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의사가 모은 우리 옛 안경

▲실다리 안경, 우각 안경, 안경집(오른쪽부터 시계방향) ©

시력 교정을 목적으로, 혹은 멋내기 용으로 요즘은 누구나 쓸 수 있는 안경이, 예전에는 지체 높은 사람만이 낄 수 있는 사회적 지위의 상징물로서 귀한 물건이었다. 19세기 말 일본에 간 수신사 일행이 우리의 우월함을 과시하기 위해 안경을 쓴 채로 동경시내를 활보했고, 대한제국 시절에 일본 공사가 안경을 벗지 않고 고종을 알현하자 고종이 몹시 불쾌해 했었다고 하니 말이다.


이와 같이 ‘품위있는’ 옛 안경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 「안과 의사가 모은 우리 옛 안경」 전이 지난 7월부터 연건동에 위치한 서울대병원 의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되고 있는 안과 기구, 안경집, 안경 70여점은 한국인 최초로 하버드 의대 안과 교수를 역임한 故 김철(조셉 킴) 박사가 기증했다. 그는 생전에도 의학 교류에 힘쓰고 한국에 안과 기구를 기증하는 등 고국에 대한 애착을 보였다. 김철 박사의 미망인 김미자씨는 “안과의사로서 안경에 각별한 관심을 가졌던 고인은 인사동 등지를 다니며 우리의 옛 안경을 모으셨다”며 김 박사의 수집 과정을 설명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각양각색의 안경들과 옛 사람의 장인 정신이 돋보이는 안경집들이 관객을 맞는다. 18세기 초반에 사용됐다는 ‘실다리 안경’은 다리 대신 실을 달아 귀에 고정시키고, 코 위에 받침대를 달아 망건에 끼워 착용하는 안경이다. 같이 전시돼 있는 김득신의 그림 ‘밀희투전’에 묘사된 실다리 안경을 끼고 투전을 하는 옛 사람의 모습이 조금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이 외에도 부와 지위의 상징물로 여겨졌다는 ‘백동 무테 안경’, 거북이 등껍질로 테를 만든 ‘대모 안경’, 안경 코에 불로초 모양을 새겨 쇠뿔로 만든 ‘우각 안경’ 등은 약간 투박해 보이기는 하지만 세공 기술이 정교하며 현대적 감각에 뒤지지 않아 우리 선조의 솜씨에 놀라게 된다. 또 눈을 밝게 하고 눈병을 예방하는 용도의 부적을 넣기도 하고 노리개 장식도 했다는 안경집들은 실용성에다 미적 감각까지 가미돼 예술작품을 보는 듯 하다.

전시회를 기획한 학예사 박혜령씨는 “옛 안경을 감상하며 공예술의 섬세함과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만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시회의 의미를 설명했다.


비록 전시된 안경의 제작 연대가 밝혀져 있지 않아 시대를 가늠하기 어려운 아쉬움이 남지만, 거의 온전한 모양을 갖추고 있어 우리 옛 안경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전시회는 다음달 18일까지 계속되며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다.

문의: (02) 760-2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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