 게재)는 두 심사위원으로부터는 ‘우’를 받았지만 한 명(교외 심사위원)에게서는 ‘미’를 받아 결국 재임용에서 탈락하였다.


이 불합격 판정을 내린 ‘교외’ 심사위원이 K 교수(1998년 8월 10일 서울대 미대 교수로 임용추천을 받았으며 9월 1일자로 정식 임명되었다)인지, 그리고 그가 유자격자인지, 즉 ‘교외인사’인지가 이번 ‘사건’의 핵심이다. 최 의원의 주장에 대해 K 교수는 심사에 참여한 적이 없다고 밝혔고 교무처장은 그 사실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불합격 판정을 한 심사위원이 ‘교외인사’였는지는 더 이상 따질 필요가 없게 되었고, 다만 그 심사위원이 K 교수인지 여부만이 남아 쟁점은 간결해졌다.


하지만 이제 이 ‘사건’은 김민수 교수의 복직 문제를 넘어서 서울대학교 전체의 명예 문제가 되었으며 갈수록 파장이 증폭될 것이다. 지금까지 서울대 무용론, 폐지론 등 비판이 적지 않았지만 대부분 서울대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서울대가 스스로 풀지 못할 때는 비판의 강도와 성격이 전혀 달라질 것이다.


고등법원에서 속개된 김민수 교수 해직 관련 재판이나 앞으로 있을 감사원, 부패방지위원회, 국회의 조사과정에서 이 ‘사건’의 진상은 규명될 것이다. 그러나 그때까지 서울대와 우리 구성원들이 받아야 할 명예훼손과 고통은 너무 크다.

 
교무처장이 서울대 당국을 대표하여 최 의원의 주장을 당당히 반박한 것은 진실에 대한 자신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사람 믿어 주세요”만으로 최 의원의 구체적인 물증 제시에 맞설 수는 없다. 심사위원 이름을 공개할 필요는 없다. 심사위원의 권익보호, 객관적 심사, 교수의 자유로운 학문활동도 대학이 담보해야 할 터이니까. 이 점만 밝히면 된다. 산업디자인 전공자로서 K 교수와 필적이 똑같거나 비슷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 서울대 당국자들이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증명하리라고 굳게 믿는다. 우리 서울대학교의 명예를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고 학교를 누구보다도 사랑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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