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대에도 몇 개의 연구소가 있다. 서양음악연구소, 동양음악연구소, 오페라연구소, 전자음악연구실이 그것이다. 보통 다른 단과대 학생들은 음대에 연구소가 있다는 것 자체를 잘 모를 것이고, 혹 있다는 것을 아는 학생들도 도대체 그 연구소에서 무슨 연구를 하나 궁금해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글에는 내가 5년째 몸담고 현재 조교로 근무하고 있는 오페라연구소가 무슨 연구를 하는 곳인가를 설명해 보기로 하겠다.

오페라연구소의 주된 목적은, 학생들이 오페라 작품들을 공부하고 연습하며 공연을 하는, 실질적인 오페라 공연에 대한 연구를 하는 것이다. 내가 몸담은 이후만 해도 베르디, 푸치니, 모차르트의 작품은 물론이고, 도니제티, 마스카니, 베버 등 여러 작곡가의 작품들을 수십 차례나 공연했다.

보통 성악과를 다니면 당연히 오페라도 하고 많은 무대 경험도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 학부 생활을 하면서 무대를 경험할 기회는 생각보다 적다. 특히 오페라 무대를 경험할 기회는 더더욱 드물다. 2년에 한 번씩 하는 음대 정기오페라가 거의 유일하다.

외국 음악원 같은 경우는 연기는 물론이고 그 외의 오페라 연기에 필요한 펜싱, 무용까지 가르치며 체계적인 오페라 연기 교육을 시킨다. 하지만 우리 학교는 4학년 때 수강하는 오페라 워크숍 외에는 연기에 관한 수업이 전혀 없다. 물론 이 수업이 많은 공부가 되지만 그래도 이것만 배워서는 실제 무대에서 공연하기가 매우 힘들다.

바로 이런 부분들 때문에 오페라연구소가 필요하다. 오페라 배우로서 꼭 필요한 실질적인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오페라연구소는 주임교수이신 박세원 교수님이 직접 연기지도와 공연기획 등 모든 부분을 총괄하시고, 또 음악코치 선생님과 연출 선생님이 있어서 보다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공부를 할 수 있게 해준다. 그 동안 우리가 공연한 곳만 해도 육사, 해사, 경찰청, 포항공대, 한림대, 서초 구민회관, 부산 금정문화회관, 부경대학교 등 10여 군데나 된다. 이곳들은 거의 오페라 문화 소외지역인데 공연을 보고 난 후 그들의 반응은, 오페라가 어렵고 지루하고 상류층만 즐기는 문화인 줄 알았는데, 접하고 나니 재미있고 생각보다 쉬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의 공연을 계기로 오페라 문화를 계속 가까이 접하고 싶다고 했다. 오페라연구소를 통해 오페라 문화가 전파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도 무대에서 실질적인 공부를 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그리고 오페라는 음악적인 요소 외에도 무대장치, 의상, 소품, 분장 등의 미술부문, 대본, 배우, 무대 등의 극적인 요소들과 공연기획, 자료수집 등이 포함된 거대한 종합예술인데, 보통 성악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음악적인 부분만 중요시하고 나머지 부분들은 간과하기 쉽다. 하지만 더 훌륭한 오페라 가수가 되려면 이런 음악 외적인 부분도 잘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더 나은 공연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오페라연구소는, 극기와 인내 뿐 아니라 시간과 예산 등의 열악한 조건들을 극복해야만 가능한 종합예술의 창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인 것이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오페라 연구소가 앞으로 더욱 발전했으면 한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