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정책, 변해야 할 때

에너지 수급 불안을 해소하고 고유가에 대처하는 방안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해외로부터 에너지 공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특히 금번 고유가사태에서 보듯이 중동지역의 정정불안, 미국의 에너지 수급사정 등으로 국제적으로 유가가 폭등할 경우에는 에너지 자원 빈국이며 국제사회에서 정치적, 경제적 역량이 크지 않은 우리나라로서는 운신의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세계 에너지 시장 상황이 좋을 때에는 문제가 없으나, 공급위기 시에는 경제대국인 미국이나 일본과 경쟁하여 에너지자원을 유리한 조건으로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적극적인 해외 자원 개발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최근에 베트남에서의 석유개발 성공, 동해 가스 생산 등의 성과가 있었으나, 세계 10위권의 에너지 소비를 충당하기에는 미약하다.

 

에너지 자원 확보하고 에너지 산업 자율화해야

 

두 번째는 에너지 수요부문에서의 대응이다. 에너지 산업의 자율화에 따라 보다 적극적인 에너지 수요 관리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하다. 에너지 산업 자율화의 목적은 정부의 통제를 줄이고 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하여 에너지 산업의 효율성을 도모하는 것이다. 에너지 안보, 소비자 보호 등의 공익적 기능은 계속적으로 정부가 담당하지만, 에너지 수급 및 가격은 시장에 의해서 결정된다. 따라서 에너지 공급시스템의 유연성이 증대됨에 따라 수요부문에서도 시장경제원리를 도입하여 유연성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수요관리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에너지는 공공재 아닌 상품 합리적 가격 시스템 필요

 

다른 한편으로는 보다 합리적인 가격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하다. 현재 전력 및 가스 요금은 독점사업이므로 공공요금의 성격으로 정부의 규제를 받고 있다. 반면 석유가격은 1997년부터 자유화됨에 따라 가격 결정에는 국제유가뿐만 아니라 조세의 기능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 국제 유가는 그대로 반영되어야 한다고 본다. 고유가시기이기 때문에 산업계의 에너지비용 부담 경감을 위해 에너지 가격, 즉 조세를 인하해야 한다는 논리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러한 정책은 세수 결함을 야기하고 또한 기업체로 하여금 에너지 절약 노력을 이완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에너지는 더이상 공공재가 아니라 우리가 외화를 지불하고 국제시장에서 수입하는 상품이다. 따라서 국제유가의 변화는 석유가격자율화  취지에 맞게 그대로 국내 에너지 가격에 반영되어야 한다. 한편 에너지 조세체계는 에너지 차원의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활용되어야 하며, 세수확보나 저소득층 지원 등을 위한 체계는 탈피해야 한다. 즉, 조세체제는 에너지소비로 인해 야기되는 에너지 안보비용, 환경비용, 교통 혼잡비용 등 외부효과를 내부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하여 일관되고 투명한 기준에 의해 설정되어야  한다.

앞으로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수급불안은 물론 시장상황에 따라 에너지 가격의 변동폭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수요 측면에서 볼 때, 개도국의 경제 성장에 따라 에너지 수요는 계속 증가하나, 지구온난화  등 여러 가지 환경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으므로 보다 효율적인 에너지 이용이 요구된다. 공급 측면에서 보면, 화석에너지는 언젠가는 고갈되므로 새로운 에너지 자원의 개발, 환경친화적인 신․재생에너지의 이용 확대가 절실히 요구된다.

우리나라는 지난 30여 년동안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하여 소요되는 에너지를 저렴하게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에너지 정책의 결과 상당한 에너지 다소비형 경제․사회구조가 형성되었다. 지금부터는 보다 적극적인 해외 에너지 자원 개발정책과 에너지 수요관리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그리고 에너지 산업 및 가격 자율화에 맞추어 보다 합리적인 에너지 가격 시스템의 구축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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